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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국가 모독'할 경우 3만 유로 벌금 부과법 마련 중



앞으로 스페인에서는 정부기관 앞에서 혹은 공항과 같은 국가기반시설이나 시내 중심가에서 미신고 집회를 열 경우, 
경찰관의 검문요구에 불응할 경우, 그리고 “스페인을 모욕할 경우”, 최대 3만 유로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현재 초안이 확정된 “도시안전법”이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라는 반대에 부딪히며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지 11월 30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월 29일 스페인 내무부장관 호르헤 페르난데스는 국무
회의가 끝난 뒤 “도시안전법”의 초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음을 알리고 법안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면 이 법은 몇몇 특정한 “폭력” 행위들을 근절하기 위한 것일 뿐, 집회결사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적 시민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치안이나 사법당국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야
당 및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928-유럽 2 사진도 스페인 (독일 1 면).jpg

<사진: 스페인의 현 집권당인 국민당(PP) 당사 앞에서 "도시안전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법령의 내용은 다양하다. 길에서 술을 마신 후 도시의 평온을 “심각하게” 침해할 경우 최대 3만 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도시의 평온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것 또한 어떤 행위와 정도를 의미하는 것인지 불분명하여 처벌의 판단을 현장경찰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5년 동안 신분증을 3번 이상 잃어버리는 경우에 대해서도 최대 1,000 유로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내용이 있고, 통행방해, 동물학대, 시설물손괴, 여성에 대한 폭력, 인종차별 등 다양한 내용에 대해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것이다. “도시안전법”에 따르면, 스페인을 “공격”하고 “모욕”할 경우 벌금이 부여되는데, 국가(國歌), 국기(國旗) 등 모든 상징들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어떤 행위가 “공격”이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페르난데스 내무부장관은 “집회에서 내세우는 구호와 플래카드 등에서 스페인을 조롱하고, 그 외 스페인 정부기관이나 일부 지방을 모욕하는 내용들이 발견된다면 ‘도시안전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다.”고  대답했다. 

한편 스페인의 통일이나 일부 자치주의 단결을 주장하는 집회를 개최하면 “도시안전법”을 위반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폭력적이지 않고 합법적인 경우” 허용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무엇이 모욕이고, 무엇이 폭력적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경찰과 정부의 입맛에 맞춰 자의적인 권력 행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도시안전법”에 따르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스페인에 대한 모욕”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법령으로 집회와 시위를 규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재가 없이도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
제가 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사법부는 공격적인 시위행위로 경찰에 연행된 강제퇴거 피해자를 석방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즉, 사법부가 행정부의 집행력에 제동을 건 것이다. 따라서 “도시안전법”이 시행된다면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서이 높다. 치안당국은 사법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무차별적인 벌금형을 집회참가자들에게 부여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야당인 스페인사회주의노동자당(PSOE)는 이번 사안을 중대문제로 다뤄갈 것임을 천명했다. PSOE의 당정협의회 간사인 안토니오 에르난도는 “‘도시안전법’과 같은 법령이 과거에 있었다면 올해 5월 15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
난 대규모 집회는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며 “이는 가장 중요한 시민권인 표현의 자유가 존재할 수 없음을 의미”한
다고 밝혔다.



스페인 유로저널 최영균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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