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참 좋아하는 베트 미들러(Bette Midler)라는 미국 팝가수의 노래 ‘Glory
of Love’를 오랜만에 듣고서 문득 이 노래가 어떤 영화의 주제곡처럼 쓰였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베트 미들러는 가수뿐만 아니라 영화배우로도 왕성한 활동을 했고, 이 노래에 대한
기억을 더듬다 보니 분명 베트 미들러가 배우로도 출연한 영화에서 나온 노래였다.
그렇게 해서 십 수년 만에 다시 찾아낸 영화가 바로 ‘Beaches’라는 1988년도 작품이었다.
원제가 Beaches(바닷가)인 것은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곳, 그리고 두 주인공 중 한 명이 죽음을 앞두고 다시 찾는 곳이 바닷가여서 정해진 제목이지만,
우리 나라에 소개될 때는 ‘두 여인’이라는 한글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접한 것은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 비디오를 통해서였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그 당시에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의미, 특히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고 이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주옥 같은 노래들의 가사의 의미를 공감하지 못했기에 그렇게 깊은 인상으로 남지
못했었다.
단순히 노래 ‘Glory of Love’ 때문에 그렇게 오랜만에 다시 찾아본 영화, 지난 토요일 나는 혼자서 이 영화를 보다가 청승맞게 눈물까지 줄줄 흘려버렸다.
영화의 내용이 꼭 슬퍼서라기 보다는, 영화 전반에 흐르는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드라마인 우리의
인생에 대해, 그리고 노래 ‘Glory of Love’가 던져주는 메시지에
대해 까닭 모를 뭉클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아주 어릴 적 만난 전혀 다른 배경을 지닌 두 꼬마 여자아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해가면서 그들의 삶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 명은 부잣집 출신으로 변호사가 되는 엘리트 힐러리,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왈가닥에 예술적 끼와
재능이 충만해 가수가 되는 씨씨.
이들은 어릴 적 우연히 만나 아주 잠시 동안 만남을 갖고 서로 각기 다른 장소와 삶의 영역에서 서로 편지만 주고 받으며
우정을 이어가다가 성인이 되어서 다시 만난다.
서로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갈등과 오해로 다투기도 하면서 이 두 여인은 사랑하는 남자와의 만남과
헤어짐, 자신의 직업에서의 성공과 실패 등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어가면서 어느새 이들의 우정은 더욱 깊어져
간다.
그러나, 힐러리가 불치병에 걸리면서 결국은 세상을 떠나게 되고, 힐러리는 자신의 딸을 씨씨에게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긴다.
너무나 뛰어난 가수인 베트 미들러는 영화 속에서도 가수인 씨씨 역을 맡아서 그녀의 장기인 멋진 노래를 여러 곡이나
선사한다.
그녀가 영화 속에서 부르는 모든 곡들이 너무나 주옥 같지만, 그 중에서도 앞서 언급한 ‘Glory
of Love’는 영화 초반 어린 소녀인 힐러리가 역시나 어린 소녀인 씨씨를 처음 만나 어린이 오디션에서 씨씨가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씨씨의 노래 솜씨에 감탄하게 되고, 영화 후반 힐러리를 하늘 나라로 떠나 보낸 성인이 된
씨씨가 일류 가수가 되어 무대에서 이 노래를 다시 부르며 삶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해준다.
You`ve got to give a little, take a little, and let your poor heart break a
little.
조금만 주고 조금만 받으세요, 그러면 당신의 가슴이 덜 아플 거에요.
That`s the story of, that`s the glory of love.
그것이 바로 사랑의 의미이며 사랑의 아름다움입니다.
You`ve got to laugh a little, cry a little, until the clouds roll by a
little.
조금만 웃고 조금만 우세요, 그러면 시간도 천천히 흐를 거에요.
That`s the story of, that`s the glory of love.
그것이 바로 사랑의 의미이며 사랑의 아름다움입니다.
As long as there`s the two of us, we`ve got the world and all it`s charms.
우리 둘이 함께하는 동안은 온 세상이 우리 것 같고 황홀할 테지요.
And when the world is through with us, we`ve got each other`s arms.
그리고 그 황홀한 세상이 끝나도 우리는 서로의 팔을 부둥켜 안고 있겠죠.
You`ve got to win a little, lose a little, and always have the blues a
little.
조금만 이기고 조금만 지세요, 그러면 슬픔도 덜할 거에요.
That`s the story of, that`s the glory of love.
그것이 바로 사랑의 의미이며 사랑의 아름다움입니다.
이 노래는 사랑을 할 때 덜 아프고 덜 슬프기 위해서 조금만 주고 조금만 웃으라고 하지만, 우리의 가슴은
오히려 더 많이 주고 더 많이 웃기를 바라며, 그래서 그 만큼의 댓가로 더 잃고 더 울면서 사랑을 한다.
이것은 비단 이성을 사랑함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나는 이 노래를 곱씹으면서 내 인생을 적당히
조금만 사랑했어야 하는데 너무나 사랑한 탓에 그 만큼의 웃음도 얻었지만 그 만큼의 눈물도 얻었음을 떠올렸다.
모든 일에는 댓가가 있는 법, 비록 그것이 미련할지언정 결코 이 노래에서 충고(?)하는 것처럼 덜 아프기 위해 조금씩만 사랑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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