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통해 누군가의 자살 소식을 접하다 보면 어떤 경우는 정말 그럴 만도 했구나 싶을 만큼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가는 사연도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고작 그것 때문에 자살을 했어야 했나 싶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사연도 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자살은 잘못된 것이고 어느 누구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선택임은 분명하다. 나는 경우에 따라서 누구는 자살을 해도 되고 누구는 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누가 봐도 정말 저 정도면 살기 싫었겠다 싶을 만큼 사방이 가로막힌 듯한 힘겨운 상황에 처해서 자살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건강, 가족, 돈 등 삶의 모든 요소들이 전부 잘못되어 있고, 그 상황에서 도저히 헤어나올 길이 없는, 오히려 하루 하루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가는, 그래서 단 하나의 잘 되는 일도 없고, 단 하나의 즐거움도 없는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보편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그 정도면 비교적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데, 심지어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삶을 살고 있었음에도, 정작 본인은 그의 삶에 좋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 지를 깨닫지 못하고 어떤 한 가지의 이유로 인해 자살을 택한다.
즉, 그 사람의 삶을 보면 아홉 개의 좋은 것들이 있는데, 안 좋은 것 하나 때문에 그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마치 하나가 아홉을 파괴하는 셈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과연 누가 그런 미련한 선택을 할까 싶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런 선택을 통해 아까운 삶을 마감했으니, 얼마든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삶의 초점이,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디에 맞춰져 있느냐다. 삶의 모든 요소들을 열 개라고 가정할 때, 물론 그 열 개를 다 좋은 것들로만 누린다면 더 없이 행복한 삶을 살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삶의 요소들 중 적어도 한 두 가지 정도는 안 좋은 것,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삶의 초점을,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 안 좋은 것 하나에 맞추면 문제가 된다. 나머지 아홉 개의 좋은 것들을 바라보면 그래도 감사하게 되고, 그래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데, 안 좋은 것 하나에 집중하고 집착하게 되면 나머지 아홉 개 좋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게 되고 잊어버리게 된다.
급기야 그 안 좋은 것 하나가 전부라고 생각해서 그것 때문에 불행해지고, 심지어 삶 전체를 파괴하기도 한다.
누가 봐도 나름 괜찮은 인생이었는데 어떤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자살을 택한 사람들, 비록 그 한 가지 이유가 그 사람에게는 너무나 큰 고통이거나 버거운 짐이었을 지라도, 그럼에도 자신의 삶에 존재하는 나머지 좋은 것들을 깨닫고 있었더라면 그래도 자살을 택했을까?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부정적인 상황이 아닌데도, 부정적인 것 하나에 집착하면 그것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게 만든다. 급기야는 그 부정적인 것 하나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그나마 긍정적이었던 나머지 아홉 개 마저 잃게 될 수도 있다.
부정적인 것에 대한 집착이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반면에 삶의 초점을,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긍정적인 것에 맞추면 비록 그 긍정적인 것이 단 하나일 지라도 그 삶 전체가 긍정적으로 여겨지게 된다.
즉, 인생의 요소들 중 아홉 개가 안 좋은 것들일 지라도 단 하나의 좋은 것에 감사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안 좋은 아홉 개를 이겨낼 수 있고, 심지어 그 안 좋은 아홉 개를 좋은 것으로 바꿀 수도 있다.
모든 걸 마냥 좋게만 보자는 얘기가 아니다. 무조건적인 낙관주의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들이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삶을 파괴할 수도, 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아홉 개의 안 좋은 것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좋은 것 한 개를 바라보며 삶을 이겨내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인데, 하물며 좋은 것 아홉 개를 갖고 있으면서도 안 좋은 것 한 개를 바라보며 불행해하고 심지어 삶을 포기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고 슬픈 일인가?
우리는 비록 그 누군가처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지만, 아홉 개의 좋은 것을 바라보지 못하고 한 개의 안 좋은 것만 바라보며 소중한 삶을 허비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렇게 산다면 훗날 세상을 떠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 아홉 개를 충분히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지 못했음을 후회할 텐데...
지금 나의 삶이 불행한 것 같고 슬픔으로 가득찬 듯 하다면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삶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그것이 삶을 파괴할 수도, 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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