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극장 나들이를 했다. 관람한 영화는
바로 ‘쥬라기 공원 3D’. 그러니까 ‘쥬라기 공원 1편’을 3D로 만들어서 재개봉한 것이다.
마치 내가 영화 속에 들어간 듯한 생생한 느낌을 주는 3D기술이 도입된 이후 가장 먼저 생각한 영화가 바로 이 ‘쥬라기 공원’이었다.
영화 속의 그 광활한 쥬라기 공원의 대자연과 무시무시한 공룡들을 3D 로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차, 마침 올해 여름에 ‘쥬라기 공원 1편’이 3D로 재개봉된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이며 기다려왔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해는 1993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무려 20년 전에 나온 영화다.
나는 이 영화를 다섯 살 적 만난 죽마고우 친구 성훈이와 중학교 시절에 지금은 없어진 신촌의 신영극장에서
봤더랬다.
지금이야 영화 속 특수효과가 워낙 눈 부신 발전을 거듭해서 이제 왠만해서는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게 없는 최첨단 시대지만, 20년 전만 해도 공룡의 생생한 모습을 영화 속에서 만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혁신이었다.
나는 공룡도 공룡이지만, 쥬라기 공원의
배경이 되는 남미의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섬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져 보였다.
모든 영화가 TV의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극장의 커다란 스크린에서 보는 게 더 좋지만, 특히 이런 영화는 꼭 극장에서 봐야 그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쥬라기 공원 1편’의 엄청난 인기에 힘 입어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2편이 개봉했고, 2편은 비올라를 전공하는 동갑내기 여성과 대한극장에서 관람했다.
그리고, 훗날 3편도 개봉했는데, 3편은 나한테 과외를 받던 고등학생 여제자와 함께 고향집이 있는 일산의 롯데시네마에서
관람했다.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나도 그렇게 나이를 먹어갔고, 공룡들을 제외한 영화 속 주인공들도 늙어갔다.
내년에는 4편이 개봉한다고 하는데, 1편의 주인공들이 모두 재등장한다고 한다. 예고편을 봤더니 20년이라는 세월을 증명하듯 그들의 모습이 정말 많이 변해있었으며, 특히 1편에서 아역으로 등장했던 배우들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20년 만에 다시 ‘쥬라기 공원’을 보기 위해
찾은 극장, 이미 여러 번 보고 또 봐서 거의 외워버린 영화임에도 역시나 3D로 다시 만나는 ‘쥬라기 공원’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쥬라기 공원의 그 웅장한 대자연에 마치 내가 실제로 와있는 듯 했고, 공룡들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 했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문득 나의 어릴 적 시절이 떠올랐다.
20년 전 ‘쥬라기 공원’을 극장에서 봤던 게 그리 오래 전이 아닌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러버린 것일까?
그렇게 성훈이와 신촌에서 ‘쥬라기 공원’을 보고 친가가 있는 연남동의 놀이터에서 농구를 한 뒤에 근처 연희동에 있었던 성훈이네 집에서 하룻밤 잤던 그날의 기억이 이토록
생생한데...
그렇게 온종일 놀아도 지치지 않던 어린 소년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어느덧 이렇게 마흔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니...
그러고 보니 나는 유독 어린 시절에 ‘E.T.’나 ‘인디아나 존스’ 같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들,
그리고 스필버그 사단의 영화들을 참 좋아했더랬다.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마다 다시 보는 ‘그렘린’이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백 투
더 퓨처’ 같은 영화들은 스필버그가 직접 연출을 하지는 않았지만, 스필버그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영화들이다.
어떻게 보면 유치할 수도 있는 그 영화들은 그러나 어린 시절의 동심 속에서 너무나
행복한 추억들을 남겨주었으며, 형제 하나 없이 유난히도 외로움을 많이 탔던 나에게는
그 지독한 외로움을 잊게 해주곤 했다.
혹시 내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그런 영화들이 유치하게 여겨지고 더 이상 재미있지 않으면
어쩌나 염려를 했었는데, 다행히 나는 아직도 철이 들지 않은 것인지 20년 만에 다시 만난 공룡들이 여전히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아마도 공룡은 지구 상 실존했던 생명체 중 가장 흥미로운 생명체가 아닐까? 그리고, 공룡이야말로 어린이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생명체가 아닐까?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문득 주위에 앉아있는 어린이 관객들을 바라보았다. 부모님을 따라서 극장에 온 어린이 관객들은 아마도 대부분 ‘쥬라기 공원’을 처음 관람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비명도 살짝 질러가며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보고 있었다.
지난 시절 내가 그랬듯 그들 역시 ‘쥬라기 공원’의 공룡들을 보면서 한 없는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펼지겠지.
공룡을 보며 설레일 수 있는 그 동심이 우리 모두에게 부디 영원히 남아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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