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학업포기율 EU에서 가장 높아
의무교육과정 이후 학업을 지속하지 않는 청년의 비율이 유럽연합 회원 28개국 중 스페인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11일 발표된 유럽연합통계청(Eurostat)의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의 2013년 학업포기율은 23.5%로 유럽연합 평균인 11.9%를 크게 웃돌았다.
비록 유럽연합에서는 꼴찌를 기록했지만 지난 2013년의 학업포기율은 스페인 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2012년에 비해서는 1.5%, 지난 10년간의 추이를 살펴본다면 약 8%가 감소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 지는 4월 11일자 보도를 통해 이처럼 스페인의 상황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럽연합이나 OECD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사진: 유럽연합 회원국들 간 학업포기율 비교표. 좌측에는 해당국가의 이름이, 우측의 막대 끝에는 학업포기율이 퍼센트로 기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웃국가인 포르투갈과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의 교육지표가 예전에 비해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되었다는 점이 스페인을 뒤로 밀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3년만 해도 포르투갈의 학업포기율은 41.2%, 몰타는 49.9%로 스페인의 30%를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지난 10년간 스페인의 교육지표가 10% 미만으로 서서히 나아지는 동안, 포르투갈과 몰타는 20% 이상을 감소시켰다. 즉, 이번 통계발표에서 스페인이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스페인의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기보다는 이웃국가들의 선전에 기인한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유럽평균과 비교했을 때 스페인의 수치는 매우 높은 것으로, 갈수록 청년들에게 불리해지는 노동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교육체계가 갖춰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엔기타 교수(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 사회학과)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내부에서 보았을 때 지난 10년간 학업포기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져왔고, 작년에는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또한 경제위기와 무관하지 않은데, 얼어붙은 노동시장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대안으로 교육과정을 계속하는 청소년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노동조합 총연맹(CCOO)의 연구부장 미겔 레시오는 “경제상황이 나아지게 되면 다시 학업포기율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무교육의 마지막 과정인 중학교(ESO) 졸업시험에서의 높은 낙제율 또한 학업포기율을 증가시키는 주된 요소 중 하나다. 엔기타 교수는 “OECD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 기준으로 스페인 학생들은 OECD 전체 평균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학교 졸업을 위해 요구하는 수준이 PISA보다 높아 사실상 학생들로 하여금 학업을 포기하게끔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계 전문과정(FP: Formación Profesional)에 등록하기 위해 중학교 졸업을 요구하는 것 또한 문제라고 레시오는 지적했다. 다른 국가에서는 실업계 과정에 등록하고자 하는 경우 중학교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페인의 경우 취업에 뜻을 둔 경우라도 전문교육과정에 등록하고자 한다면 중학교 졸업장을 요구하기 때문에, 중학교에서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라면 결국 전문교육과정에 등록하는 것 또한 어려워지게 되어 학업포기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페인 정부에서는 중학교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는 “기초 실업계 전문과정(FP Básica)”를 신설할 예정이다.
30세에서 34세 사이 청년층 중 대학졸업장을 갖고 있는 비율은 40.7%로, 이는 유럽 평균인 36.8%보다 높은 수치이다. 학업포기율이 경제위기와 함께 차차 낮아지는 것처럼, 이 또한 취업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대학교육을 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사라고사 대학의 토마스 에스쿠데로 교수(교육학)는 “비록 더 나은 소득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계층에 관계없이 여전히 대학 졸업장을 필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