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저녁 ‘Korean
Music Night(한국 음악의 밤)’ 콘서트가 열렸던 콘서트 하우스(Konserthuset)는 노벨상 시상식 장소로 유명한 스톡홀름의 명소다.
공연 당일 낮에 리허설을 하기 위해 드디어 극장에 처음 가보았는데, 공연장에 들어서자 정말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 동안 영국 및 유럽의 다양한 무대에 서봤지만,
이렇게 클래식한 정통 공연장은 처음이었다.
마치 서양 중세시대 영화에서나 등장할법한 멋진 극장, 그 무대에 악기들을 세팅해놓고 객석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이 멋진 무대에 내 기타가 올려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열다섯 살 적 겨울날 나름대로 열심히 용돈을 모아서 3만 5천원 짜리 첫 통기타를 샀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 땐 내가 여기까지 올 줄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는데...
어느덧 다가온 공연 시간, 대기실 문틈으로
살짝 내다보니 객석은 빈 자리가 없을 만큼 가득 차 있었다. 이날 관객으로 초청된 분들은 스웨덴 정치계,
문화계 인사들 및 스웨덴 한류팬들, 그리고 주스웨덴 대사님 및 스웨덴 주재상사 관계자분들,
한인 교민분들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공연이 시작되면 마치 꿈결처럼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끝나버린 공연, 늘 그렇듯 실수했던 부분들이 아쉽고, 긴장한 탓에 좀 더 즐기지 못했던 게 아쉬워서 또 다음
공연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
이날 공연 중 나는 함께 출연한 다른 뮤지션들의 연주와 노래에 너무 빠져서 나 자신이
연주자면서도 동시에 관객이 되어 벅찬 감동을 느꼈다. 특히, 이번에는 처음으로 영국 왕립 음대(Royal College of Music) 출신의 클래식
음악가들과 함께 무대에 섰기에 더욱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렇게 훌륭한 뮤지션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니, 이번 콘서트 출연진 8명 중 나를 제외한 7명의 뮤지션들은
모두 음악을 전공한 프로들이었다. 물론, 나처럼 직장생활을 하는 회사원도
당연히 나뿐이었다.
내가 그렇게 대단한 음악적 재능을 갖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음악을 함으로써 뮤지션의
삶도 경험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었다.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은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직장 생활만 했다면 내가 그토록 꺼려했던 다람쥐 쳇바퀴 굴리는 무미 건조한 월급쟁이의 삶을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고민들을 그렇게 음악을 하면서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었고, 동시에 안정적인 직장이 있기에 음악을 하면서도
그야말로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세계를 동시에 넘나들다 보니 어느 것에도 크게 얽매이지 않으면서
삶의 순간 순간을 여행하는 느낌으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했다.
2005년 9월 영국으로 떠나오면서 한국의
지인들에게 ‘달리기 시합이 아닌 여행 같은 삶을 위해 떠난다’라고 했던
나의 철 없는 외침이 이렇게 현실로 이루어졌다니...
앞으로 또 어떤 무대에 서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스웨덴에서의 무대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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