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는 먼저 잘못하였음을 알아 잘못을 시인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잘못을 뉘우치고 잘못을 저지르게 된 근원(뿌리)을 제거하여야 합니다. 잘못의 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다시 싹이 트고 자라서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사람이 잘못을 뉘우치고도 잘못을 수없이 되풀이하는 것은 잘못의 뿌리를 모르고 방법이 없어서 뿌리를 뽑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가장 근본적인 잘못은 세상과 하나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세상과 하나 되지 못하는 것은 세상이 사진 찍혀 마음에 남아 구축된 사진세계(마음세계)에서 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살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고(배신하고), 세상 뜻을 따라 살지 않고 사진에 이끌려 살기 때문입니다. 결국 잘못의 근본 뿌리는 마음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사진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존재 자체가 잘못되어있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사람은 말과 행위를 하기 전에 먼저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그러고 나서 몸을 움직여서(부려서) 마음먹은 것을 말과 행동으로 실행합니다. 태어나서 지금 이 순간까지 살아온 것은 마음먹고 몸으로 실행한 것의 연속이었습니다. 따라서 살면서 저지른 잘못이 말과 행위로 드러난 것은 결과일 뿐이고 잘못을 저지르게 된 근본원인(뿌리)은 마음에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은 존재 자체가 잘못 되어있는 것도 마음의 문제이고 살면서 온갖 잘못을 저지르는 것도 모두 근본 원인(뿌리)이 그 마음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참회개는 사람이 가진 마음을 말끔히 뿌리 뽑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마음세계를 벗어나 세상에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됩니다. 마음세계는 허(虛 = 거짓)이고 세상은 실(實 = 참)입니다. 그러므로 허가 실의 존재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존재론적인 일입니다.
성현들이 ‘가난한 마음’이 되라 하고, ‘망념을 버리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동서고금의 여러 수행법에서 마음을 비우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마음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고 마음을 비우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가난한 마음이 되지 못하였고 망념을 버리지도 못하였습니다. 마음을 버리는 것이 사람들의 오랜 염원이었지만 마음을 비운 사람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참회개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참회개를 하지 못하니 가난한 마음이 되지 못하고 망념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사람이 가진 마음세계를 다 비워 없애고 마음세계를 벗어나 세상에서 거듭난다는 것은 인간마음의 존재가 세상마음의 존재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지구에 4계절이 있듯이 우주 차원에서의 때가 있는데 이와 같은 존재론적인 문제도 우주의 때가 되어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근간에 마음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마음을 버리는 방법이 나와 있습니다. 그 방법으로 마음을 버리면 실제로 마음이 비워지고 마음세계를 벗어나 세상에서 세상의 존재로 거듭날 수 있게 됩니다. 마음을 버려 마음이 비워지면 ‘가난한 마음’이 되고, ‘망념을 다 비워서’ 참회개가 되어 마음세계의 존재가 세상의 존재로 거듭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고 우주의 때가 되어 필연적으로 나타난 현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