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무한한 우주 어딘가에서 새로운 별들이 탄생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명을 다한 별들이 소멸되어 없어지고 있습니다. 별들은 어디서 탄생되고 소멸될까요? 모두 무한대순수우주허공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별들은 무한대순수우주허공에서 나와서 무한대순수우주허공으로 돌아갑니다. 천지만물만상이 모두 이와 같습니다. 무한대순수우주허공은 사람이 관념으로 가진 ‘우주 이전의’ 우주입니다. 무한대순수우주허공은 일체의 존재하는 천지만물만상과 관념의 우주를 다 없앴을 때 없어지지 않고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영원 전에도 있었고 현재도 있으며 영원 후에도 있는 영원불변의 존재(진리)이며 살아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세상 천지만물만상이 오감(五感: 눈, 코, 입, 귀, 몸)으로 인식되고 경험하는 순간 사진 찍듯 찍혀서 뇌에 저장되고 마음에 남습니다. 눈으로 하늘을 보는 순간 하늘을 찍고 찍으면 하늘하고 똑같이 마음에 남습니다. 태어나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이 모두 찍혀서 마음에 남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태어나서 살면서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찍힌 사진들이 마음에 남아 사진세계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사진세계는 마음세계(=망념의 세계)이고 마음세계는 허(虛)이고 생명이 없습니다.
사람은 사진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고향을 생각하면 어린 시절 찍은 고향이 떠오르고 그 때 나는 그 속에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먹은 것도 생각하면 사진 속이었고 지금 이 순간도 사진 속에 있습니다. 태어나서 살아온 것이 전부 세상을 찍은 사진 속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산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사진이 세상과 겹쳐져 있어서 세상사는 줄 착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진 속에서 살고 있는 나도 사진입니다. 사진은 허(虛)이고 생명이 없습니다.
사람은 마음속에 있는 사진으로, 사진이 있는 만큼 살고 있습니다. 영어가 마음속에 있으면 영어를 말할 수 있지만 러시아말이 마음속에 없으면 러시아말을 할 수 없습니다. 스위스에 가본 사람은 스위스의 사진이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스위스를 말할 수 있지만 가보지 못한 사람은 마음속에 스위스의 사진이 없어 스위스를 말할 수 없습니다. 고향친구를 만나 고향이야기를 할 때 각자는 자기 마음속에 담아놓은 고향사진을 떠올려서 말합니다.
사람은 마음세계의 주인이면서 노예이기도 합니다. 마음속에 있는 사진은 조건이 되면 나의 뜻과 상관없이 일어납니다. 고향사람 만나면 고향사진이 떠오르고, 첫사랑의 사연이 있던 장소에 가면 떠난 지 오랜 첫사랑이 그리워 밤새도록 가슴앓이를 합니다. 마음속에 있는 사진들이 떠오르면 번뇌가 죽 끓듯 하지만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 섭리대로 살지 못하고 사진에 끌려 다니며 삽니다.
사람이 죄인이고 망념(虛)의 존재인 것은 실(實)인 세상에 살지 않고 세상을 사진 찍어 구축된 자기의 마음세계(虛 세계) 속에서 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세상과 하나 되지 않고 세상 등지고 사는, 세상에 대한 반역(叛逆)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뜻(섭리) 대로 살지 않고 마음속에 있는 사진에 끌려 다니면서 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죄인인 것은 세상과 하나 되지 못하고 세상의 뜻(섭리)을 따라 세상에서 살지 않고 자기 뜻(사진)을 따라 자기의 마음세계에서 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