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순간순간 있었던 사연과 사연 속의 인연과 나가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지금 떠오르는 그것은 어디 있는 걸까요? 내 마음 속에 있지요?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말하고 맛보고 온몸의 촉감으로 느낀 일체가 마음속에 담겨 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 이 순간까지 오감(五感)으로 겪은 삶과 천지만상만물(天地萬象萬物)이 모두 마음속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마음에 담을 겁니다. 이렇게 살면서 겪은 일체를 계속 마음에 더하기 하며 삽니다.
근심걱정거리가 있습니다. 그것이 어디 있습니까? 마음속에 있습니다. 근심걱정거리가 있을 때 마음속에 더하기해 놓은 것이지요.
에 마음에 더하기해 놓은 것입니다.
멀리 떠난 그리운 이가 생각나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함께 거닐었던 그곳, 오붓하게 식사를 즐겼던 곳, 차 한 잔 마시며 아름다운 음악에 심취했던 일들 ∙∙∙ 모두 그 시절에 마음에 더하기해 놓았던 것입니다.
생각하면 참 슬펐던 일,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괴로운 일들이 떠오르는 날이면 하루 종일 칩거하며 잊으려 애쓰지만 도저히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모두 마음에 더하기해 놓은 일들입니다.
이렇게 살면서 있었던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사연과 인연, 오욕칠정(五慾七情)과 탐진치(貪瞋痴)는 모두 마음에 더하기해 놓은 것입니다. 슬픔도 기쁨도 불행도 행복도 회한도 고통도 모두 마음에 더하기해 놓은 것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마음에 더하기해 놓으면 그것이 스트레스고 짐입니다.
한편 마음속에 더하기해 놓은 것들의 집적이 ‘나’입니다. 마음속에 담아놓은 것들은 모두 있는 천지만물만상과 사연을 몸의 오감(五感)으로 사진 찍어 마음에 담아놓은 것입니다. 그것이 세상과 겹쳐져 있어 나는 세상과 겹쳐져 있는 사진 속에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살아온 것도 사진속이고 현재 있는 곳도 사진속이며 앞으로 사는 것도 사진속입니다. 사진을 마음에 담고 있는 나도 사진입니다. 사진은 진짜가 아닌 가짜이고 허상입니다. 허상은 없는 것이고 의식이 죽어있어 생명이 없습니다. 살기위해서는 사진세계를 빠져나와야 합니다. 사진세계를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마음에 더하기해 놓은 사진을 다 빼 내어야 합니다. 세상과 겹쳐져 있는 사진(허상)을 다 빼내면 참세상(실상)만 남고 참세상의 몸 마음으로 거듭나면 생명의 존재로 대해탈(大解脫), 대자유(大自由), 대지혜(大智慧)의 존재가 됩니다. 참세상은 영원한 생명의 나라입니다. 일체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고 사람의 숙명인 짐을 다 내려놓습니다. 스트레스가 없고 짐 지지 않는 존재로 거듭납니다.
사람이 사는 동안은 끊임없이 사진 찍어 마음에 더하기해놓은 것이 인간마음입니다. 더하기해 놓은 것들을 다 빼내면 인간마음은 소멸하고 영원한 우주마음만 남습니다. 인간마음을 가졌던 나마저 다 버리면 참세상에서 영원한 우주마음의 존재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