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러시아 합병 결의, '세계 경제 타격, 2 차 냉전 시대 도래'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로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 결과가 96.77%의 찬성을 보이면서 서방국가들의 비난 속에 크림 의회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러시아에 합병 요청을 보내면서 2 차 냉전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선거 결과가 발표가 되자마자 크림 의회는 서방의 비난에도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러시아에 합병 요청을 보내는 등 러시아로의 귀속 절차를 서둘러 추진했다. 의회는 반도 내 모든 우크라이나 자산을 크림이 국유화한다고 선언하는 한편, 러시아의 루블화가 제2통화로서 우크라이나의 흐리브냐화와 함께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크림반도 내의 우크라이나 군을 해산한다면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크림공화국에 충성하거나 반도를 떠나라고 말했다.
주민투표에 뒤이은 크림 공화국의 독립국가 선포는 러시아로의 귀속을 위한 사전 절차 가운데 하나로 독립 후 러시아에 편입하겠다는 의미다. 크림 공화국이 러시아로 귀속하기 위해선 러시아 하원과 상원 승인, 그리고 대통령 서명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7일 크림의 독립주권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대통령령(칙령)에 서명함으로써 러시아가 크림을 받아들일 준비를 진행해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23년 만에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영토로 귀속되게 될 전망이다.
러시아 국민은 크림반도의 병합을 1954년에 분할된 ‘러시아의 옛 영토’를 되찾는다는 것으로 보는 성향이 강한 만큼 정치·경제적 실익을 떠나 병합을 하는 것이 응당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며, 크림반도 사태와 관련한 강경대응으로 인해 푸틴의 지지율은 한 달 전에 비해 약 10%p 오른 71%를 기록해 지난 3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만약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귀속된다면 러시아는 경제적인 실익보다는 첫째로 옛 소련 영토의 회복, 둘째로 해군기지 거점을 위한 부동항 확보,셋째로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통한 여론 결속 및 지지율 유지,넷째로는 유라시아연합 등 향후 역내 통합을 위한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 과시 등의 의미를 확보하게 되기때문이다.
이번 주민투표에는 약 153만명중에서 소수 민족으로 인구 12%를 차지하는 타타르계 주민들은 투표를 거부해 총 유권자 중 83%가 참여해 약 97%라는 압도적인 찬성을 나타냈다.
러시아는 이번 크림반도 귀속에 있어서 이미 주민투표 전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관련 절차를 준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크림반도 사태 관련 예상되는 3개의 시나리오중에서 러시아가 가장 선호하는 방법으로는 크림반도를 러시아 연방의 일원이면서도 자치권을 계속 부여하는 방법이다. 이는 러시아 입장에서도 다른 행정구역으로 병합하는 것보다 절차가 간단하고, 추후 예상되는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대응 논리를 펴기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방법으로는 병합 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자치권을 인정한다는 성명을 신속하게 발표하고, 연방 병합에 대해서는 절차상의 이유로 언급을 미루어 병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피하고 국제사회의 반대로 결렬될 경우는 주둔 병력을 강화해 크림반도에 대한 영향력 유지만 하면된다.
마지막으로 독립지위나 자치권을 가지지 못한 채로 연방에 병합되는 경우로 반대 세력(우크라이나 정부, 크림반도 내 반러시아 성향 주민)들의 저항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 러시아 정부의 최악수가 될 수 있다.
한편,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과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러시아 군대가 크림반도를 이달 초부터 사실상 무력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는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즉각 반발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EU 외무부 장관들은 17일 푸틴 대통령의 측근을 중심으로 11명의 러시아 정치인과 군부 인사 및 크림반도 정치인에게 자산 동결 및 여행금지 등의 제재를 했다. EU 또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 인사 8명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서방 언론들도 "러시아가 동유럽에서 미국·EU와 공개적 경쟁을 벌이면서 '냉전 2라운드'에 돌입하게 됐다"고 전하면서 2차대전 이후 이념 대결은 사라졌지만 서방 진영과 러시아의 패권을 둘러싼 정치·외교·경제 대립 양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크림 반도 [Krymsky Poluostrov]
크림 반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 주와 거의 일치하는 반도로서 흑해와 아조프 해 사이에 자리잡고 있으며, 페레코프 지협을 통해 본토와 연결된다. 최적의 조건을 갖춘 항구도시인 세바스토폴은 오랫동안 러시아의 해군기지로 쓰였다. 오랫동안 바흐치사라이를 수도로 삼았던 타타르족의 본거지였으며, 1783년 러시아에 합병되었다. 타타르족의 '크림 소비에트 사회주의 자치공화국'은 나치에 협력했다는 혐의로 1944년 폐지되었으며, 타타르족은 1945년 중앙 아시아와 시베리아로 추방되었다. 법적으로 1967년 복권되었으나 귀환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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