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남자에 딸바보인 남자, 장 뤽 뛰느뱅의 유니크한 와인들
프랑스 보르도 생테밀리옹에는 나쁜 남자가 있다. 세계 최고의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직접 이름을 붙여 준 나쁜 남자, 샤토 발랑드로의 장 뤽 뛰느뱅이 그다. 하지만 은행원, 나이트 클럽 DJ, 레스토랑 오너를 거쳐 개러지 와인의 대가가 된 장 뤽 뛰느뱅은 사실, 한 여인에게 순정을 바친 순정남이자 딸바보이기도 하다. 마치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딸의 결혼식에 눈시울 붉히는 한국의 아버지들과도 같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하여 와이너리를 시작하여 딸의 이름을 붙인 와인을 선보이기까지, 보르도의 배드보이, 장 뤽 뛰느뱅에 대해 알아보자.
스물 다섯살 되던 해에 뛰느뱅은 그의 아내 뮈리엘을 만났다. 처음 보자마자 뮈리엘에게 빠져 버린 그는 그녀에게 말을 걸기 위하여 그녀의 앞을 몇 번씩이나 지나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 끝끝내 결혼에 골인했지만 낮에는 은행원, 밤에는 나이트클럽 DJ라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에 못 견딘 뮈리엘이 딸 버지니를 낳자마자 이혼을 선언하며 떠나가 버린다.
이에 뮈리엘을 다시 잡기 위해 뛰느뱅은 그가 하던 일을 접고 뮈리엘의 고향인 생테밀리옹으로 향하여 레스토랑과 와인바, 네고시앙 등을 거쳐 포도밭을 구입하고 와이너리를 시작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재결합한 그들은 제한적인 자금과 설비를 가졌지만 섬세한 노동력을 쏟아 1991년 첫 빈티지 와인을 생산하였고, 4년 후인 1995년에는 로버트 파커로부터 샤토 페트뤼스를 능가하는 평가를 받아 보르도의 개러지 와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와인생산자로 발돋움하였다.
1991년 첫 빈티지이자 시그니처인 샤토 발랑드로(Chateau Valandraud)를 생산한 이듬해, 뛰느뱅은 세컨와인을 양조하여 그들의 딸 이름인 버지니(Virginie)를 붙인 버지니 드 발랑드로(Virginie de Valandraud)를 생산하였다. 2000년에 첫 화이트와인을 생산한 이후로는 화이트 와인 또한 딸 이름을 붙여 버지니 드 발랑드로 블랑(Virginie de Valandraud Blanc)을 생산하고 있다.
딸의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아버지가 선물하는 와인, 버지니 드 발랑드로(Virginie de Valandraud)는 딸을 위한 뛰느뱅과 부인 뮈리엘의 사랑이 듬뿍 들어간 와인이다. 뮈리엘이 포도 재배부터 수확, 양조까지 모든 과정에서 직접 지휘하여 생산하였으며, 65%의 메를로와 25%의 까베르네 프랑으로 부드럽고 마일드하면서도 생기발랄한 딸의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와인에 대한 지식 없이 와이너리를 시작하여 차고에서 와인을 양조하여 개러지 와인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고 최고의 개러지스트가 된 장 뤽 뛰느뱅에게 로버트 파커가 붙인 별명은 다름 아닌 배드보이다. 보르도의 악동이라는 의미로 붙인 배드보이라는 별명이 마음에 들었던 뛰느뱅은 이를 응용하여 레드 와인인 배드보이와 베이비배드보이, 화이트 와인인 배드걸 등 배드보이 시리즈를 출시하게 된다.
장 뤽 뛰느뱅의 재능이 마음껏 발휘된 배드보이는 농축된 과일맛과 산도, 부드러운 탄닌의 조화와 구조적인 질감이 뛰어난 와인으로, 매스티지 와인의 대표주자로서 프랑스 현지에서도 메독 3~4등급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배드보이의 세컨와인인 베이비 배드보이는 보다 프루티하고 부드러우며 약간의 스파이시한 특징을 가지며 알코올 도수가 높은 편이다. 배드보이와 베이비 배드보이는 와규나 삼겹살 구이와 잘 어울린다.
배드보이 시리즈 중 화이트와인인 배드걸은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쎄미용과 까베르네 프랑, 무스까델의 블렌딩으로 사과와 레몬, 아몬드, 그리고 비스킷 향이 조화되어 토스티하면서도 신선한 맛이 일품이다.
프랑스 유로저널 강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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