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를 돋보이게 하는 찻잔 <버얼리 Burleigh>
커피보다 차를 더 사랑하는 나라, 바로 영국이다.
차는 맛 뿐 아니라 차를 마시는 시간과 문화까지 이해했을 때, 그제야 차를 사랑하게 된다.
중국에서 전해져온 찻잎은 당시 영국 귀족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중국에서 건너온 도자기 주전자와 찻잔에 차를 마시는 문화는 상당한 돈을 필요로 하는 고급 취미였다.
산업혁명 이후 해상 무역권을 독점하게 된 영국은 차에 대한 수입관세를 대폭 인하하여 홍차를 마시는 문화가 일반인들에게도 퍼지게 되었다. 그 결과 영국은 많은 양의 홍차와 도자기들을 수입하였고 중국 입장에서는 영국 물품에 대해 별 흥미가 없었기에 오로지 화폐가치가 있는 은화만을 요구하였다. 그로 인해 영국의 은화는 급속도로 빠지기 시작하였고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 아편을 재배하게 하여서 이것을 중국에 널리 퍼지게 하였다.
중국은 아편으로 인해 여기저기 중독자가 늘어나고 화폐로 사용하던 은을 모두 아편 구입에 소진하고 있는 상황이 되자 결국 아편 무역 금지령을 내리게 되고 영국 상인들의 아편을 몰수하여 불태워버리고 영국은 이를 계기로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이것이 그 유명한 중국과 영국간의 아편전쟁인데, 원인을 따지고 보면 영국의 홍차문화 증가에 따른 것이어서 다른 한 편으론 홍차 전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영국은 베일에 쌓여 공개되지 않는 차 재배 기술과 종자를 중국에서 몰래 빼내와서 당시 식민지였던 인도와 실론섬에서 재배하는데 성공하였고 현재까지 좋은 품종의 찻잎을 제공하는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영국의 도자기 마을
홍차와 더불어 같이 유행하던 것은 다기였다.
지금도 홍차에 관심있는 사람치고 홍차 도구와 그릇에 관심 없는 사람이 드물 정도인데, 홍차 문화가 한창 유행할 때 영국 상류층에서는 중국산 도자기 하나 없으면 상류층이 아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의 도자기도 같이 유행하였다.
중국산 도자기를 모방하며 만들던 영국은 중국과 같은 흙이 나오질 않자 소뼈를 갈아 넣어 만들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본차이나’의 탄생이다.
질 좋은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좋은 성분의 점토가 필요하게 되었고 스태퍼드셔는 그 조건에 딱 부합하는 장소였다.
지금까지도 스태퍼드셔에 위치한 스톡 온 트렌트(Stoke-on-Trent)가 도자기 마을로 유명한 이유는 더 좋은 도자기를 만들고자 노력했던 장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홍차와 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스톡 온 트렌트는 꼭 방문해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인데, 총 6개의 도자기 마을로 이루어진 이곳에는 ‘영국 도공의 아버지’라고 칭송받는 웨지우드를 비롯, 포트메리온, 덴비, 로얄덜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 비교적 역사도 짧고 한국인들에게 크게 알려져 있지 않은 브랜드이지만, 영국 사람들과 몇 년전부터는 일본사람들에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버얼리(Burleigh)라는 브랜드가 있다.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잔잔한 꽃무늬가 홍차와 잘 어우러지며 아름다움을 극대화하여 아기자기한 티웨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버얼리 역시 스톡 온 트렌트에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공장 안에는 버얼리의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매장은 그리 크지 않고 은은한 느낌을 잘 살려, 화려함보다는 친근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작은 입구를 들어서면 라인별로 그릇을 배치해놓았는데, 중간 중간 찬장에는 버얼리 그릇들을 예쁘게 조합하여 하나의 컬렉션을 만들어놓았다.
무조건적으로 같은 모양의 그릇을 세트로 맞추어 사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서 장식해놓은 찬장을 참고하며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 수 있는 특징이 있는 탓에 마치 옷을 입듯이 여러 가지 무늬를 조합하는 재미가 있는 다기이다.
한 켠에는 간단하게 티를 마실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고, 따뜻한 벽난로도 있어 마치 그릇을 좋아하는 친구집에 놀러온 듯 한 느낌을 받는 곳이다.
◆교통편
가장 편한 방법은 아무래도 자차이용이다. 런던에서 약 2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공장 별도로 무료 주차장도 운영하고 있기에 자차로 가면 더 없이 편하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한다. 이 때 스톡 온 트렌트 역에서 내려서 버얼리가 위치한 매장까지 다시 한 번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다소 번거로울 수도 있다.
스톡 온 트렌트 역에서 롱포트(Longport)로 가는 기차를 한 번 갈아 타고 롱포트 역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매장이 있기에 물건을 많이 구입 할 때는 역까지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빠질 수가 있다.
기차를 예매할 때 플러스티켓을 예매해서 역에서 버얼리 매장까지 가는 버스를 타거나 저렴하게 운영되고 있는 콜택시를 이용하는 편이 가장 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글, 사진 / 영국 유로저널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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