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NRW주, 교사자격에 필수인 라틴어 시험 폐지 전망
오버하우젠의 종합고등학교 교장인 볼프강 그로세 브뢰머(Wolfgang Große Bromer)씨는 스스로를 "고뇌하는 고대언어 사용자"로 일컫는다. 그는 학교에서 9년간 라틴어, 6년간 고대그리스어를 배웠으나, 일상생활에서 이들 언어가 필요했던 적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반대로 그는 영어를 학교에서 단지 5년동안만 배웠는데, 영어가 "아직도 유일하게 쓸모있는 언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6500명의 대학생들 외에도 사민당(SPD)의 그로세 브뢰머 역시 온라인 청원에 서명했다. 그는 NRW주에서 교직이수를 하는 학생들이 라틴어능력 인정시험을 의무적으로 치뤄야 하는 제도의 철폐를 가능한 한 도와줄 것이라 한다.
이러한 철폐운동의 시발점은 보훔대학의 AStA에서 유래되었다. 이 대학의 대표위원은 이러한 요구를 지지하고 있으며, 다른 대학들도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소식은 뒤셀도르프에 다다랐고, 결실을 보이고 있다.
그로세 브뢰머는 "라틴어능력 인정시험은 학문에 불필요한 장애물“이라며, ?우리는 그것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의회 학교위원회의 위원장인 그의 주장은 이번 논의에서 어느 정도의 무게를 차지한다. 또한 녹색당의 대학전문가인 루스 자이들(Ruth Seidl)도 라틴어시험을 필수로 하는 것이 더이상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였다.
NRW주의 대학들에서는 매년 천명의 신입생들이 라틴어능력 인정시험을 위해 열정을 소모한다. 김나지움이나 종합고등학교에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역사, 철학, 또는 종교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은 살루스티우스나 키케로를 피해갈 수 없다.
만약 중고등학교에서 수 년동안 라틴어를 배우지 않았다면, 정규수업 외에 이를 따로 보충해야 한다. 보충수업은 보통 세 학기가 걸리고 시험을 통과해야 끝나는데, AStA의 책임자인 팀 쾰러(Tim Kohler)는 이것이 "크게 부담되는 일"이라 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학생들은 라틴어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쾰러는 ?라틴어는 나중에 중고등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데 필요하지 않다“며, "우리는 쓸모없는 지식만 가진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것이 라틴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주장이다. 한 청원인은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과목들에 투자할 시간이 훨씬 줄어든다"고 하였다. 많은 서명자들이 학사와 석사체계에서 라틴어가 없더라도 이미 학업부담이 매우 크다고 불평하였다.
쾰러에 따르면 라틴어로 인해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시간이 더 늘어났다. 그와 동시에 많은 학생들이 학사 3년, 석사 2년간만 받을 수 있는 장학지원을 더이상 받지 못하게 된다. 또한 학생들이 지친나머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올 가을 대학입학연령이 일년 낮춰지면서 두 배의 학생들로 넘치는 대학으로 몰려온 신입생들은 라틴어를 추가적인 부담으로 여기고 있었다.
NRW주의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적 라틴어시험은 이미 폐지되었다. 교사연합인 GEW는 이미 라틴어를 ?낡은“것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지사장인 미하엘 슐테(Michael Schulte)는, ?학생들은 힘들게 공부하지만 시험이 끝나고 나서는 아무도 더이상 라틴어능력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편협한 교사교육"을 두려워하는 기민당(CDU) 주의회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러나 라틴어를 무조건적으로 변호하는 사람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또 다른 교사연합인 Philologenverband 역시 원래 기민당의 입장을 지지했으나 현재는 등을 돌린 상태다. 지사장인 페터 질버나겔(Peter Silbernagel)은 해당법률이 너무 ?엄격“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몇몇 학과에서는 정식 라틴어교육보다 짧고 간단한 수준의 라틴어 증명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또한 그는 그것으로 인해 학교에서 라틴어학과의 입지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NRW주 교육부장관인 실비아 뢰어만(Sylvia Lohrmann)판단에 달려있다. 그는 올해 말까지 라틴어의무교육에 대한 조정요구를 검토할 것이다. 뢰어만은 라틴어지지자들이 라틴어의 중요성으로 과도하게 언급하는 논리에 대해 이미 반박했다. 기민당의 라틴어가 논리적인 사고력을 길러준다는 항변에 뢰어만은 "논리적인 사고력은 독일어로도 가르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독일 유로저널 안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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