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우연히 영국 한인 커뮤니티 웹사이트에서 흥미로운 게시물을 발견했다.
‘K-Move 성공 스토리 공모전’, 내용을 읽어보니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해외진출 수기 공모전으로, 청년 실업이 심각한 요즘 한국 젊은이들에게 해외진출을 장려하기 위한 정부의 프로젝트 같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전 세계 한인 커뮤니티 및 한국 언론이나 취업 관련 웹사이트 등에도 공모전 공고가 떠 있었다.
해외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이 나 혼자인 것도 아니고, 해외에서 나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사연과 더 멋진 성과를 이룬 한국인들이 셀 수 없이 많을 테니, 고작 나 같은 사람의 사연이 응모할 자격이나 될까 싶어서 그냥 그렇게 지나쳐 버렸다.
그러다가 지난 11월 21일 목요일, 이날 오후 런던 근교에서 작은 콘서트가 있어서 회사에는 하루 휴가를 냈는데, 공연을 마치고 저녁에 집에 와서 문득 이 공모전이 떠올라서 다시 찾아보니 마침 마감일이 다음 날인 11월 22일이었다.
비록 나의 이야기가 누구나 인정해주는 ‘성공 스토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사연이 한국에서 답답해하거나 힘겨워하는 누군가로 하여금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하는, 혹은 해외에서의 모험을 망설이거나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작은 동기 부여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미친듯이 글을 써서 그날 새벽 한 시에 겨우 완성해서 마감 직전에 응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11월 29일 금요일, 수상작 발표가 있었는데 정말 믿어지지 않게 내가 최우수상에 선정되었다.
수상자들에게는 총 40편의 선정작들의 출품 국가와 작품명이 명시된 리스트가 이메일로 전달되었는데, 무려 21개 국가에서 보내온 사연들이 이번에 선정되었다.
그렇게 전 세계에서 저마다의 꿈을 펼치고 있는 한국인들의 수 많은 사연들 중 감히 내 사연이 최우수상을 차지했다니, 나보다 훨씬 더 멋지고 화려한 성과를 거둔 이들, 아니면 나보다 훨씬 더 어려운 역경을 딛고 목표를 성취한 이들도 너무나 많은데.
당장 영국만 해도 나보다 몇 배나 높은 연봉을 받는 한국인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들, 아니면 창업을 해서 성공했거나 그 외에도 너무나 멋지게 살아가는 한국인들도 많건만.
최우수상 수상을 확인하고서 내가 영국행을 택한 과정, 처음 영국에 왔던 순간, 그리고 영국에서 지나온 시간들을 새삼 돌아보며 남다른 감회에 젖어들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을 나의 영국행, 세계를 무대로 살고 싶다는 나의 바램은 철 없고 허황된 망상으로 치부되었고, 실제로 정말 힘겨웠던 순간들, 그리고 영국행을 택했기에 흘려야 했던 뜨거운 눈물이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하늘의 도우심으로 나는 그 험난했던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비록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말하는 ‘성공’에는 해당되지 않을 지언정, 비록 대다수가 택하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누리지는 못했을 지언정, 나는 영국에서 꿈에서도 다시 그려보고 싶을 만큼 행복한 경험들을 수도 없이 많이 했다.
비록 나의 선택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들게도 했고 이렇게 영국에서 사는 나의 사연이 한 편으로는 마치 죄라도 짓는 것처럼 손가락질을 당하거나 하찮게 여김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는 지난 날 내가 흘렸던 땀과 눈물이, 내가 꾸었던 꿈과 그 꿈을 향한 도전들이 담겨 있기에 나에게는 더 없이 소중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려고 했고,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려고 했던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도, 응원해주는 사람도 없었는데, 이렇게 나의 사연이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니 괜히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쌓였던 서러움이 올라와 울컥해지기까지 한다.
최우수상 수상보다, 300만원의 상금보다, 나에게는 영국에서 지내온 나의 스토리가 적어도 이렇게나마 그 누군가로부터 박수를 받았다는 것이 너무나 의미가 있었다.
이번에 선정된 사연들은 수기집으로 제작되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고 한다.
부디 나의 사연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소중한 동기 부여가 되고, 용기를 주고, 꿈을 꾸게 하고,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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