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사고로 나타난 기술의 오만과 안전불감증

by eknews posted Nov 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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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사고로 나타난 기술의 오만과 안전불감증

지난 10년 간 전국 곳곳의 스카이 라인이 지속적으로 변해 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이 초고층 빌딩을 경쟁적으로 지어온 결과다. 특히 주상복합빌딩 등 서울의 주거형 건축물까지도 각종 용적율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 이러한 초고층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30층, 60층을 넘어서 100층을 우습게 보고 200층까지 하늘을 찌르는 초고층을 지으려 한다. 해당 전문기술자들이 적극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초고층 빌딩은 지상을 딛는 사람들에게는 부와 인간적 욕망의 현현인지 모르나 하늘을 나는 항공기 입장에서는 암초나 다름없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의 한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 LG전자 소유 헬기가 충돌, 기장과 부기장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고층 건물에 헬기가 충돌한 사고로,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에서 발생한 것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처럼 비행기가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어서 그나마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만약 헬기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면 끔찍한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하마터면 더 큰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헬기가 아파트와 충돌할 때 저속의 상태였고, 헬기의 연료가 폭발하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는 것이다.

이 사고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사고로 안전문제에 대한 새로운 경각심을 환기하고 있다.

그동안 초고층아파트와 빌딩이 우후죽순 처럼 생겨나고 있으나 안전대책은 전무하다시피하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이번에 헬기가 충돌한 주상복합아파트는 3개동으로 지상 46층, 45층, 38층 높이의 3개동으로 이뤄져 있다. 게다가 이번에 헬기가 충돌한 곳은 아파트 꼭대기층이 아니라 23층에서 24층 사이다. 언제든지 24층 높이 아파트에 헬기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파트 24층 높이의 건물은 전국 곳곳에 수두룩하다.

헬기는 화재진압이나 응급환자 수송 등을 위해 언제든지 도심을 운항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도심내 헬기 운항에 대한 규칙이나 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조종사의 판단이나 경험에 의존하도록 돼 있다. 조종사가 알아서 초고층 빌딩을 피해 다녀야 한다.

만약 이번 사고처럼 짙은 안개가 낀 날, 조종사가 판단을 잘못하거나 조종사의 판단을 묵살하는 외부의 압력이 생긴다면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초고층 건물 충돌방지대책이 건물 꼭대기에 깜박이는 표시등을 부착하는 게 고작이라고 한다. 보다 현실적인 초고층 건물에 대한 항공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더이상의 사후약방문은 없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123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에 대한 안전문제를 다시 거론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이혜훈 최고위원은 제2롯데월드의 층수 문제를 국민의 안전과 국가안위의 차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번 헬기사고는 우리나라의 안전의식과 안전대책이 변화된 사회구조와 생활환경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기술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이 지배하고 있다.

초고층 빌딩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를 넘는다. 인간의 문제이고 도시문제이고 사회문제다.

과거 천문학적으로 쏟아부은 대규모 사업, 즉 거짓 평화의 댐, 목적 없는 새만금 방조제에서 보듯이 당시 사업을 결정했던 정치가, 지방자치단체장, 기술전문가들은 지금은 꿀먹은 벙어리다. 책임과 윤리의식도 없다.

완벽한 기술이라고 자부해도 언제나 예기치 못한 사소한 인간적 결함이 숨어있게 마련이고 언젠가는 재앙으로 찾아온다. 설계 허용 임계점을 넘는 소행성 충돌이나 대지진 같이 엄청나진 않더라도 예기치 못한 약간의 충격에도 대규모 건축은 대재앙으로 나타난다.

이 사례뿐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는 여러 형태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곳곳에 잠복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