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독일교민 편 시청 후기
작년에 KBS의 가요무대와 MBC의 구텐탁 이미자 공연이 성황리에 끝마침을 계기로 한국인의 밥상이 독일로 따라 올 줄 알았다.
지난 157회 방송은 베를린 지역을 찾았다. 교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 직장동료들이나 이웃간의 모임에서 쉽게 알려지는바 관심 있는 독일인들에게는 한국 대표음식으로 자리했으니 불고기 잡채 만두 김치이다. 방송에 나온 교민들 얘기는 전 지역에 사는 1세들과 공통된 삶이라 내가 그 옆에서 같이 있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아쉬운 점은 지역의 한인회나 교회 단체주관 행사 후 방문객들을 위한 한식위주의 식사 자리를 즐기는 동영상도 챙겼으면 좋았었겠다. 2 천 여명 되는 한국 유학생들의 자취방 음식을 찾아 엄마가 보내준 밑반찬을 알아보는 것도 좋았을 텐데. 한인이 재배하는 야채농장이나 콩나물 두부 떡 만드는 곳도 찾았으면 재미있었겠다. 가정 방문으로 제한된 지라 내용의 폭이 좁았다. 아무튼 찾아와줘서 고맙다.
한국인의 밥상은 방송을 거듭할수록 내용이 더욱 풍부해지고 최불암의 해설이 세련되어진다. 그가 이 프로에 발탁된 것은 전원일기 덕분인 것 같다. 제작진들이 땀 흘린 만큼의 수고로움이 프로의 유익함과 음식 맛을 더한다. 찾아간 음식 밥상에 대한 멘트 로는 그 지방이 고향인 사회적으로 알려진 인사들의 향토애적인 추억담이나 영양학자 음식 연구가가 짧게나마 가끔씩 도움 말 있으면 좋겠다.
내 고향 안동은 식혜 간 고등어 헛 제삿밥 그리고 찜 닭이 아주 유명하다.
어느 나라에 살던 교민 1세들은 고향의 음식 맛으로 밥상을 차린다. 식구간에 음식을 먹다 보면 자식들은 부모님의 고향 얘기 그 시절의 생활상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밥상머리 교육으로 자녀들은 정체성에 대해 은연중 가다듬는 게 있겠다.
나의 아내는 밥 지을 때 씻은 쌀을 꼭꼭 눌린 다음 물 잡을 때에는 항상 손등 위로 물이 살짝 올라와야 밥맛이 좋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다. 전기 곤로 전기 밥솥이 일정한 온도로 가열하는데 그게 무슨 대수냐고 시큰둥해 봤지만 생각을 달리했다.
친정 엄마 따라 습관적으로 하지만 그렇게 밥 만들고 반찬 하면서 간간히 스치는 엄마생각이 있을 것 같아 그 짧은 행복감을 깨트리지 말자는 이유였다. 밥의 정의는 곡식을 물에 넣고 끓인 먹거리인데 대체로 쌀로 지은 것을 밥이라 한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편안함이요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이다.
간난아기의 울음은 두 가지이다. 똥 치워달라는 울음은 높고 낮음이 불규칙적이고 젖 달라는 울음은 아주 크다. 다른 사람들은 먹기 위해서 살고 나는 살기 위해서 먹는다고 소크라테스가 한 말은 철학적 위트이다.
식구(食口)는 그 집안 사람들이다. 밥 먹는 입이 몇 개냐라는 뜻이다. 옛 날부터 먹는 게 그렇게 어려워서 나온 말이다. 끼니 챙기는 일이 힘드니 식사(食事)이다. 어른들께는 진지 드셨습니까 아랫사람들에게는 밥은 먹고 다니냐는 인사말이 오랫동안 자연스러웠다.
창검으로 싸우던 시대에는 야전에서 군대의 규모를 적에게 노출 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진지를 떠 날 때 밥 짓던 자리를 말끔히 청소하거나 일부러 밥 짓던 돌무더기를 많이 늘리는 전략도 있었다. 반 농담이지만 오죽하면 잔칫집에 갈 때에나 잘 차려진 밥상 앞에선 목구멍에 때 벗긴다고 했을 까.
목구멍이 포도청 이다는 긴박감도 있다. 사흘 굶으면 못 넘을 담장이 없다. 의식이 풍족하면 사람들은 예의를 찾고 개인 가치를 드높인다. 그 당시 집안이 넉넉하지 않은 자녀들은 공부를 잘해도 부득이 사범학교 사관학교 국공립학교 입학하여 취직하기 쉬운 공부를 했다.
군대 말뚝 박기나 공무원 취직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좁았다. 이도 저도 아니면 집안에 입하나 줄인다고 잘사는 친척집에 보내거나 공장 취업 심부름꾼 식모살이가 흐름이었다. 아낙네들은 남의 집 삯바느질 빨래해주기 일감 거들어주기 등등으로 산 그런 힘든 시절이 50여 년 전인데 이제는 너무 먹어서 탈이다. 해외 수입품목들도 엄청나다.
암(癌)은 세 개의 입이 산처럼 많이 먹어 생기는 병이다.
의학이 발달되면서 암 발병요인들이 음식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지만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물도 꼭꼭 씹어야 한다. 음식을 꼭꼭 씹어 먹으면 그만큼 입안의 침이 많이 분비되어 위장의 소화를 돕는다.
침과 위장의 소화액은 찰떡 궁합이다. 빨리 먹거나 많이 먹으면 몸 속의 기관들이 비상이 걸려 소화 기관에 피를 지원해준다. 뇌 속 피도 사용되었기에 식곤증이라는 나른함이 생기게 된다.
천천히 먹고 꼭꼭 씹어야 장기가 덜 피곤하고 소화도 잘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맵고 짠 음식이 몸에 해로워도 입맛 탓으로 넘어 가지만 식욕 자체가 양념인데 굳이 그렇게 맛들 게 아니며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로 자제해야 한다.
12억의 인도인들에게는 치매 환자가 적다. 이는 따뜻한 성질의 카레를 즐겨 자주 먹기 때문이다.
카레의 성분이 한국인들에게는 비위가 상하고 어릴 때 자주 먹지 않아 입맛이 당기지 않고 냄새가 지독하여 멀리하는데 이젠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 마음 내키면 해외여행도 쉽게 다니는 판에 굳이 한식만 즐길게 아니다.
나이가 들면 입맛보다 몸을 위한 건강식단이 중요하다. 3천 갑자 동박삭이 인절미 먹듯 한다는 속담은 음식을 오래오래 씹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3 천 번이나 갑(甲)자를 맞고 오래 산 것 같다.
중국인 특유의 과장법이라 해도 건강 상식이 된다. 그의 베개는 종잇장이었다 한다.
사람이 드러누우면 심장 콩팥 다리가 일직선상으로 되어 심장이 편하고 콩팥 기능이 원활하여 몸 안의 수분 운행이 좋아져 오줌 양이 많아진다. 자다가 한 번쯤 깨어 소변 보는 것도 그리 염려스러운 것은 아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백문이 불 여 일견 이라지만 눈도 한 번쯤은 속는 게 있다. 음식은 먹어 봐야 안다. 아줌마 떡도 맛있게 보이지만 먹어 봐야 안다. 그런데 입맛도 대단하다. 한 숟 깔 만 떠 먹어도 그릇에 담긴 맛을 다 알 수 있다.
나는 식도락이라는 말에는 반감이 생긴다. 음식 맛이지 음식을 위한 식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누가 지옥 천당을 구경갔다. 지옥에 갔더니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아주 소란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알아봤다. 그들이 들고 있는 수저가 1미터쯤이나 컸다. 그 큰 수저로 식사를 하려니 아주 힘들어 아우성 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식사 끝 종이 울리고 말았다.
천당에 갔더니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여기서는 분위기가 아주 조용조용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알아봤다. 그들이 들고 있는 수저 또한 1 미터쯤이나 컸다. 그런데 앞 사람이 자기 수저로 건너 편에 앉은 사람에게 밥을 떠 먹여주고 있는 게 아닌 가. 밥 씹는 동안 그는 자기 앞사람에게 밥을 먹여주고 반찬을 떠준다.
식사를 하는 모습이나 좋아하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도 있다. 한국인의 밥상의 이미지는 단연 무쇠 솥이다. 남정네들에게 지게 지팡이가 있다면 아낙네들에게는 부지깽이가 있다. 땔감의 불 기운 조절하다 보니 자꾸 짧아지다가 자기도 땔감이 된다.
군밤 감자 파 묻고 꺼 낼 때는 항상 부지깽이 끝이 불에 타올라 잽 싸게 끈다고 짚 북데기를 쿡쿡 쑤시다간 나중에 연기가 피어 오르며 불길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기를 태워 불 밝혀주는 촛불만 고상한 줄 안다. 부지깽이도 제 역할이 있으니 사람들의 직업 행위에도 나름의 의미로 함께 사는 세상살이이다.
함께 가면 힘들지 않고 멀리 갈 수 있다. 사람들은 서로 인생의 동반자인 셈이다.
비빔밥이 갖은 채소로 어울려 맛있듯이 팔도 음식으로 차려지는 밥상은 음식 차원을 넘어 서로간에 인간적 친밀감을 더해준다.
같이 만들면서 같이 먹으면서 우리가 된다.
밥의 힘이다.
2014년 2월 2일. 독일에서 손병원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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