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람회의 인기로 미술관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지의 보도에 따르면, 런던아트페어에서 현대 회화 및 조각품들로 채워진 128곳의 전시장은 25,000명가량의 사람들로 꼭꼭 들어찼다. 중개인 중 한 명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며 “한 번의 전람회를 통해 한 해 동안 먹고살 것을 벌어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1999년 이전까지 런던에는 단지 하나의 평범한 미술 전람회만이 열렸을 뿐이다. 올해에는 영국 전역, 특히 런던에서 약 20회가 열릴 예정이다. 대략 90회는 전 세계에서 일정이 잡혀 있다. Frieze와 같은 대규모 이벤트의 성공으로 공예나 도예 등에 특화된 소규모 전시회들의 성장 또한 촉진되었다. 작년에 시작된 Art14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한국, 홍콩의 미술품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적인 전람회이다.
이 같은 호황은 현대 미술 시장의 전체적인 성장에 기인한다. 작년 전 세계 경매에서 팔린 모든 미술품의 4/5는 20세기 혹은 21세기 작품들이다. 11월 뉴욕의 현대 및 동시대 미술품 경매에서는 6억 9천1백 달러가 창출되었다. 오래된 미술품들이 박물관에 소장되면서 구매가 힘들어지자 최근 작품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런던의 미술품 시장은 러시아, 중국, 중동으로부터의 부유한 이민자들의 발길로 호황을 이루고 있다. 미술품 중개상인 케니 샤처 씨는 “23년 전에 시작했을 때는 비서구권 외국인 구매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지금은 세상이 변했다”고 말했다. 런던의 신흥 부호들은 미술품을 다른 식으로 구매한다. 이들은 보통 런던에서 별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고 미술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 특히 미술관들이 런던 중심가 밖으로 이동하면서 개개의 미술관을 방문하는 일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쇼핑센터와 같은 전람회를 여는 편이 훨씬 적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종전의 상업적인 미술관들은 화려한 저택을 꾸미려는 부유한 영국인들과 그 가족 및 친구들의 규칙적인 방문에 의존해왔다. 새로운 구매자에게는 그러한 ‘충성심’이 없다. 이들은 주로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얼굴을 내밀기 위해 전시회를 방문한다. 전시회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서 열리는 파티들은 얼굴도장을 찍기에도 더 적합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
몇몇 미술관들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변화하는 미술품 시장은 마치 1960년대에 조그만 약국들이 대형 체인점인 부츠(Boots)에 의해 잠식되어버렸던 것과 흡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Cork Street에 위치한 7개의 미술관들은 이달에 재개발로 인해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올해 말 5곳이 더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 전람회의 호황으로 미술관들은 더이상 도심 최고의 장소에 자리 잡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전세계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많은 이들은 온라인이나 집에서 일을 할 수 있다. 몇몇 전람회의 경우 여전히 전시를 위해 미술관 공간을 필요로 하지만, 굳이 런던 중심이 아닌 외곽의 작은 장소나 도시 밖이어도 상관이 없다. 한 미술관 소유주는 부유한 고객들이 런던 남부에 위치한 자신의 가게를 방문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는 거의 모든 고객들을 전람회에서 만났다며 자신의 사업을 고기 떼를 찾아 이동하는 낚시에 비유했다.
영국 유로저널 김대호 기자
eurjournal24@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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