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전통’, 혹은 ‘토종’과 같은 단어가 이제 프랑스 인들이 말하는 음식문화에서는 더 이상 키워드로 떠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신 ‘가벼운 식사’, 그리고 ‘야채 식품’과 같은 말들이 1순위로 등장 할 것이다. 10월 21일자 피가로 지는 이 같은 사실로 서두를 장식하며 프랑스에서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음식 형태에 대해 보도했다. 최근 개최된 세계 식품 박람회(Sial) 역시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었다. Sial에서 소개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식료품들도 모두가 다 “영양학 적으로 바른” 특징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채 너겟, 콩 주스, 유기농 기법을 사용한 타르트… 이곳 세계 식품 박람회에서 소개되고 있는 식료품들이 모두 야채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관람자들로 하여금 한시도 잊지 않게 해준다. 2000년대 붐을 일으켰던 ‘토종음식’ 선호 현상 대신 2005년에 와서는 ‘날씬해지기’, ‘건강 챙기기 프로그램’과 같은 것들이 프랑스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면서 고기보다는 야채음식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식료품 업체 대표들도 이러한 경향을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바로 ‘프랑스 인들도 마침내 ‘비만’에 맞서 싸우게 되었다’ 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도 비만인구가 예전에 비해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혹자는 미국과는 달리 프랑스인들은 와인을 항상 곁들여 마시기 때문에 그들의 기름진 식사가 비만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비만측정치가 미국인들보다 아래라고 하지만 한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인구에 비하면 프랑스 인들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이제 유럽과 북미 여러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영양학 프로그램이 프랑스 인들의 의식 속에도 장착되었다. 2005년 한해 새로 나온 식료품의 13%가 ‘라이트’, 즉 저칼로리, 저지방이었음을 감안하면 식료품 업체들도 이 같은 프랑스인들의 의식변화를 잘 감지하고 있는 듯 하다. 식품 전문가 Xavier Terlet 씨는 “우리는 이제 영양학적으로 바른 음식문화의 초입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사실 현대 프랑스인들은 바쁜 일과 속에서 먹을 수 있는 몸에 좋은 음식을 바라고 있다고 할 수 있죠.”라고 말한다. 현대 생활에서 불규칙한 생활리듬,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의 증가, 요리시간 감소와 같은 것들이 전식-중식-후식, 아침식사-점심식사-저녁식사 와 같은 다소 클래식한 음식문화에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식품 연구소 Enivrance 창시자 Édouard Malbois 씨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우리는 짧은 시간에 잘 먹을 수 있습니다. 제가 The Tube라는 음식을 개발했는데 이것은 네 개의 미니 샌드위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식사에서 섭취할 수 있는 모든 영양소가 적절한 비율로 모두 들어가 있죠.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은 더 이상 19세기와 같지 않습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가 식사는 여전히 19세기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식료품업체들이 이제서야 이 같은 사실을 감지했고 지금이라도 빨리 현대인들의 변화된 생활리듬에 걸 맞는 식품들을 개발하려고 노력 중에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자신의 음식 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The Tube 말고도 휴대할 수 있는 퓨레 Tiny'To라는 제품을 연구 개발하여 판매 한 바 있다.
그러나 조류독감, 광우병과 같은 음식파동을 한차례 겪고 난 이 시점에서 아직도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점이 많이 있다. 이에 Édouard Malbois 씨 역시 “물론 사전에 철저한 안전검사가 동반되어야겠죠. 아무리 획기적인 신제품개발이라 할지라도 안정성이 검증이 안되면 치명적입니다. 그것은 신제품이 다름아닌 우리가 먹는것이니까요.”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