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와 강소농업
요즈음 한국에도 창조형 농업 생태계의 조성을 위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창조경제의 전형적인 모델인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의 사례, 그리고 가수 싸이의 창조형 뮤직 마케팅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본다.
고심 끝에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과 IT 인프라, 무역, 그리고 기업가정신 등이 오늘의 한국이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설명하고, 싸이의 뮤직 비디오를 보며 그의 창조형 뮤직 마케팅에 대해서도 서로 공감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바이어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틀간 강남과 삼성타운 등을 안내하며 한국과 한국인의 기질에 대해서 열띤 설명을 하였고, 필자 역시 과거 네덜란드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네덜란드인의 창의성과 효율성 중심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Agriport A7 이라 불리는 이 온실단지에는 농가당 50헥타를 경영하며 파프리카와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가히 농기업인 동시에 대형 식물공장인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온실 한편에서 가동되는 발전기에서는 전기와 열, 이산화탄소를 동시에 생산해 경제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열은 온실 난방에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는 식물이 성장하는데 사용하며, 남는 전기는 판다고 하니 이만한 창조경제의 모델이 어디에 있겠는가? 또한 천2백여 기업과 70여 연구소가 모여있는 유럽 최대의 식품 클러스터인 네덜란드 푸드밸리 역시 창조경제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대목이다. 이곳에서는 와게닝겐대학이 주도가 되어 민간연구소와 글로벌기업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공동연구를 하고 연구결과를 공유한다. 푸드밸리에는 식품기업 이외에도 전자, 기계, 금융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입주하여 1차 2차 3차산업이 융복합되는 지식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또한 신사업 수종을 위한 연구과제에 직면한 기업이 ‘푸드밸리 이노베이션 링크’에 도움을 요청하면 관련 연구소와 기업들이 자신의 지식을 기꺼이 지원해 준다. 상호 윈윈의 시너지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이러한 이면에는 네덜란드인들의 벽을 허문 오픈 마인드, 그리고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는 폴더(네덜란드어 간척지) 모델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토를 위협하는 물과 싸우기 위해 고안한 창조형 물 관리기술과 물류 인프라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 한마디로 악조건인 물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을 상업성의 관점에서 다루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이슈를 만들어 나갈줄 아는 싸이. 그래서 전문가들은 그를 두고 ‘시장을 읽고 판을 만들줄 아는 창조CEO’ 라 치켜 세우는데 인색하지 않다. 창조경영의 관점에서 본 싸이의 뮤직 마케팅을 자세히 뜯어 보면 그의 성공은 예견 되고도 남음이 있다. 다시 말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컨텐츠, 그가 만들어낸 이슈에 따라 국경을 넘어서 형성된 커뮤니티, 대중의 이목을 쉬지 않고 붙들어 두는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상업성을 예술로 교묘하게 포장하는 커머스 등 창조경제의 모든 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그 바이어는 이런 의미에서 세계가 싸이에 열광하는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강남스타일’에 이은 ‘젠틀맨’의 성공! 한번은 운이지만 두번은 실력! 알랑가몰라~
네덜란드의 사례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최근 회자되고 있는 창조경제도 따지고 보면 창의적 발상과 산업간 융복합, 그리고 이를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이 아니겠는가? 창조경제는 새로운 개념이나 영역이 아니다. 이의 원동력은 벤처정신으로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제로 상품화되고 이에 따라 일자리와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창조경제를 언급하며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간 벽을 허문 경계선에서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 이라고 매끄럽게 정리한 바 있다.
이러한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국토의 60%가 사막이고, 사방은 이념을 달리하는 국가로 둘러싸여 있다. 국토가 척박함에도 세계 일류 농업국가로 성장하기는 네덜란드와 유사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러한 악조건을 벤처정신과 창조형 창업으로 일궈내, 전세계 인구의 0.3%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성공한 창업기업의 10%를 만들어내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스라엘인들은 어려서부터 남들과 다른 사고를 하도록 교육 받는다. 유대인의 율법서인 탈무드는 랍비(스승)와 제자가 논쟁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말단 사원이 사장에게 반대의견을 제시하며, 졸병이 대장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놓는게 당연시 되는 사회이다. 이러한 이면에는 그들만의 후츠파(Chutzpah)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히브리어 후츠파는 ‘당돌함, 뻔뻔스럼, 시건방진’ 이란 뜻으로서 이스라엘인의 창의성의 원천이 되는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싸이의 시건방춤이 후츠파와 오버랩 되어 펼쳐진다. 이스라엘의 농업 경쟁력은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생존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이스라엘은 연평균 강수량이 700미리미터 정도로 물 부족국가이다. 이렇다 보니 ‘부족한 물은 만들어 쓴다’ 는 경제논리를 만들어 낸다. 실제로 하수의 75%는 재처리해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물 재활용률이 세계 1위이다. 또한 전체 수자원의 15%는 해수를 담수화해서 공급한다. 이와 관련된 그린에너지 기술도 세계 정상급이다. 해수의 담수화 시장은 매년 10% 정도 성장하는 블루오션이다. 또한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품종개량기술과 농업 생산자동화 분야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실제로 사막의 온실에서 자라는 고추는 한국산 보다 5배는 크다. 방울토마토의 지적재산권도 이스라엘이 소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과학과 창의력을 접목하여 농업을 새로운 창조산업으로 만들어 국부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시장개방과 함께 이뤄진 체질개선의 결과, 2000년대 중반 이래 한국 농업의 생태계도 성장을 위한 변곡점을 지나, 수출농업과 고부가가치 생명환경농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즉 농업이 식품산업 및IT, BT 등과 융복합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식품은 가공단계를 거칠수록 부가가치가 증가한다. 쌀을 즉석밥, 떡, 술로 가공하면 부가가치가 5배, 6배, 10배로 늘어난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플라스틱, 바이오기술을 활용한 천연 항생제 등은 산업간 융복합(Crossover)의 산물이다. Crossover 란 칸막이 너머로 옆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들여다 보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다는 의미이다. 앞서 언급한 네덜란드 등 선진사회에서는 일반화된 개념이지만, 창조 생태계가 보편화 되지 않은 한국의 문화에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찌기 이와같은 농산업의 경제적 성과를 예견한 빌 게이츠는 ‘농업은 최상의 과학에 기초해야 한다’ 고 하였고, 미래학자들은 ‘식품산업은 미래의 식량위기를 담보한다’ 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농정 핵심도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존의 생산 위주의 농업에서 탈피, 혁신과 창의형 농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농업을 유통 가공 관광과 연계하는 6차 산업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창조형 농업 생태계의 조성!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실현가능한 부분부터 긴 안목으로 차근차근 진행되기를 바란다. 이제 우리 농산업도 자손들의 먹거리 차원의 문제를 넘어, 네덜란드나 이스라엘 처럼 국부 창출의 원동력이 될 날도 머지 않은 듯 하다.
변동헌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전 유럽지사장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본부 근무 경영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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