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교회 내전 희생자 552명 순교자로. 과거사 문제 다시 불거지나
13일 일요일 낮 카탈루냐지방 타라고나 주의 주도인 타라고나에서 스페인 내전(1936~1939) 희생자 522명이 교황 프란치스코의 축하 전언과 함께 순교자로 시복되어, 이달 초 아르헨티나 발 전범 처벌 문제로 불거진 스페인 과거사 문제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진: 10월 13일 열린 스페인 내전 희생자 시복식: 출처: 엘파이스 EL PAIS)
스페인 전역이 좌우 이데올로기로 나뉘어 다투던 내전 당시, 그리고 이어진 40년 가까운 독재 시기 동안 스페인 카톨릭 교회는 독재자 프랑코 장군의 체제유지에 기여했다는 혐의를 피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교회 측이 “전쟁 희생자”가 아닌 “종교 박해의 희생자”로 규정하는 이번 시복자 명단이 역사를 왜곡하고 보수파에 힘을 실어주는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현 정권은 최근 거론된 프랑코 측 전범 처벌 문제에는 미온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와 반대로 이번 시복식에는 스페인 하원 의장 헤수스 포사다와 카탈루냐 주 주지사 아르투르 마스 등 정부인사가 직접 참여하는 등 우호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 점이 스페인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프랑코에 맞선 공화파 측 희생자가 객관적 수치로도 훨씬 높은 상황에서 국민당에 우호적이었던 내전 희생자들을 시복하는 행위가 종교적 의도만을 지녔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EL PAIS지의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시복식에서 편향성을 읽어낸 200여명의 사람들이 행사 당일 타라고나의 다른 장소에서 프랑코 독재 희생자 771명을 기리는 추도식을 열었다. 행사 참가자들은 같은 날 열린 시복식을 명백한 “정치적”행위로 규정하고 내전과 독재로 고통받은 희생자들에게 아직까지 “사과하지 않고” 있는 정부와 교회를 비난했다.
이날 시복된 사람들은 총 522명으로, 대부분이 종교인이며 이 가운데 일곱 명은 외국인(프랑스 3, 쿠바 1, 콜롬비아 1, 필리핀 1, 포르투갈 1)이다. 10월 10일 도착한 1,700명분의 반대 서명에도 불구하고 거행된 이 행사로 아직 아물지 않은 내전의 상처가 다시 벌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스페인 유로저널 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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