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의 공식적인 직업인 헤드헌터로서 글을 써 본다.
기타를 연주하는 내 모습을 접하신 분들이나 내 글을 통해 나를 접하신 분들은 나를
직업 음악인으로 혹은 직업 글쟁이로 여기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그리고 아침 9시반부터 오후 6시까지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 헤드헌터다. 즉, 기본적으로 나는 평범한 월급쟁이 회사원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참 많은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선택을 몇 개만 꼽아보라면 아마도 ‘직장 선택’이 반드시 꼽힐 것이다.
어쩌면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을 수도 있는 중요한 선택이면서, 또 막상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도무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선택이 바로 직장 선택인 것 같다.
직장을 선택할 때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조건들은 사람마다 정말 천차만별인데, 그것은 결국 그 사람의 인생의 가치관, 그리고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과도 직결되는 것 같다.
그러나, 종종 우리는 자신이 진정
어떤 삶을 원하는지 제대로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단지 그 회사가 제공하는 외형적인 조건들(가장 큰 것은 결국
돈)에 마음이 흔들려서 본인에게 맞지 않는 직장을 선택하는 실수를 하곤 한다.
무수히 많은 경우들이 존재하겠지만, 그래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갈등은 ‘돈은 많이 주는데 일하는 시간이 길거나 일이 많은
직장’과 ‘칼퇴근에 일은 많지 않지만 그만큼 돈도 많이 안 주는 직장’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물론, 돈도 많이 주면서 일도
많지 않고 칼퇴근 하는 직장이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직장은 존재하기 어렵고,
대부분의 경우 직원에게 돈을 주는 만큼의 댓가를 요구하는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어느 편을 택했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결국은 자신이 선택한 직장에
대해 불만이 생긴다는 것이다.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높은 연봉을 받고 대기업에 입사한 어느 분은 그 회사가 유난히
일을 많이 시키고 스트레스가 많은 분위기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회사에서 제시한 조건이 워낙 좋아서 입사했다.
하지만, 몇 달 뒤 그 분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그렇게 회사에 온전히 희생해야 하는 생활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며 이직을 원한다고 했다.
막상 현실로 겪어보니 돈이 다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반면에 칼퇴근에 별 업무 부담이나 스트레스도 없는 공무원 같은 곳에 취업한 어느 구직자는
몇 달 뒤 그 돈 받고는 직장 다니기 싫다며 역시 이직을 원한다고 했다.
막상 현실로 겪어보니 정작 본인은 돈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식으로 자신이
선택한 직장이 불만족스럽다며 이직을 희망하는 분들을 내가 헤드헌터로 근무한 지난 6년 동안 정말 수도 없이
봐왔다.
만약 앞서 언급한 두 분이 서로 직장을 바꾸면 과연 그들은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장담하건데 아마도 몇 달 지나면 돈을 많이 받았던 분은 아무리 칼퇴근을 해도 예전에
받았던 돈 생각이 날 것이며, 칼퇴근을 하던 분은 아무리 돈을 많이 받아도 예전에 칼퇴근을
했던 생각이 나면서 슬그머니 이전 직장을 그리워하거나 다시 이직을 생각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내가 선택한 직장은 단점만 보이고, 반대로 다른 직장은 장점만 보이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란 그런 존재이며 또 그것은 월급쟁이의 타고난 운명이다. 어떤 경우에도 남의 밑에서 정해진 한도 내의 돈을 받고 일하는 월급쟁이가 100% 만족할 수
있는 직장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도
내가 몸 담은 회사에 100% 만족하지 못한다. 100% 만족은 커녕
말 그대로 정말 때려치고 싶은 적도 참 많았다.
그럴 때면 자꾸 다른 회사들과 비교하게 되고, 지금 내가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잘 보상받고 있는 다른 직장인들과 비교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기분이 더더욱 안 좋아지곤 했다.
그러나, 내가 몸 담은 회사 역시
분명 단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장점도 존재했고, 가만히 나 자신을 살펴보니 다행히 나는 지금 회사에서 제공하는
장점들이 내 가치관이나 라이프 스타일과 부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장점들만 최대한
바라보며 그 장점들을 최대한 누리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결심하고 나니 회사를 다니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줄어들고, 굳이 다른 직장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도 별로 안 들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최고로 우수한
선택 혹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선택을 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이왕 선택을 했다면 내가 선택한 것의 좋은
점을 바라보며 그것을 통해 만족과 행복을 누리는 게 현명한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런 발전 없이
마냥 현실에 안주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당연히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 꾸며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늘 단점만 바라보며 다른 곳에 가면 100%의 만족이 있을
것이라는 착각은 결국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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