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단독 건강 칼럼 (15) :
불면증
험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 때문에, 돈 때문에, 분노로, 근심과 걱정 없이 편안하게 숙면한 밤이 얼마나 되려나.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을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서 스스로 자신의 마음의 노예처럼 살아가는 것이 우리 현대인들의 현실이다. 세상의 모든 부정적인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진 사람은 잠을 편하게 잔다. 그러나 온갖 집착으로 욕망으로 스스로를 얽매어 놓은 사람들은 잠자리가 편치 못하다.
한의학에 탈열실정(脫營失精)이라는 말이 있다. 탈영이란 귀(貴)하였다가 천(賤)하여지는 것을 말하고, 실정이란 부(富)하였다가 가난해지는 것을 말한다. 요즘 같이 경기도 안 좋고, 부동산이나 고용시장이 불안한 시절에는 탈영실정의 상황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잠을 못 이룬다. 사랑을 못 이룬 사람은 또한 잠을 못 잔다. 모든 번뇌 중에서 가장 큰 번뇌는 아마도 애욕이리라. 애욕에서 벗어난 사람을 진정한 자유를 누리겠지만, 사랑이란 이름의 애욕은 경계해야 할 마지막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애욕의 늪에서 고통 받고 추락하기도 한다.
불면증은 1개월 이상 수면에 이상이 있는 것을 말하는바, 수면의 개시, 수면의 유지, 수면 후에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수면의 개시는 머릿속이 과도한 각성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원인이다.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서 잠을 못 이루는 것이다. 수면의 유지도 또한 잠을 깊이 못자는 것이기에, 심리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대학교 시험보기 전날 잠이 안와서 고생한 기억이 난다. 결국 안정제를 약국에서 사다 먹었지만, 그 약마저도 듣지 않아서 꼬박 밤을 새고서, 아침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서 시험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지금이라면 한약으로 숙면을 취하게 할 약을 먹고 편안히 잠을 잤을 것이다.
병원에서 주는 수면제는 중독성이 있는 듯하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프로포플의 경우는 마약유로서 숙면에 도움이 되기에 연예인들에게 음지에서 인기이다. 그만큼 연예인들은 숙면을 취하기가 어려운 듯하다. 대부분의 수면제는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어떤 중독성을 보이고, 대부분의 경우에 두뇌에 기억으로 학습이 되어서 수면제를 끊는 것을 불가능하다. 그래서 애초에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복용하더라도 단기간에 걸쳐서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수(水)와 화(火)의 기운으로 본다. 심장이나 머리 쪽에는 화의 기운이 많고, 하복부나 신장 쪽에는 수의 기운이 많아서 그 기운이 서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개념을 전통 수련법인 국선도나 단학에서도 중요시해서, 하단전을 중심으로 수화의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순환하면 인체는 편안해 진다. 결국 불면은 지나친 각성, 즉 근심과 걱정 등으로 머리 쪽으로 기운이 몰려서 두뇌가 휴식하지 못하고 잠잘 시간에도 활동하는 것이다. 이때 단전호흡을 통해서 상하의 기운을 소통시키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되리라.
여기서 필자가 좋아하는 마하트마 간디의 글을 인용해 보고자 한다. “..진정한 현인은 분노하는 폭풍이나 한 치 눈앞이 안 보이는 물보라 속에서도 먹구름 저 너머 빛나는 태양의 광채를 투시한다. 그는 온갖 역경과 죽음을 직시하며 피비린내 나는 단두대 위에서 요란한 천둥소리를 들으며 깊고 고요한 잠에 빠져든다.” 무슨 상황에서도 모든 마음을 비우면 깊고 고요한 잠에 빠져 들 수 있다. 잠을 못자는 것을 결국 스스로 마음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교감단(交感丹)이라는 약이 있다. 향부자 600g, 복신 160g을 가루내어 환으로 만들어서 하루 3번 1.5g씩 꾸준히 섭취한다. 이때 향부자, 복신, 감초를 넣고 달인 물인 강기탕(降氣湯)과 함께 마시면 머리 쪽으로 몰린 기운이 아래도 내려가게 되어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침구에서는 신(腎) 경락의 자극하여 아래의 수 기운을 올려주고, 심(心) 경락을 자극해서 심장의 더운 기운을 내려주면서 인체의 앞쪽의 임맥(任脈)과 뒤쪽의 독맥(督脈)을 소통시켜주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김선국 백세한의원 원장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사 졸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박사 졸업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사졸업
한양대학교 물리학과 겸임교수
HNH연구소 연구위원
(현) 백세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