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불작가 하차연,한국에서“둥지틀기”개인전 개최
30년 만의 국내 개인전,
영등포 일대‘쪽방’을 강남 중심가에 위치한 예술공간으로 전이
프랑스에서 ‘비닐봉지 설치작가’로 잘 알려진 하차연(53·여) 씨가 8월 23일부터 9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연다.
하차연은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면서 노숙자, 이주민들의 삶을 몸소 체험하고 관찰해 영상으로 기록하는 ‘Sweet Home’ 시리즈를 제작해왔다. 색색의 비닐봉지에 살림살이를 담아 낮에는 나무에 걸어놓고, 밤이 되면 봉지들을 내려서 잠을 청하는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녀는 “Sweet Home 시리즈에는 불법체류자와 노숙자가 직접 등장한다. 독일과 프랑스에 살 때 개인적으로 ‘이동’의 본질과 이면을 모색하고 추구하며 관심을 두게 된 주제다. 경제위기에 따라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틈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 성장하는 사회와 부의 축적 속에서 사회적 이익이 배분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 <둥지틀기>에서 하차연 작가는 영등포 일대의 쪽방촌을 화두로 던진다. 83년 프랑스로 떠나, 30년이 지난 지금 작가 스스로가 외부인이 되어버린 한국에서, 쪽방에 대한 무관심은 최악의 태도라고 믿으며 전시를 준비한다.‘쪽방’은 거리로 내몰리는 한국의 빈곤층이 선택하는 최후의 공간이다. 쪽방은 방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누어서 한두 사람 들어갈 크기로 만들어 놓는 방으로 보통 3㎡ 전후의 작은 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간신히 누울 수 있는 크기의 방에서 살아간다.
살 공간에 대한 지불 능력이 없어 길에 나앉은 사람들. 이들에 대한 관심은 비거주문제를 화두로 한 2013년 퍼포먼스 영상기록 “영등포”로 이어간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사회적 현상 중 다양한 형태의 강제적 이주, 개인적 고립 등 복지사회의 이면을 주목함과 동시에 정치, 사회적 관점의 경계에 놓인 아웃사이더들의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다.
하차연 작가는 경제위기와 더불어, 사회적 이익이 배분되는 방식에 주목한다. 최저 임금 상태를 표시하는 ‘빅맥 지수’를 사용하자면, OECD 최저 수준의 한국 최저 임금 시급 4,320원으로는 맥도널드 빅맥 세트를 사 먹을 수 조차 없다는 사실. ‘돌아보건대 돈을 좇아 질주하는 경쟁을 사람들이 이토록 부추긴 적도 일찍이 없었다’라는 조국 교수의 말처럼, 작가는 한국은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논리가 기승을 부리는 정글이 되었다고 말한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달콤한 집이라는 의미의 <Sweet Home>은 아이러니컬하다.
양지윤 디렉터는 “이번 전시는 강남의 유명백화점 쇼윈도를 마주한 작은 공간에서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전근대와 근대,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이 모두 동시대에 뒤엉키어 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고 말했다.
작가는 단순한 대답 속에 쪽방촌 사람들을 무리하게 구겨 넣으려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라 말하며, 부의 축적이 이루어진 한국에서 내몰린 사람들을 바라본다. 자의로 내몰린 사람들 중에 하차연이 있다.
<하차연 작가 소개>
하차연은 1983년 유학차 도불한 후 프랑스와 독일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님므(Nimes)대학과 독일브라운쉬바이크(Braunschweigh)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이론과정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본(Bonn) 예술기금(1992)을 수여받았으며, 독일 니더작센주 청년예술작가상 수상(1999), 파리 시테 데아르 아틀리에 체류예술진흥작가에 선정(2001)된 바 있다. 작가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 세계화된 지금 모국에 살지 않는 이방인과 이주민으로서의 삶을 스스로 인식하며, 퍼포먼스, 영상 작업, 오브제 작업, 사진 작업 등 다양한 작업으로 해석한다.
전시 기간: 2013. 8.23(금) - 2013. 9. 28(토) (월-금 10시-6시/ 토 10시-4시(일 휴무))
전시 장소: 코너 아트 스페이스(강남구 신사동 580-6)
문의: 이혜림 큐레이터(010-9214-4008)
홈페이지: http://www.cornerartspace.org
프랑스 유로저널 강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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