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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돈이 중해? 사람이 중해?”
“….”
쩝, 이렇게 나오니까, 정말 할 말 없네. 몇개월에 걸쳐서 모은 용돈 10파운드를 잃어버린 아들에게 좀 야단을 쳤더니, 엄마에게 되묻는 질문이었다. 하기는 어떤 경우에서나 ‘돈’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아이에게 가르쳐준 적이 있었는데, 그걸 이렇게 들고 나올줄이야…
피는 못속인다고 우리 아이가 내 막내동생인 제 막내이모를 닮은 구석이 제법 있는데, 곱상하게 생긴 것도 그렇고 사과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또 돈을 쫙 펼쳐서 늘어놓고 보며 즐기는 취향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전혀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어쩌면 그런 것들을 쏙 빼닮을 수 있는지 참 신기할 따름이다.
아이가 1주일에 1파운드씩 받는 용돈을 차곡차곡-대신 사탕값은 이 엄마가 다 지불했다-모아서 동전이 10파운드를 넘자 자기도 어른들처럼 지폐로 된 돈을 갖고 싶었던지 그걸 지폐로 바꿔 달래서 그 중 빳빳한 걸로 바꿔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는 제가 간수를 좀 하니까 나는 별로 신경을 안쓰고 넘어갔는데, 취향이 취향인지라 종종 자기 돈을 거실 바닥에 다 늘어놓고 내가 치우라고 말하기 전까지 그대로 펼쳐놓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의 10파운드 지폐도 어느 날 아침 학교에 가기 전에 그렇게 쭉 늘어놓은 돈 속에 있었는데, 며칠 지나서 보니 그만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종이돈이라서 어디론가 책속에 아니면 다른 종이들속에 빨려 들어간 건지?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어서 조금 속이 상한 내가 애를 야단쳤다.
“애, 너는 돈 하나도 잘 간수하지 못하고 잃어버리다니 그게 뭐냐?”
그랬더니 아이가 들고나온 대답이 바로 나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지난 주말, 한국에서 전직 대통령을 지내신 분이 이 세상을 너무나 서글프게 떠난 소식을 접하고 처음에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싶었다. 아버지를 일찍 여윈 나는 이유 여하를 둘째치고 앞으로 남편과 아버지의 빈 자리를 바라보며 살아가야 할 그분의 아내 되시는 권여사님과 장성한 자제분들이 왠지 마음에 몹시 걸렸다.
나는 그동안 줄곧 나라 밖에 살았기 때문에 그저 내 모국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고 누가 어째야 하고 등등에는 사실 그다지 관심을 가져온 적이 별로 없었다. 크리스천으로서 노무현 대통령님의 죽음의 방식에는 찬성할 수 없지만, 그분이 얼마나 마음이 힘들고 괴로웠으면 그러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면서까지 삶을 마감했을까 싶어 마음이 숙연해진다. 아무리 큰 고통이 따를지라도 살아서 의연하게 대처하셨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왜 우리 한국사람들은 그렇게 정이 많은 민족이면서도 사람이 떠나고 난 뒤, 특히 권좌에서 물러나고 난 뒤 힘이 없어지면 그사람이 임기중에 이룬 공적보다는 그사람의 실수나 실책들만 파고드는 것일까?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더 관대한 마음을 우리 한민족은 가질 수 없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권세는 위로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기 때문에 그 권세 아래 있는 사람들은 권세 가진 이에게 바른 존경을 표현하고, 권세를 가진 사람들은 그 권세가 손에서 물 빠져나가듯이 없어질 때를 생각하며 높은 자리 있을수록 더 겸손하게 아랫사람들을 생각하며 바른 정치를 하면 참 좋겠다.
내 주변의 친구들까지 우리 나라 대통령 서거 소식을 다 알고 있는 요즈음, 앞으로는 이런 슬픈 소식이 아니라 밝고 활기찬 소식이 지구촌으로 퍼져나오기를 기원해본다. 집안에서 서로 너 잘났다 나 잘났다 아웅다웅 싸우고 다투다가 주변 강대국들에게 짓밟히는 슬픈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정말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사람이고 사람의 생명만큼 귀한 것도 없음을 깨닫는 한주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