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순이 원광디지털대학교 학위수여식
오래 전 방송통신대학교가 인기일 때가 있었다. 지금은 사이버대학이나 디지털대학이 있어 외국에 있는 사람들도 인터넷사정만 좋으면 대학공부를 할 수 있다.
한국하고 시간대가 맞지 않으니 어려움이 있겠지만 일일이 대학교에 출석하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출석체크를 하면 되고, 1년에 1-2번 한국에 나가 특강을 듣거나 실기시험을 치고, 필기시험은 정해진 시간 안에 인터넷에서 보면 된다.
요즘 중부독일에서 열심히 우리 것에 미쳐있는 송순이 선생을 찾아 그녀가 금년 2월15일 대학교 학위수여증을 받게 된 배경을 들어봤다.
1986년 독일에 건너와 거의 잊고 살았던 우리 전통예술문화를 1997년 우연히 접하게 되는 송순이는 당시 간호사로 독일에 온 1세들이 취미 삼아 배우고 있던 랑엔펠트(Langenfeld) 어머니풍년단(당시 단장: 김인) 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다.
둘째아이가 아직 유치원생이었고 연습실까지의 교통편도 불편해 엄두가 나지 않아 망설였고 고민도 많이 했었지만, ‘어렸을 때 풍물소리 상여소리 다듬이소리를 듣고 자라서 일까 장구를 배우고 싶은 욕망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잠을 설치고 설렘과 기쁜 마음으로 연습실을 찾아 나섰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우리나라 악기에 끼가 있었던지 처음 취미로 시작한 장구에 매력을 느끼고 좋아지게 되면서 지금은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는데 제일 늦게 시작했으면서도 후에는 랑엔펠드 풍년단 어머니팀을 지도하게 되고 자녀들에게도 장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배우기 싫어하던 아이들이 서서히 관심을 보이는 걸 계기로 용감하게도 2002년도에 뒤셀도르프 한글학교(당시 교장: 심동간) 사물놀이반을 창설하게 된다.
그녀의 목마름은 계속 된다. 고국도 아닌 타국에서 한국말을 배우고 익히는데도 힘이 드는데 우리 음악을 배워 보겠다고 장구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을 대할 때 마다 마음이 아프고 안쓰럽고 부족한 자신이 안타깝고 왠지 미안하기까지 했다는데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고 체계적으로 지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고 ‘열심히 두드린다고 해서 잘 치는 것이 아니다’라는 걸 느끼면서 장구치는 방법과 원리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이 목을 마르게 했다. 그녀는 2003년부터 여름 방학이면 한국 부여에 있는 ‘부여한울림교육원(예술감독: 김덕수)’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동원해서 부여에 가서 새로운 것을 배우게도 했는데 2006년 세계사물놀이 대회에서 해외부문 우수상(뒤셀도르프 학생들과 베를린 학생들 한 팀으로 구성하여 출전)을 수상기도 했다.
그녀에게도 어려운 시기는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로 생각 없이 장구를 쳤는데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어려워지고 생각과는 달리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걸 느꼈을 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 동안 들였던 공력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단다. 일주일에 한 번 2-3시간 연습이다 보니 빠질 수가 없어 유치원이 쉬는 날에는 아이와 함께 가고, 자동차가 없을 때는 자전거 아니면 버스를 이용했어야 했다. 아픈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갈 때도 있었고, 허리디스크가 생겨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참아가며 뜨거운 물주머니를 허리에 달고 풍년 단을 위해 봉사지도 했다. 주위에선 이런 자신을 두고 미쳤다고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고 자신이 신기할 정도라니 그녀의 끼가 아니고서야 지금의 그녀가 있을 까 싶다.
송순이는 그 동안 학생들을 지도하고 여러 어머니팀들을 지도하면서 마음 한편에 늘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방법 찾기가 어려웠단다. 그러던 중 모든 대학이 전통공연예술학과가 있는 건 아닌데 원광디지털대학교에서 가.무. 악을 다 배울 수 있는 학과가 있다는 정보는 그녀에게 서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2010년 3월 남편(Dr. Thomas Markert)과 자녀(현 로타와 수연 이레네), 친구와 친정식구들의 격려와 응원 속에 50 이 훨씬 넘은 나이에 대학문을 두드리게 된다.
컴퓨터에 대해 마우스 작동도 잘 모르던 그녀는 자식들의 도움으로 컴퓨터에 대한 기본상식을 배워야 했다.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독일에서 공부하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대학교 조교와 전화통화로 문제해결을 하기도 했다. 9년전 김동원(원디대 교수) 선생님의 호흡에 관한 강의를 들으면서 궁금증이 확 풀렸다는 그녀는 그렇게 알고 싶어했던 귀한 것을 얻어서 대만족이었고 행복했었단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라, 쉽게 자연의 이치에 맞게 원을 그리듯 바다의 파도가 출렁거리듯 위 아래로 운동적 경향에 잘 어울리게 몸과 마음을 써야 하며 장단의 기운을 살려서 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원리를 알고 나니 그 후부터 타악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단다.
대부분 직장인들이 다니는 대학이라 4년안에 졸업을 하기도 어렵다는데 송순이는 3년반만에 졸업을 하게 된다. 그것도 장학금을 받아가며 좋은 성적으로 마칠 수 있어서 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은 했지만 아직도 그녀의 목마름은 여전하다. 독일에서의 공부는 자신과의 싸움이니 뿌리가 약해 엉성하게 버티고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지만 언젠가는 건강하고 단단한 뿌리를 가진 멋있게 자란 나무가 되어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단다.
4년동안 1년에 2번씩 한국에 나가 특강을 듣고 따로 개인지도를 받고 돌아오곤 했는데 지금까지 군소리 없이 경제적인 면이나 집안 일을 뒷받침해 준 남편과 아들 딸에게 감사하단다.
뒤셀도르프 한글학교에서 6년동안 교장으로 봉사하기도 한 그녀는 현재 뒤셀도르프 한글학교와 국제학교에서 전통악기를 가르치고, 독일인 4명이 함께 하는 학부모들에게도 장구를 지도하고 있다.
전에 독일학교에서 장구를 특별활동에 넣고 싶어 했는데 교사자격증이 없어서 쉽게 응하지 못했는데 이제 실력도 자신 있고, 교사자격증도 있으니 앞으로는 독일인들에게도 한국전통예술을 소개하고 싶단다.
독일 유로저널 오애순 기자(mt.199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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