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 들어가세요*
얼마 전 조선 TV 의 오락프로 헬로헬로를 보고 글을 한 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들이 초대손님들인데 그들이 한국에서 살면서 겪은 일화를 소개하고 주제별로 제 나라의 풍습과 정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이다. 모로코 아가씨가 말을 꺼냈다. 한국사람들은 전화통화가 끊나면 꼭 ‘예, 들어가세요’ 라 하는 데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면서 깔깔 웃었다.
‘어디로 들어 가야 된단 말인가. 왜 들어 가야 되나. ‘에 대해 프로 진행자들 두 사람은 거기에 대해 일언반구 없이 넘어가고 다른 테마가 이어졌다. “흠, 그럼 그렇지 그게 문화적 차이야”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문화적 차이는 언어와 별개가 아니다. 전화 초창기에는 수동 전자식제도였다. 전화를 걸려면 우체국 전신전화국에 가서 (국제)통화를 했다. 우체국 담당직원이 통화 신청자에게 몇 번 캐비닛으로 들어가서 대기하라고 일러준다. 발신음이 떨어지면 큰 목소리로 상대방과 대화를 나눴다. 다시 창구로 돌아오면 담당직원은 통화시간이 적힌 정산서를 건낸다. 통화자의 용건이 끊나 면 이쪽 전화 교환수는 저쪽 교환수에게 자기들끼리도 <네, 들어 가세요> 업무상 인사로 코드 정리를 했다. 전화회로가 많지 아니했던 상황을 미뤄보면 <네, 들어 가세요>가 다정한 끝맺음이다. 아마 여기에서 통화의 끝마침은 너도 나도 <예, 들어 가세요>가 아닐까 여겨진다.
1896년 대한제국의 궁내부에 자석식 전화 교환기가 설치되었다. 말 전하는 기계라 하여 전어기(傳語機)라 했다. 궁궐 내에서 사용된 만큼 황제나 왕족들이 전화 교환수를 부를 때에는 “여봐라” 했을 것이고 교환수는 “여보세요” 불러 찾았을 것 같다. 사람을 부를 때나 주의를 환기 시킬 때에는 ‘여보세요’ 라고 한다. 전화 통화 시 ‘여보세요’ 하고 상대방을 부르는 건 무난한 인사 법이다. 마칠 때에는 ‘그럼 들어가세요’ 가 대세이다. 그 대치되는 인사 말로는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다음에 또 봐요’. 끝 마침이니만큼 짧아야 맛이 난다. 총총걸음이 있듯이 총총히 끝마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럼 이만 총총.’ 헤어질 때나 방문을 마치고 나올 때 흔히 쓰는 말이라 입에 익숙한 게 ‘(더 나오지 마시고) 네, 들어가세요 이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하는 인사도 있다. 따지고 보면 내가 하루가 될 마음이 없다. Have a nice day 에서 온 것 같다.
꽃은 언제 피었는지 모르지만 저마다 역할을 다 한다. 앞 뒤가 잘라진 말은 오해하기 십상이다. 우리나라 말은 형용사 부사가 풍부하여 정감 어리고 정교하다. 그런데 대충 얼버무리는 표현도 무지무지하다. 이발하러 가는 것을 머리 깎으러 간다. 머리 숱이 듬성듬성하면 머리가 없다. 양 옆 머리 숱이 빈약하면 주변머리 없는 사람, 정수리 쪽이 없으면 소갈머리 없는 사람으로 놀리기도 한다. 미장원 이름으로는 <머리 하러 가는 날>이 최고 멋지다. 단순 소박한 게 더 와 닿는다. 이발소 미장원을 다녀오면 하루가 행복하다. 특히 여성들의 머리결 챙기기는 나름의 인생철학도 어려있다.
전화 통화 예법으로는 전화 건 쪽에서 마칠 때 ‘그럼 들어 가십시요’ 해야 한다. 헤어질 때 인사처럼. 받은 쪽이 그리 말하면 상대 말을 끊는 느낌이다. 벨 소리가 서너 번 울린 뒤 받으면 서로가 편하다. 바로 받으면 건 쪽에서 살짝 당황하게 된다. 잘못 걸었을 때 끊을 수 있는 시간적 배려도 된다. 윗사람일 경우 통화 끝나면 상대의 전화 놓은 뒤 끊는다. 휴대전화는 기지국과 항상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전자파 발생이 심하다. 협소한 공간에서 통화하면 전파가 튕겨진다.
운행중인 차 안이나 지하철에서 통화하면 바깥보다 전자파가 5배 이상 발생한다. 교통량이 많은 길 위에 걸린 현수막에는 서울 지방경찰청의 노고가 엿보였다. < 운전 중 여보세요 저승사자 반가워요>. 인터넷 발달로 인해 연애편지 쓰는 낭만이 사라지는 건 큰 아쉬움이다. 편지를 쓸려면 내공을 가다듬어야 한다. 삐딱한 자세도 용서 안되며 다른 잡념도 물리처야 한다. 그저 일편단심 한 마음으로 마음을 바쳐야 한다. 몸과 마음이 산란하면 글씨도 삐뚤거린다. 곱게 접은 편지를 봉투에 넣고 우표 한 장에는 침을 골고루 정성스레 착 바르고 기세 좋게 우체통에 힘껏 집어 넣는다. ‘어찌 내 순정을 모를 수 있을 거나 ‘앞선 생각 만으로라도 행복감이 철철 넘친다.
인터넷상의 글은 속도감을 위해 문자가 파괴된다.
신조어가 양산된다. 글 쓰는 진지함이 없어진다. 현 지구상 언어는 6912종류이다. 언어학자들은 2050년 까지 기존언어 중 90%가 사멸한다고 여긴다. 살아 남은 언어들은 유엔 공용어로 채택되는데 – 영어 아랍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중국어 프랑스어 이다. 이외에 독일어 한국어 일본어 히브리어가 있다. 언어의 힘은 그 국민들의 애국심 생존 단결심이 수반된다. 독일 한국 이스라엘은 시련을 이긴 국가들이다.
한글이 세계 5대 언어로 자리할 수도 있다는 연구도 있는데 나는 거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한글을 소수 민족들이 고유 언어로 받아 들인다면 사용인구가 많아져 가능하다. 삼일절이나 광복절은 그 뜻이 비장하나 두 번씩이나 일제와 연계된 게 텁텁하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통일되면 국경일이 재 지정되어야 한다.
‘여보세요’ 한 통화로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다정함이 오가면 즐거이 다시 만나기 위해 잠시 들어가 쉬는 우리가 된다.
<위의 글은 유로저널 독자의 기고문으로 유로저널 편집 방향 과 일치하지 않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독자 기고 제공
독일 Offenbach 거주.
손 병원 (독일 36 년째 거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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