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냐 러시아냐, 기로에 선 우크라이나
유럽연합에 다가가는 우크라이나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경제문제를 빌미로 한 러시아의 압력 때문이다.
애초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협력관계를 맺어 국내 민주화와 언론의 자유 등 인권보호 지수를 높이는 조건으로
유럽연합회원국들과 자유무역을 실현하고 출입국 등에 관련된 각종 장벽을 제거해 나갈 계획이었다.
이는 오는 28일과 29일 양일에 걸쳐 리투아니아 공화국의 수도 빌뉴스에서 열릴 정상회담에서 합의될 예정이었으나,
우크라이나와의 관세동맹을 내세운 러시아의 견제로 실현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사진: 엘파이스 El PAÍS 전재,21일 우크라이나 서부 한 도시에서 벌어진 학생들의 시위행렬)
옛 소비에트 연방 중 일부이기도 했던 우크라이나는 정치경제적으로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영토를 지닌 나라로,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기에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유럽으로 향하는 우크라이나의 행보를 러시아 편으로 되돌리고자 한 것이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EL PAIS 지의 보도에 따르면, 푸틴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유럽과 연합한다면 러시아는 “실용적이고 경제적 측면에서”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게 제안한 경제적 유인책은 관세동맹 가입이다.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이 이미 가입해 있는 이 동맹에 가입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국내총생산 증가가 증가하리라는 것이 현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는 이와 다르다.
지난 4월 수도 키예프에서 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럽연합과의 동맹으로 이루어질 정치 경제적 근대화를 기대하는
국민의 비율이 42퍼센트에 달했다. 반면 러시아 주도의 관세동맹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비율은 32퍼센트였다.
우크라이나의 친유럽적인 행보에 러시아의 압력이 점차 증가한 지난 몇 달 사이 친유럽성향의 국민은 더욱 늘어 지난 10월 조사에서는 유럽연합 가입을 바라는 인구비율이 49퍼센트로 육 개월 만에 7퍼센트 증가했다
우크라이나에게 자유무역 등 이례적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했던 유럽연합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이 제시한 엄격한 민주화 및 인권보호 기준에 맞출 수 없어서 협상이 결렬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유럽을 뒷전으로 하고 러시아를 선택한 것이다. 유럽연합 관계자들은 빅토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과의 관계에 잠정적으로 휴지를 둔 것이지 종결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강경한 반응을 보인 러시아의 영향 아래에서 우크라이나가 앞으로 유럽연합과의 관계를 얼마나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유럽의 한복판에서 아직도 냉전의 그림자가 걷히지 않고 있다.
유로저널 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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