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민주주의 후퇴로 적신호 켜져
집시들을 추방하겠다고 위협하는 프랑스, 네오나치들의 살인이 계속되고 있는 그리스, 국제범죄자 처벌에 비협조적
인 크로아티아, 부패가 만연한 스페인. 기본권과 정의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유럽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사진: 한 극우주의자를 기리기 위해 소피아에서 벌어진 길거리 행진>
지난 26일, EU는 유럽이 부패, 소수자에 대한 존중, 인권 등의 측면에 있어서 후퇴를 거듭해 왔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EU의 의뢰로 지난 10년간 유럽의 변화상을 연구해온 데모스 연구소는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지의 9월 25일자 기사를 통해 민주주의는 국가에 관계없이 상시적으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민주정체의 역사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국가에서도 온갖 위협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타문화출신 이민자의 증가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종교자유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프랑스,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당한 이탈리아의 경우를 봐도 그러하다. 스페인도 정치적 불안정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데모스의 발표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위협받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항간의 생각과는 달리 경제위기와 민주주의 위기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보고서가 설정하고 있는 조사기간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로, 유럽에 경제위기의 그늘이 지기 전이다.
즉 2008년 이전, 유럽이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에도 이미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경제위기로 인
해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유럽전체를 변화시킨 세계화의 바람 속에서 적절한 정치적 조화가 이뤄지지못했기 때문이다.
데모스 연구소는 최근 2013년 까지의 자료를 추가로 종합한다면 조사결과는 더욱 나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사는 국내총생산, 부패지수, 기본권, 소수자에 대한 존중, 적극적 시민권, 정치·사회적 자본 등 총 22개의 범주로 나누어 이루어졌다. 이에 따르면 약 90년대부터 이미 민주주의의 후퇴가 시작되었다. 비록 현재 모든 유럽의 국가들이 위기를 공유하고 있지만, 특히 최근 헝가리와 그리스에서 극우적 움직임들이 창궐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금빛 여명”이라는 네오나치 정당이 의회에 난입했으며, 헝가리에서도 권위주의적인 우파가 득세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보고서는 가능한 해결책들을 제시한다. EU가 직접 나서서 각 회원국의 민주주의를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주장이다.
하지만 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은 현재로서는 EU의 감시를 각국 정부가 곱게 볼 리 없다. 이러한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EU와도 독립적으로 임무를 엄격하게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설립되어야 함을 보고서는 강조했다.
스페인 유로저널 최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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