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의 영국 시사이야기 (3)
아, 그 애닯은 사회보장제도
[어린이 무상급식]
대한민국 서울에서 초등학생 모두에게 무상급식이 시작되었다. 이 문제로 오세훈서울시장이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시장 자리를 넘겼다. 참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2011년 11월 서울시의 무상급식은 전면 시작되었다.
2013년 9월 영국 연합정부의 닉 클레그(Nick Clagg, Liberal Democrats 당수) 부수상은 4살부터 7살 사이의 유치원(Infant School)학생 전원과 초등학생 일부에게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13년 12월 4일, 닉 클레그 부수상은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 조달방법에 대하여 발표를 했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전격적으로 실시한 초등학생 무상급식을 영국은 이제 따라 하려고 한다. 그것도 유치원생 먼저하고, 초등학교 학생들은 1, 2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아!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웠다.
영국에서는 직장을 잃으면 제일먼저 실업수당을 신청한다. 그러면 부부에게 주당 22만원 상당의 실업수당이 주어진다. 집세는 가족 수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가 주어지는데 가족 수에 알맞은 규모의 집에 살 경우 전액이 주어진다. 그리고 카운슬 택스라는 지방세도 수당으로 대신 내 준다.
미성년자 아이들이 있으면 일년에 한 명당 평균 4백8십만원 (주당 9만3천원상당) 상당의 자녀양육수당(Child Tax Credit)이 주어진다. 물론 첫 아이는 주당 3만5천원, 둘째부터는 약 2만5천원 상당의 어린이수당을 따로 받는다.
부부와 아이 둘이 있는 집이라 가정해보자. 집세와 세금은 전액 주 정부가 내 준다. 그리고 주당 4십7만원 가량의 각종 수당이 주어진다. 주당 4십7만원의 수당으로 전기세 가스세 수도세를 내고 생활을 한다. 물론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먹고 사는 것은 해결할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도 영국 정부는, 물론 연합정부의 보수당(Conservative Party)은 큰 관심이 없고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s)이 관심을 적극 실행에 옮기고 있지만, 걱정을 한다. 부모의 잘못으로 배 곯는 어린이가 없는지? 영양이 부족하여 발육에 문제가 생기는 어린이는 없는지? 혹 가정이 어려운 애들만 무상급식을 했다가 마음에 상처를 받는 일은 없겠는지? 그래서 부자 가정 가난한 가정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건강식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닉 클레그 부수상과 교육부장관은 그 예산을 확보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정부가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에는 집세와 세금과 그리고 매주 4십7만원의 수당을 지불하는데 자식을 굶기거나 못 먹인단 말인가? 대한민국이었으면 그 부모들은 돌을 맞았겠다. 대한민국에서는 이건희씨 손주에게 무상급식이 필요하냐고 싸우지 않았던가? 이건희씨 손주는 눈에 들어왔지만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든 말든 상관치 않았던 논쟁 아니었던가? 한 사람의 생각이 앞선 정치인을 둔 영국의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들은 그 마음까지 보살핌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이건희씨의 손주가 점심을 공짜로 먹건 말건 상관치 말고, 소외되고 어려운, 그래서 마음이 상할 수 있고,영양의 불균형이 올 수 있는, 그래서 몸과 마음의 성장과 발육에 문제가 올 수 있는, 단 한 명의 어린이에게 마음을 쏟아 부을 수는 없었을까? 이건희씨 손주가 공짜 밥을 먹건 말건 그게 무슨 대수인가? 돈 많은 대기업에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싸도 싸도 너무 싼 전기 수백억 원어치를 콩고물 얼마에 그저 얹어준 사람들이 말이다.
[노인과 치매]
하나 더 생각해보자. 이특 이라는 연예인이 군 복무 중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치매로 고생하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아버지가 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했다고 한다.
현재 한국은 치매 조기발견을 위한 조기검진을 보건소에서 무료로 해 준다. 또한 연간 36만원 범위에서 치료비를 지원해준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여러 가지 지원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고 또 준비 중에 있다.
치매환자가 생기면 한 가정이 붕괴된다. 효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 생활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날까지 잘 모셔야 하는데 부모님에게 치매가 오면 우선 가족가운데 한 사람은 부모님을 간병해야 한다. 만일 이번 이특씨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두 분이 모두 치매를 앓으면 참 난감해진다. 가족은 기약 없는 간병에 지쳐간다.
영국에서는 GP 에서 노인들의 건강을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그리고 노인전문 병원에 의뢰하여 기억손실에 대한 검사와 치매에 대한 검사를 정기적으로 한다. 치매가 발병하면 먼저 주정부 복지사와 노인전문병원 의사가 가족과 만나서 의논을 한다. 가족이 간병을 할 것인지.
가족이 간병을 하겠다고 하면 간병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지원한다. 간병 비를 포함하여 주 20만원 상당을 지원한다. 물론 치매환자에게는 연금이 주어진다. 평생 세금을 내지 않았거나 기준 이하의 세금을 낸 사람에게도 주 2십만원 가량의 기본연금이 주어진다. 한 사람의 치매환자에게 주당 40만원 또는 그 이상의 연금과 간병비가 지원된다.
대개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자녀들이 분가하여 단 둘이 산다. 할아버지의 치매를 할머니가 간병 할 경우 식사를 준비할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지방정부는 매 끼마다 따뜻한 식사를 집으로 배달한다.
가족이 간병을 할 수 없는 경우, 자녀들과 함께 살더라도 아들은 직장생활을, 며느리는 미성년자인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므로, 전문 요양원에 입원을 결정한다. 요양원의 비용은 할아버지의 연금으로 충당하며, 부족한 부분은 주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요양원은 대부분 사립이며, 환자 또는 가족이 자유롭게 요양원을 선택하여 옮길 수 있다. 남은 가족은 경제적인 부담이 전혀 없으므로 자주 부모를 뵈러 가거나 집으로 모셔와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치매 걸린 부모도 짐이 아닌, 보고 싶은 가족으로 자리잡고 있다.
치매와 같은 병에 걸린 모든 노인은, 어떠한 경우라도, 가족의 간병을 받던지 아니면 전문 요양원에서 간호사의 간병을 받는다. 절대 어느 누구도 버려지지 않는다.
[미안한 마음]
개인이 저축하여 노후를 대비할 수도 있다. 건강히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치매나 암 같은 병에 걸리면 모아놓은 재산뿐 아니라 자식들의 삶의 터전까지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 노후에 대한, 특히 치매나 암 같은 병에 대한, 국가의 사회복지 제도는 서둘러야 할 일이다.
영국에 살면서 항상 조국의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갖는 이유는, 내 가족이 이곳에서 누리고 있는 이러한 사회보장 제도를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지 못하고, 나만 이곳에서 누리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 그 애닯은 사회보장 제도여!
김인수 (영국이름 Andrew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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