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국인 학부모님들께 (1)

by eknews03 posted Mar 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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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이왕 교육 관련 얘기를 꺼낸 김에 이번에는 영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교육 얘기를 해보려 한다.

 

사실, 이 얘기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당장 나와 이웃일 지도 모르는 분들에게 해당되는 얘기일 수도 있기에.

 

나는 영국에서 초중등 교육을 받았거나 영국 대학입시를 경험한 사람도 아니고, 영국의 교육 기관에서 종사하거나 교육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것도 아니며, 영국에서 교육을 시키는 자녀가 있는 것도 아니니 어쩌면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꺼낼 자격이 없는 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지난 6년 반 동안 영국에서 헤드헌터로 근무하면서 겪은 수 많은 한국인 구직자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영국에서 부모와 함께 자라고 교육 받은 소위 교민 자녀들을 보면서 느꼈던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우리 회사 (외국인)경영진에 따르면 7년 전 우리 회사에서 한국 비즈니스를 새롭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영국 내 한국인들의 이력서를 보니 거의 대부분이 대학 교육을 받은 고학력자라는 점 때문이었다. 외국인의 시선에서는 한국인들이 전체적으로 우수한 두뇌로 우수한 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재로 보였던 셈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인인 내가 보는 시선은 조금 달랐다.

 

모두가 알다시피 언제부턴가 한국에서는 대학 진학률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기본적으로 대학은 나와야 인간 대접을 받는다는 한국인들의 오랜 인식  때문인지,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되는 이들까지 이제는 마치 필수 코스처럼 대학에 진학한다.

 

솔직히 일부 대학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대학들은 나와봤자 그야말로 대학 졸업장 따는 것 외에는 남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러면서 4년이라는 소중한 시간과 만만치 않은 학비를 허비하는 셈인데도 다들 울며 겨자먹기로 어떻게든 대졸자가 되려 한다.

 

그렇게 대졸자들이 과잉 공급되면서 자연스럽게 학력 인플레가 생기고 고학력 실업자들이 대거 양산된다. 굳이 관심도 없고 적성에도 안 맞는 전공을 택해 실속 없는 대졸자가 될 바에는, 차라리 기술을 배우거나 저마다의 적성에 맞는 다양한 진로를 준비한다면, 그 개인은 물론 사회에도 훨씬 더 유익할텐데 말이다.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서, 내가 보기에는 영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한국인 부모들 역시 이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 영국에서 자라고 교육받는 교민 자녀들 역시 지극히 한국적인(?) 부모들로 인해 불필요한 대졸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내 자식 내가 대학 보낸다는데 감히 니가 뭔데 함부로 얘기하냐?”고 발끈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도 좀처럼 취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더욱이 왜 대학에 진학해야 했는지 혹은 왜 그 전공을 택해야 했는지에 대해 본인 스스로도 답을 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이에 대해 회의감을 갖는 청년들을 보며 너무나 안타까웠고, 그래서 나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참고 삼아보시라는 것 뿐이다.

 

그래서, 부모님들께서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한국적인 인식을 내려놓고, 영국에서 자녀가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하는 지 영국의 현실에 맞게 자녀를 인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헤드헌터로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채용을 진행하다 보면 해당 채용 분야의 실무 경력도 없고, 그 분야를 전공하지도 않은 구직자의 이력서들이 심심찮게 접수된다.

 

이력서를 보면 영국의 명문대학에서 학사는 물론 석사까지 마쳤는데, 전공한 분야의 경력은 전혀 없고, 그렇다고 보통 영국 대학생들이 학업 중 한 두번 정도는 경험하는 인턴쉽이나 파트타임 경력도 없으며, 해외 봉사나 특별 활동 같은 경험도 거의 없다. 그야말로 학창시절 내내 공부만 한 것이다.

 

이런 경우는 혹시 대졸 신입 채용에라도 연결해주려는 생각에서 지원자와 통화를 하거나 연락을 시도해본다. 그렇게 해서 대화를 나눠보면 그 전공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전공에 맞춰 직장/직업을 구하려는 생각도 없고, 본인이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면서도 명문대학은 졸업했는지라 눈높이는 높아서 평균 이상의 연봉이나 심지어 때로는 비현실적인 높은 연봉을 고집한다.

 

슬프게도 이런 친구들은 졸업 후에도 장기 실업자 신세가 되거나 아니면 나중에서야 눈높이를 낮추고 그야말로 아무 직장이나 들어가서 의미 없는 커리어를 시작한다.

 

이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이들은 그저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고, 심지어 대학이나 전공을 선택할 때도 부모의 의견을 따랐을 뿐인 경우가 많았다.

 

대학을 다니는 중에도 부모가 공부만 열심히 해라.”라고 해서 인턴쉽이나 파트타임 일도 하지 않고서, 부모가 지원하는 학비와 생활비를 받으면서 그냥 공부만 하면서 지낸 것이다.

 

아마도 그 부모는 한국식으로 생각해서 영국에서도 괜찮은 대학을 무난한 전공으로 졸업하면 자동으로 괜찮은 연봉을 받으면서 취업이 되고, 사회적으로도 대졸자라는 괜찮은 대우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부모는 한국에서 그렇게 괜찮은 대학 졸업장만 따면 나머지는 알아서 해결되는 사회를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대가 바뀌었고, 무엇보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영국이라는 점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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