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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하도 사람들이 속도, 속도를 외쳐대는 바람에 어쩌면 3년만에도 주위환경이 변하는 것같기도 하다.
어찌하다보니 예전에 내가 살던 동네로 보건사들이나 또는 다른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일을 하러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살던 때와는 달리 고층아파트 주변의 잔디밭들이 얼마나 깨끗해졌는지 잔디의 그 푸른 색깔이 더욱 선명하게 느겨질 때가 많다. 그곳에 살던 3년동안 거의 주일만 제외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중 비 안오는 시간을 찾아서 어린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주변의 쓰레기 줍기를 계속 했었던 보람이 있었다.
농부가 씨 뿌리는 마음으로 나도 언젠가는 그 동네가 깨끗해질 날이 오겠지 기대하면서 그 좋은 일을 심고 또 심었었는데 내가 그곳을 떠나고나서 더이상 그 동네를 위해 내 수고와 기도를 뿌리지않아도 그렇게 좋아진 걸 보니 너무 감사하고 흐뭇하기만 하다.
가끔씩 그렇게 매일 쓰레기 줍는 일을 하는 나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매우 측은하고 안타깝게 느꼈던지, 나에게 좀 더 교육을 받아서 더 나은 일을 찾지 그러냐며 나름대로 나를 위한 대안을 내어주기까지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저 웃으면서 속으로만, 저도 알고보면 교육받은 사람인데요, 하면서 하던 일을 계속 하곤 했었다.
겨우 유아원에 2시간 반 가있는 아이를 두고 엄마가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일이 번갯불에 콩 튀어먹는 일이나 자원해서 하는 봉사 외에는 또 뭐가 있겠는가?
한국에서 뿐만아니라 서구 선진국중 하나라는 여기서도 사람을 겉에 드러나는 것으로써 평가하는 잣대는 여전히 있는 것을 보게되어 그 공통점에 반갑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씁쓸하다고 해야할지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냥 내 친구의 말처럼, 재산은 언제고 날아가 없어질 수도 있고 도둑맞을 수도 있지만 머리속에 들어있는 지식은 도둑맞지도 않으니까 언제라도 필요할 때에 유용하게 쓰일 때가 올 것이라는 말에 위안을 느껴야 했었다.
아직도 나를 알아보는 관리실의 직원들이 가끔씩 나와 우리 아이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또, 당신같은 사람이 한사람 더 있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할 때에 선한 일의 뒤끝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모양이구나 싶다.
그런 나와 내 이웃을 돕는 일의 시작이 어쩌면 도화선이 되어 지금은 남의 필요를 돕는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면서 그를 통해 또 돈도 벌도록 주님께서 나를 이끌어주신 게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살면서 어떤 때는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눈에 보이는 탁월한 결과가 전혀 보이지않을 때도 가끔씩 있다.
그래서 성질 급한 사람들은 이내 자신과 눈에 보이는 결코 변하지않을 것같은 똑같은 환경에 실망하고 급기야는 그동안의 수고와 열정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눈에 보이지않을 뿐, 좀 더 깊이 바라보면 한 알의 씨앗이 땅 속 깊이 묻혀 뿌리를 내리고 마침내는 움을 돋아 땅을 뚫고 올라오듯이, 우리네 인생도 현저하게 눈에 띄지않을 뿐이지 날마다 똑같은 날이란 결코 없는 것같다.
우리의 삶은 더 좋아져서 앞으로 나아가든지 아니면 뒤로 물러나든지 또 어떤 때는 잠시잠간 서있는 그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을의 결실을 바라며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매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결코 멈추지 말아야 한다.
나와 같은 크리스천에게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요, 눈에 보이지않는 것을 믿고 바라는 것이 바로 믿음이기에 그 소망때문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은 경기침체가 여기저기에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을 볼 때가 많다. 그런데 사실 우리 인간은 그러한 힘들고 어려운 일을 통해서 좀 더 사람이 겸손해지고 좀 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게 되고 살면서 주어지는 아주 작은 것에도 진실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된다.
그리고 마침내 자기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을 때에 더욱 주님께 가까이 나아가게 되기도 하니 때때로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닌 것같다.
오늘 하루도 이 사회 어느 곳에서나 우리가 처한 그 곳에서 씨뿌리는 마음으로 살다보면 언젠가는 그 씨가 자라 귀한 열매를 맺는 그 날이 절로 올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