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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를 키우며

by 유로저널 posted Jul 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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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내 생애 처음으로 내 손으로 가꾼 야채로 된장국도 끓이고 신선한 상추쌈도 몇 입 먹어보았다.  그야말로 완전 무공해 식품!  농촌에서 자랐다 뿐이지 아버지 직업이 농업이 아니어서 베란다에 야채 씨를 뿌리고 싹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일 부터가 난생 처음이었다.  
초록식물을 좋아하니까 야채들이 자라면 베란다가 싱그러운 초록이 되겠지, 하는 마음에 농사지어 본 경험도 전혀 없이 그냥 시작한 것이었다.  때로 무식하면 용감해진다.  아침마다 야채들이 간밤에 얼마나 자랐나 보면서 베란다에서 아침 커피를 마시곤 하는 게 요즘 나의 새로운 습관이 되었다.  
농사일은 그저 논밭이 많은 외갓집이나 이모네 집에 가서 고구마순 뜯기나 깻잎 뜯기 등 아주 단순한 일만 해봤던 나였다.  그런 내가 씨앗이 축축한 땅속에 들어가 오랜 시간을 거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운다는 평범한 진실앞에서 농사는 사실 인내심을 갖고 해야 할 일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얼마전에 한국 엄마들끼리 함께 자연스레 모이는 기회가 있었는데 제대로 된 한국식품점이 하나도 없는 곳에 살다보니 다들 나름대로 야채들을 키우고 있었다.  물론 다들 농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을 하다가 온 사람들이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어쩔 수가 없나보다.
어떤 엄마는 깻잎을 키우고 있는데 처음에는 깻잎이 잘 안자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를 하다가 흙을 파보니 그안에 하얀 버러지같은 것들이 너무 많이 구물거리고 있더란다.  그게 문제인가 싶어 다 파내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들은 지렁이 새끼들이었단다.  알다시피 지렁이가 있는 흙은 영양분이 많은 좋은 흙이다.  요새는 그 엄마가 깻잎에 붙어있는 달팽이들을 없애려고 한밤중에 손전등을 들고 깻잎을 가꾸고 있는 정원에 나가곤 한단다.  
“그럼, 하얀 옷에 머리 풀고 나가지는 마세요.  이웃집 사람들이 행여라도 볼라치면 무서워서 나자빠질테니까…”
“아유, 저 집은 담장이 높아서 옆집에서 볼 수 없을 거예요.”
농담이었는데, 진담처럼 알아듣다니…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와서, 그 많은 씨앗을 뿌렸건만 딱 하나 제대로 자란 상추 한 포기, 내가 이 귀하디 귀한 상추 쌈을 먹었다.  사실은 아는 이들에게 한 사람에 한 잎씩 주겠다고 공언했는데 상추 제일 아랫잎이 노랗게 변하는 걸 보고 어쩔 수 없었다.  웃기는 것은 수퍼마켓에서 살 때 씨앗봉지의 그림과 전혀 다른 상추가 나온 것이다.   그래도 이 상추는 하나라도 나와서 컸으니 다행이었다.  아직 덜 자란 잎은 뜯지않고 놔두었는데 이게 더 자라면 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당근과 상추, 파, 그리고 홍당무 이 네가지를 심었는데 제일 무성하게 잘 크고 있는 게 바로 홍당무이다.  홍당무잎들이 얼마나 잘 자라는지 빨간 무가 열렸나 싶어 한 포기를 뽑았더니 그 때는 아니었다.  농사의 기본은 첫째는 참을성, 둘째는 진득함…  이 홍당무도 멍청한 주인을 만나서 하마터면 죽을 뻔하다가 당근이 심어진 자리에 다시 옮겨심겨져 간신히 다시 살아났다.  요새는 이 애를 꽃 보듯이 매일 들여다보고 있다.  
당근 얘기가 나와서 하는 얘기인데 이 당근들이 채찍이 없어서였는지 다들 데모라도 하듯이 하나도 나오지않고 그냥 씨앗 지들끼리 흙속에 묻혀버렸다.  비리비리하지만 어쨌든 ‘파’라는 모양새는 갖춘 파도 나왔는데 당근은 어이된 일인지 하나도 싹을 틔우지 못했다.  
지금은 여름철이 다 지나가는데 딸기와 토마토를 기다리고 있는 나.  야채를 가꾸며, 우리의 식탁에 음식들이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농부들의 참을성과 성실함이 있었을까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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