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우리나라 기자의 프랑스 와인 기행 2
와인생산자, 그 투박한 손과의 만남.
제35회 “Salon des Vins des Vignerons Indépendants” 행사가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5일 동안 Paris Expo Porte de Versailles에서 열렸다.
35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독립 와인 생산자들이 자신들이 생산한 와인을 일반 소비자들과 전문인 중간 판매자에게 직접 소개하고 판매하는
만남의 장 및 판매의 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6유로의 입장료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골 와인 가게에서 받거나, 신문에서 오려온 초대권을 이용하여 무료로 입장한다.
입장권이나 초대권을 이용하여 등록하고 시음용 와인잔을 받은 후 행사장에 들어서면 먼저 엄청난 숫자의 부스에서 와인을 따라주는 생산자들과 시음을 하는 사람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대규모 시음회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어디에서부터 뭘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그래서 당황하지 않고 이 축제를 더 잘 즐길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진 1.
우선 와인을 잘 모르지만 알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르도, 부르고뉴, 론, 샹파뉴, 루아르, 알자스 등의 대표 산지별로 한 부스씩 찾아가 시음하는 방법을 권한다.
친절하게 산지별로 다른 색상의 피켓이 부스별로 꽂혀 있다. 이렇게 시음을 해 본다면 프랑스 대표 산지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가 가능할 것이고, 그 느낌을 기억할 수 있다면 다음에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하거나 마트에서 와인을 살 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기왕 한두 곳만 갈 거, 좀
더 잘 만드는 와인을 마셔보고 싶다면 콩쿠르 메달 수상 현황이 적혀
있는 게시판이나 팸플릿을 참조하자.
이 콩쿠르는 “Des Vignerons Indépendants”에서 직접 주최하는 것으로 매년 다수의 전문인 그룹과 일반인 그룹이 함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 결과에 바탕을 둔 것이기에 개개인의 평가보다는 아무래도 좀 더 객관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사진 2.
다음으로 프랑스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자신이 선호하는 와인 스타일을 알고 있는 경우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산지를 위주로 시음하면서 평소에 궁금했지만 흔치 않고 가격도 비싸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스타일의 와인을 조금씩 마셔보는 방식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부르고뉴 지방 와인을 집중적으로 시음하고
마지막에 몇몇 독특한 산지의 와인들을 경험한다면 부르고뉴 각 세부 산지별 느낌까지 상당히 깊이 있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거기에 쥐라(Jura), 칼바도스(Calvados), 아르마냑(Armagnac) 등에 대한 감상은 별책부록으로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와인을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프랑스어를 좀 알아들을 수 있다면 하루에 세 번씩 열리는 무료 시음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권할만하다.
강의는 약 50분 동안 진행이 되는데, 프랑스 와인 산지와 품종, 그리고 와인 양조에 대한 개괄 등의 기본 설명을 한 후 두 세 종류의 와인을 직접 맛보며 효과적인 시음 방법 및 표현 방식을 알려준다.
현재 파리에 있는 이와 같은 방식의 1일 교육 프로그램 비용이 30만 원이 넘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시간이 가능하다면 한 번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
다음으로 그날 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싶다면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들과 함께해 보자.
시음장에는 와인 생산자뿐만 아니라 각종 치즈, 햄, 푸아그라 등 프랑스 전역의 특산 음식들을 파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각각의 음식을 구입해서 바로 즐길 수도 있는데, 특히 지금이 제철인 신선한 굴을 부르고뉴의 마을 단위 급 샤블리나 루아르의 뮈스카데와 같은 가볍고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과 곁들여
즉석에서 함께 먹으면 맛이 아주 그만이다. 아쉽지만 초고추장은
없다.
사진 3.
하지만 위의 모든 방식은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왔을 때 해당하는 것이고, 만약 와인에 별로 관심이 없는 여자친구, 아내와 함께 온 육식남의 경우라면 무조건 그녀들이 원하는 대로 하자.
그것이 시음장에 좀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만약 분위기에 취해 지루해하는 그녀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면 1월에 있을 백화점 세일 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두렵지들 않으십니까?"
이 행사는 이름 그대로 독립생산자들의 시음회이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독립영화가 다르듯이 이곳은 보르도나 부르고뉴의 수퍼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그렇다 보니 어떤 사람들은 누구나 알만한 아주 유명한 와인이 나오지 않아서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음회가 매력적인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만나서 맛을 보고 구입할 수 있기에 합리적인 가격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골라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큰 카트에
자신들이 마실 반년치 와인을 사가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뭘 몰라서
저렇게 많이 사는 것이 아니다.
사진 4.
또 다른, 어쩌면 더 근본적인 매력은 각각의 와인을 만든 수많은 생산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서, 그들이 직접 따라 준 와인을 마시며 그들과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시음회에는 이름있는 샤토와 도멘의 양복을 차려입은 잘 생긴
영업담당자와 만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옆집에 사는 이웃과 같은 평범한 모습의 생산자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우리 옆집의 이웃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투박한 손을 지닌 진짜 “농부”라는 것이다. 그 거친 손과 악수를 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마신 와인은 더 이상 그전의 것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들의 와인을 더 잘 이해하게 됐을 것이다.
왜냐하면, 와인은 그 와인을 만든 사람과 닮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와인뿐만 아니라 사람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즐거운 축제를 안전하게 마무리 하기 위해 거쳐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출구로 나가는 구석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뭔가를 하고 있기에 가 봤더니 그것은 다름 아닌 음주 측정기였다.
물론 무료이다.
이 얼마나 건전한 시음회인가? 선진화를 위한 도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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