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에 전해오기를 후일에 개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때가 온다고 하였습니다. 그 때에는 도인(道人)이 와서 개들에게 도법(道法)을 가르쳐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준다고 하였습니다. 개가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것은 개들에게는 구원이었습니다. 개들은 그 때가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몇 천 년을 기다렸습니다. 그 때에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행동거지를 신중히 하고 욕심 부리지 않고 이웃 개에게 베풀고 나누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그 때 오는 도인을 그리며 도인이 올 때까지 기다림의 의식을 한 달에 한 번씩 치렀습니다.
어느 날 도인이 와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도법을 개들에게 전하였습니다. 그러나 개들은 도인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전설을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나 오랜 세월을 기다린 나머지 그러한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자포자기하고 있었고 또 개들이 기다리는 오랜 세월 동안에 ‘도인은 이러할 것이다’, 또는 ‘도인은 이러해야 한다’는 그들이 바라는 도인을 관념으로 그리고 있었는데 실제로 나타난 도인은 그들이 바라는 모습과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개들은 웬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서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배척하고 무시하고 홀대하였습니다. 그러나 도인은 끈질기게 개들을 설득하고 달래고 얼렀습니다. 드디어 세 마리의 개가 도인을 따라나섰습니다.
<개 I>
도법은 쉽고 논리적이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개의 삶을 다 청산하여야 하는데 부잣집에서 맛있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배불리 먹으며 따뜻한 집에서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어떤 개보다도 행복하게 살았던 삶을 끝내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잠깐 도를 닦다가 그만두고 개의 삶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개 II>
반드시 도를 이루어 사람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을 하고 수련에 정진하였습니다. 어려운 고비가 올 때마다 이를 악물고 수련에 매달렸습니다. 밤을 새기도 하고 밥을 굶으며 수련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개의 삶을 청산하고 드디어 사람으로 거듭났습니다.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개는 많은 친구가 있어서 매일 찾아오는 친구들을 물리치지 못하고 그들과 어울렸습니다. 여전히 개밥을 먹고 개짓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한 동안 지내던 어느 날 옛날의 개로 되돌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목 놓아 울었습니다.
<개 III>
항상 긍정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매사에 진지하고 성실하였습니다. 도인을 따라나서며 개 시절을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시키는 대로 열심히 닦았습니다. 오로지 도인만 바라보고 정진하였습니다. 닦을수록 신이 났습니다. 어려운 고비도 없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고 일심으로 닦았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개의 삶이 다 청산되고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사람 세상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사람 짓을 하며 살았습니다.
<개III>는 개들을 구원하는 참삶을 살았습니다. <개I&II>는 도법이 엉터리라고 떠들고 다녔습니다. 개 세상에서는 성공한 개보다 실패한 개의 말에 솔깃해 하는 개들도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