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법정,3000년 선고받은 ETA일원 석방 권고
스트라스부르그 유럽인권법정은 현재 테러혐의로 3,000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바스크 조국과 자유”(이하 ETA)의 일원 이네스 델 리오의 청원을 받아들여 그녀를 즉각 석방할 것을 스페인 법원에 권고하였다.
<사진: 2006년 대법원 법정에 출석한 이네스 델 리오. 출처: EFE>
심각한 테러를 저지른 범죄자들에게 예외적으로 더 많은 실형을 부과하는 “파롯 독트린”이 수감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인권법정의 입장을 스페인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대부분 100년에서 3,000년 형을 선고받은 ETA의 다른 요원들도 2020년이 오기 전에 석방될 가능성이 높아 수감자의 인권과 분리주의 테러의 위험 방지 사이에 논란이 뜨겁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지 10월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유럽인권법정은 판사 17명 만장일치로 “파롯 독트린”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2006년 2월 28일에 수정 적용된 “파롯 독트린”이 대부분 1980년대에 구속된 ETA 수감자들에게만 소급 적용되어 과도한 형량을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인권협약 5조(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며, 스페인 헌법 9조에서도 소급적용을 금지하고 있어 “파롯 독트린”은 위헌이라고 유럽인권법정은 밝혔다.
유럽인권법정의 판결 전문은 다음과 같다. “원고(이네스 델 리오)가 법 개정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스페인 대법원은 법을 개정하여 원고의 형량을 9년 더 부과했고, 원고의 수감기간은 2008년에서 2017년까지 연장되었다. 하지만 (소급적용이 불가능하므로) 개정이전 법에 따르면, 원고는 이미 스페인 법체계에 따라 부과된 형기를 이미 초과하였다. 그러므로 스페인 당국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원고를 석방해야 한다.”
이네스 델 리오의 경우, 설령 개정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소급적용될 수 없음을 감안하면, 그녀에게 형을 더 부과할 법이 존재하지 않는 셈이므로 이는 유럽인권협약 7조(법 없이는 형벌도 없다)를 위반한 것이라고 유럽인권법정 17인의 판사들은 목소리를 모았다.
이에 따라, 17인의 판사 중 16인은 이네스 델 리오의 즉각 석방과 3만 유로의 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파롯 독트린”은 노역과 학습 등을 통한 형기의 감소가 교도소 수감 최대 형기인 30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감자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부여된 실형선고에 적용되도록 함으로써 ETA 요원들을 최소 30년간 교도소에 묶어두려는 스페인 법원의 궁여지책이다
현재 스페인 형법에 따르면 이네스 델 리오는 3,000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그녀의 실제 형기는 최대 30년을 넘을 수 없다. 실제 복역하는 형기와 법원을 통해 부여되는 형기가 다른 것이다. 즉, 이네스 델 리오에게 부여된 3,000년 형은 그녀가 저지른 범죄의 과중함을 나타내는 상징적 숫자이다. “파롯 독트린”은 그녀가 노역을 통해서 형기를 감소시키더라도 애초에 법원을 통해 부과된 3,000년에 적용되도록 함으로써 30년의 실제 복역기간을 계속 유지시키는 방안이다.
유럽인권법정은 이와 반대로, 그녀의 형기감소가 선고된 형기가 아닌 실제 수감 최대 형기인 30년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앞서 언급했듯이. 그녀에 대한 실형선고가 이루어졌을 때 “파롯 독트린”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인권법정의 이번 판결로 인해 분리주의 테러단체 ETA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는 가운데, 잔혹한 테러에 대한 초법적 정의(正義)와, 범죄자를 포함한 모든 인간에게 동등하게 부여된 보편적 인권 사이에서 스페인의 결정만이 남아 있다.
스페인 유로저널 최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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