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나의 개인 블로그에
영국 이민과 취업을 주제로 글을 연재하고 있다.
정말 별 볼 일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영국에서 정착해서 살게 된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도우심이라, 이제는 지난 시절의 나처럼 영국에서의 삶을 꿈 꾸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 보고자 글을 연재하게 되었다.
내가 한국을 떠나게 된 사연부터 영국 취업의 현실적인 정보와 조언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되게 글을 쓰고 있는데,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도움이 된다고
반응해주셔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내 블로그에 덧글을 달거나 별도로 연락을 주는 분들이 참 많은데, 대부분이 20대~30대 초반 젊은이들이다.
그들의 사연을 읽고 들으면서 영국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되었고,
동시에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그토록 많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중에는 일종의 도피 성격인 경우도 있어서 이 분들께는 나름대로 따끔한 충고를 보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사연을 들어보면 정말 한국을 떠나야만 하는 영혼(?)을 가진 젊은이들도
많다.
학창시절부터 시작해서 거의 노년이 되어서야 겨우 끝나는 한국의 경쟁사회가 싫어서, 획일적인 삶을 강요하는 한국의 문화가 싫어서, 개인 시간을 가지기가 어려운 한국의 직장 생활이
싫어서, 가족과 친척들의 기대와 강요에 지쳐서, 정신적인 여유로움을
갖고 싶어서...
수 많은 사연들이 있었고, 나 또한 너무나
공감이 되는 사연들도 참 많았다.
결국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그런 답답함에 못 이겨 한국을 떠나온 셈이니까.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사연들이 몇 개 있는데, 가족과 친척의 기대와 강요에 너무 지쳤다는 고등학생의 사연은 유독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차라리 남이 나를 못살게 굴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이를 악물고 이겨내면 되는 것이고
그래서 잊어버리면 되지만,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뜻과 기대를 따르고 싶지 않을 때는 도무지 방법이
없다.
그 고등학생에게는 정말 진심어린 조언과 위로를 해주었는데, 과연 그가 어떻게 그 상황을 헤쳐나갈지 염려가 된다.
어떤 분은 잠시 유럽을 경험하면서 일상 속에서 정신적인 여유를 만끽하며 사는 유럽인들의
삶을 발견하고서 자신도 너무나 그렇게 살고 싶다면서 사연을 보내왔다.
이 분이 했던 말 중 ‘햇살의 여유를
느끼며 살고 싶어요’라는 표현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도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자신은 큰 돈을 벌지 않아도, 출세하지 않아도 꼭 해외에 나와서 살고 싶다는 그 분의 바램이
꼭 이루어지길 응원해드렸다.
그렇게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에 대해 한국에서 별 볼 일이 없어서 해외에
나오려는게 아닌가 하는 선입견도 있겠지만, 막상 사연을 들어보면 한국에서 누구나 부러워 하는 대기업이나
공무원인데도 영국에 오고 싶다는 분들의 사연도 있다.
가족들, 친척들, 주위 사람들은 다 잘 되었다고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성공했다’라고 여겨지는 삶이지만, 그러나 정작 본인은
너무나 불행하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닌다는 분은 아침부터 밤까지 죽어라 일하는 게, 어떻게든 조직에서 인정받고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게, 그래서 점점 일하는 기계처럼
변하는 자신이 싫다고 한다.
정작 당사자는 그 생활이 너무나 불행한데,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대기업 다녀서 좋겠다고 하니 쉽게 그만두지도 못하겠고, 그래서 너무나
괴롭다고 한다.
공무원인 분도 예상 외로 높은 업무강도와 공무원 특유의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너무 회의가
들어서 그만두고 싶은데, 남들은 평생 안정성이 보장되니 얼마나 좋겠냐고만 하니 정말 괴롭단다.
누군가는 배 부른 투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가 싫다면 그것은 싫은 것이다. 아무리 대다수가 그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닐 수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을,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 물론, 그 선택에 대한 책임 역시 자신이 지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기 어렵고, 자신이 원하는 속도대로 살 수가 없으니, 어떻게든 한국을 탈출해야 겠다는 한국 젊은이들의 사연을
읽고 들으면서 참 안타까웠다.
무엇이 그토록 그들로 하여금 조국을 떠나고 싶도록 만든 것일까?
그들은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들도 아니었고, 능력없는 루저들도 아니었으며, 허황된 이상주의자들도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지에 대해, 무엇을 위해 인생을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해, 그리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해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꿈 꾸는 이들이었다.
그저 현실에 안주하고, 남들 하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여기며 살았다면 더 편하게 살았을 수도 있는데, 그들은 좀 더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라 더 힘든 길을 택하려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과연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 지, 그저 현실적인 조언만 해줘야 하는지, 아니면 그들의 가슴이 움직이려는 방향으로 도전하라고 해야
할 지, 참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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