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이 다른 도시 <카타니아>
다소 생소한 곳이지만 카타니아는 시칠리아에서 두 번째이자, 이탈리아에서 10번째로 큰 도시이다.
BC 8세기경에 발견된 이 곳은 특히 르네상스 때 정치와 예술이 번성한 곳 중 하나였고, 1434년에는 시칠리아 섬에서 최초로 대학이 설립되기도 하였다.
오늘날까지 시칠리아 섬의 교육, 산업, 관광의 중요한 도시로 자리잡고 있으며 “유로피언 실리콘 밸리”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남부 끝자락에 위치한 시칠리아, 그 곳에 있는 두 군데의 국제 공항 중 하나가 이 곳 카타니아에 있다.
시칠리아 섬의 국제 공항은 서쪽에 위치한 팔레르모 그리고 동쪽에 위치한 카타니아 이렇게 두 곳인데, 동쪽 지역을 여행하려면 흔히 이용하는 팔레르모 공항보다는 카타니아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더 좋다.
카타니아 공항에서 도심까지는 버스로 약 20여 분 걸리는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기에 여행 첫 날이나 마지막날에 한 번 쯤은 가벼운 마음으로 들려보길 바란다.
◆험악한 첫인상, 따뜻한 속마음
지중해에 있는 섬의 도시라고 무조건 아름답고 로맨틱한 건 아니었다.
심신이 약한 사람이라면 카타니아 도심에 들어가자마자 심장 박동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말로만 듣던 할렘가의 느낌을 이 곳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특히나 이 곳은 마피아의 본고장이 아니던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생겨났다는 마피아라지만 그들의 가족이 아닌 이상 결코 마주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낮인데도 한적한 좁은 골목길을 걷다보면, 보수를 하지 않아 깨어진 벽면 위로 무심하게 그려진 그래피티 아트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곳에서는 한 두 군데가 아니라 골목이라는 골목은 모조리 그런 듯 하다. 겨우 찾아간 숙소에서의 철저한 보안도 이 곳의 위험도를 알려주는 듯 하였다.
사실 카타니아는 주된 관광도시가 아니어서 여행정보가 많지 않았다.
그러기에 이렇게 위험해 보이는 도시에서는 밖에 나가지 말고 하루 남은 일정을 숙소에서 잠이나 자고 가자라는 심산이었다.
마르고 다소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직원이 우리를 방으로 안내해주고 이 도시에 대해 설명할 때쯤 나의 오해가 서서히 풀리고 있었다.
“이 곳,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 지금은 모두 일하는 시간이라 한가한 느낌이지만 오히려 밤이 되면 사람들이 모두 거리로 나와서 더욱 활기를 띈답니다.”
또한 여행을 했던 시기에는 도심 중앙에 위치한 대학이 방학인지라 더욱 한산한 느낌이 들었지만 개강을 하면 매우 활기찬 느낌의 도시라고 전하였다.
그의 말대로 날이 서서히 저물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였다.
날이 저물고 찬찬히 살펴보니 어느 덧 조명이 거리를 밝히고 있었고, 낮의 험악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은은한 빛이 감도는 로맨틱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더욱이 도시 중심가는 새로 보수하여 깨끗한 모습이었다.
탄력받은 다음 날, 전날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껏 이 도시를 바라볼 수 있었다.
흔히 아름다운 유럽의 소도시들을 걷다보면 중세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고 극찬을 한다.
하지만 그 도시들은 어쩌면 관광객의 입맛에 맞추어 보수하고 아름답게 가꿔놓아 그 때와는 달리 가공된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 곳 카타니아는 벗겨진 칠과 쓰러질 듯 한 집이 남아있어 중세의 그 모습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는 듯 하다.
주택가 사이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부숴진 건물은 고대원형극장이었고, 그 곳은 황폐하게 굴러다니는 돌덩이들만 난무하였다.
그 사이를 걷자니 정말 이 곳은 중세 그대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늘 관광객 시야에 맞춰진 아름다운 도시들만 보다가 이런 거친 느낌의 도시를 보니 생경하면서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다큐 사진이나 패션 화보를 찍는 사람들이 찾으면 틀림없이 좋아할만한 도시라고 생각이 든다.
◆바로크로의 초대
이 곳의 관광 포인트는 중심가에 모두 몰려있다.
중심 거리도 매우 짧아서 이 도시의 관광은 반나절이면 충분할 듯 하다.
사실 이 곳은 시칠리아의 다른 도시처럼 잦은 지진과 화산 폭팔이 있는 곳인데, 17세기 때 에트나 산의 분화와 대지진으로 건물들이 크게 파괴되었다.
그 결과 지금 남아있는 건물의 대부분은 18세기 때 지어진 바로크 건축물이다.
거리의 중심에 있는 두오모(대성당을 의미한다.)광장을 비롯, 이 주변에 있는 바로크 건축물은 웅장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그런지 야외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들도 종종 보이고, 근처 교회들에선 결혼식들이 자주 열리고 있다.
두오모 광장에는 카타니아의 상징인 코끼리 분수를 볼 수 있는데 에트나 산의 용암으로 코끼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잦은 지진과 화산으로부터 벗어나고픈 그들의 갈망이 표현된 조각품이다.
이 곳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이 도시의 가장 번화가인 에트나 거리를 따라 걷다보면 아직도 활동중인 유럽의 최대 활화산 에트나를 바라 볼 수가 있다.
카타니아에는 바닷가 도시답게 어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
이 곳에서 가격을 흥정하며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을 보면 한국의 정서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정 많고 친근한 모습이 우리의 시골 어른들의 모습과 닮아보였다.
시장을 지나 중심가의 서쪽 지역으로 가면 고대원형극장의 흔적도 볼 수 있고, 카타니아에서 매우 아름다운 바로크 거리로 꼽히는 Crociferi거리가 나온다. 이 곳에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된 san Benedetto 교회가 있는데,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멋진 프레스코화를 감상할 수 있다.
유명 인사의 흔적들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한다면, 두오모 광장에서 5분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오페라 작곡가 빈센트 벨리니의 생가와 박물관도 또 하나의 볼거리이다.
퀸티아누스의 청혼을 거절한 후 기독교인이라는 죄목을 쓴 채 감옥에서 숨을 거두게 된 성녀 아가타는 카타니아에서 나고 이 곳에서 순교하였다.
그녀가 죽은 1년 후 화산 폭팔로 도시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주민들이 그녀의 무덤 앞으로 가서 그녀가 살아있을 때 사용하던 수건을 흔들자 화산 활동이 즉시 중단되었다고 전해진다. 그 이후로 그녀는 수호성녀로 추앙받고 있다.
두오모 광장 옆에 위치한 아가타 성당에는 그녀를 기념하는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카타니아는 다른 도시와의 연결도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유명한 타오르미나 휴양지도 이 곳에서 버스로 1시간 남짓 소요되는데, 타오르미나에 비해 숙박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머무르고 당일로 타오르미나를 다녀오는 것도 가능하다.
“카타니아는 1년 내내 날씨가 온화해요. 그래서 북적이는 여름보다는 겨울에 오는게 더욱 볼 만 합니다.”
호텔 직원의 말처럼 겨울에 괜찮은 휴양지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 곳 카타니아를 기점으로 계획을 잡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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