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민주당의 신당에 진정한 정치개혁을 기대한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선거 연대를 넘어 합당에 전격 합의하여 정치권에 격변이 예고된다. 각자도생으로 지방선거를 치른 후 성적표에 따라 야권 내 지형 재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점쳐졌던 정국이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90일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에서 3자 대결의 어부지리를 노렸던 새누리당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자립갱생이 불가능한 급조된 신생 정당과 야권 짝짓기라면 무엇이든지 내던지는 제1야당과의 야합”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 새정치연합은 비공개 지도부 회의를 통해 통합을 추인했고, 문재인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이 찬성 의견을 표명했다.
창당도 하기 전에 민주당 지지율을 제치며 기염을 토했던 안철수의 독자 정치세력화 실험은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엊그제까지 “정치공학적 야권 연대는 없다”며 독자 노선을 천명했던 안철수의 공언은 빈말로 끝났다. ‘새 정치’라는 이름에 걸맞는 노선과 정책, 인물 영입의 실패는 조직된 대중의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일시적 인기에 편승한 정치세력화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안철수의 새 정치 실험은 결국 ‘기초 단체 무공천’을 명분으로 민주당과의 합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막을 내렸다.
새누리당에 끌려다니며 대선부정 진상규명도 국정원 개혁도 모두 놓쳐버린 민주당은 합당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합당의 명분으로 기초단체 무공천을 선언하면서도 정당명부비례대표제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만 봐도 신당창당이 추구하는 정치개혁의 한계가 드러난다. 합당을 선언하면서 대선부정 진상규명, 민생 경제 등을 나열하기는 했지만, 그간의 행태로 보건대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새누리당, 민주당, 새정치연합 3자 구도로 치러질 예정이던 6.4 지방선거가 양자 대결 구도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 야권지지자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으로 보인다. 3자 구도에서의 완패를 막을 수 있고, 당장 야권의 복잡한 계산을 필요로 했던 경기도지사나 부산시장 선거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것만 봐도 신당 창당의 의미가 확인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신당 창당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2012년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가 야권의 전반적인 진보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의 신당 창당은 야권의 전반적인 보수화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의 양 주체인 김한길 체제의 민주당이 민주당의 전통에서 가장 야성이 결여된 지도부였다는 점이나, 안철수 의원의 이른바 '새 정치'가 기실 보수와 진보를 뒤섞어 놓은 것에 불과했다는 것은 새로 만들어질 야권의 신당이 전반적인 한국 정치의 우경화로 기울어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신당의 정체성은 ‘우경화된 민주당’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전과 희망 대신 현실적 타산이 신당창당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정당의 덩치가 커진다고 힘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큰 민심을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신당 창당이 선거를 앞둔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이 아니라 진정한 정치개혁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관련 기사 : 정치 5 면 ,단독 칼럼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