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그래 나도 변했으니까
모두 변해가는 모습에 나도 따라 변하겠지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그래 너도 변했으니까
너의 변해가는 모습에 나도 따라 변한거야
이리로 가는걸까 저리로 가는걸까
어디로 향해 가는건지 난 알수 없지만
세월 흘러가면 변해가는 건 어리기 때문이야
그래 그렇게 변해들 가는건 자기만 아는 이유
- 김종진 작사, 봄 여름 가을 겨울 노래
이 노래를 처음 접했던 시기는 군 복무 중 일병에서 상병으로 넘어가는 2000년도 2월의 추운 겨울날이었다. 당시 첫 사랑이었던 여자친구는 그래도 입대하고서 1년 동안이나 의리를 지켜주었지만, 결국 이 시기에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
하필 그 이별 통보를 받고서 열흘이나 되는 긴 휴가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 때 휴가 나와서 이 노래가 담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카세트 테잎을 들으면서, 특히 이 노래가 내가 처한 상황과 맞아 떨어져 뼛 속 깊숙히 이 노래를 처절히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이 노래는 요즘 아이돌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들은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노랫말을 갖고 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사람들의 변하는 모습, 그리고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변하는 모습을 조금은 씁쓸하게 읊조리는 듯 하다.
어제는 오랜만에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해서 함께 식사를 했다. 2005년 9월 영국에 유학생으로 처음 도착하고서 그 시기에 만났던 내 또래 지인인데, 평소 자주 만나지는 못하고, 그저 이렇게 일 년에 한 두 번 정도 만나는 사이다.
그런데, 그렇게 정말 어쩌다 한 번 만나는데도 이 분은 참 변함이 없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는데, 나조차도 너무 많이 변한 것 같은데, 이 분은 지난 9년 전 봤던 그 모습, 그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 하다.
참 한결같이 온유하고 바른 품성을 지녔으며, 주위 사람들에 대한 마음 역시 변함이 없고, 자신이 속한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묵묵히 지켜주는 듬직함을 지녔다.
나도 살면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악한 짓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분과 함께하고 있으면 괜히 상대적으로 나는 참 못된 사람인 듯한 착각(?)이 생길 지경이다.
이 분을 통해 내가 영국에 처음 왔던 당시 알았던 사람들에 대한 소식도 듣게 된다. 지금은 대부분 안부조차 전하지 않는, 그렇게 어느새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간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소식을 들어보니 안타까운 사연이 더 많다. 그 안타까움이란 그들이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했거나 하는 데서 오는 안타까움이 아니라, 그 당시에는 한 배를 타고 함께 했던 사람들 간의 관계가 깨지고 상처들을 남기게 된 데서 오는 안타까움이다.
참 많이도 변해버린 사람들이 마음, 관계, 그렇게 사람들이 변해가는 것은 정말 저 노랫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어리기 때문에, 우리는 자기만 알기 때문인 것일까?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 참 많이도 변해버린 것 같다.
지금 쓰고 있는 ‘서른 즈음에’는 유로저널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2007년 1월 처음 썼던 글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글이 남겨져 있다.
나는 가끔 그렇게 지난 세월 써내려간 ‘서른 즈음에’를 다시 읽어보곤 하는데, 특히 유학생 시절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 그 때와 비교해볼 때 지금의 내가 참 많이도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때는 지금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갖추지 못한, 막막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던 시절임에도, 그 때의 나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순수했고, 더 따뜻했으며, 더 많은 꿈을 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을 바라보는, 세상을 바라보는, 삶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훨씬 따뜻하고 둥글었으며,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감사할 줄 알았다.
이후 직장을 다니면서,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변해갔고, 그래서 지금은 그렇게 유학생 시절에 썼던 것과 같은 글을 쓰기가 힘들어졌다.
그래도 이렇게 내가 변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이 되면 자신이 변했다는 사실 조차 깨닫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단계(?)에 이를 수도 있을 테니까.
밥 벌어 먹고 살기도 바쁜 이 세상에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리고 조금이라도 높이 가야 하는 이 시기에, 이렇게 사람들의 변해가는 모습에, 나 자신의 변해버린 모습 타령이나 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참 한심하고 한가한 것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돈 버는 기계가 아니고, 잘 먹고 잘 사는 것 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그 이상의 것들을, 우리들의 마음과 영혼에 대한 것들을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하면서 살기 때문에 우리는 기계가 될 수 없고 짐승이 될 수 없다.
누군가가 오랜만에 나를 만나면 “전성민은 참 안 변했구나.”라는 말을 듣는 삶을 살고 싶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