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세상을 사진 찍어 뇌에 저장하는 동시에 그 사진 속에 있습니다. 사진이 세상과 겹쳐져 있어 세상사는 줄 착각하고 있을 뿐 단 한 순간도 세상에서 산 적이 없습니다. 고향 시절이나 초ㆍ중ㆍ고ㆍ대학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분명히 나는 그 당시에 찍은 사진 속에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도 떠올려보면 나는 항상 사진 속에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사진 속에 있고 앞으로도 계속 사진을 찍어 뇌에 저장함과 동시에 나는 그 사진 속에 있을 겁니다. 이렇게 사람은 사진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세상은 진짜인데 진짜인 세상을 찍은 사진은 가짜입니다. 세상은 실상인데 세상을 찍은 사진은 허상입니다. 실상인 세상은 참인데 허상인 사진은 거짓입니다. 실상인 세상은 살아있는 생명의 세상이고 사진은 죽어있는 생명이 없는 세상입니다. 따라서 사진 속에 살아온 나도 가짜인 허상이고 거짓 존재이어서 생명이 없습니다.
세상은 무한대 순수우주 마음의 영원불멸의 살아있는 비물질 실체이고 사진인 나는 인간마음의 허상이어서 죽어 없어집니다. 사진 속에 죽어있는 허상인 사람이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사진에서 빠져나와서 세상에 다시 나야 합니다. 이렇게 다시 난 나는 영원불멸인 생명의 나라에서 참 생명의 존재로 삽니다.
세상과 겹쳐져 있는 사진세계를 벗겨내서 없애면(빼기해서 없애면) 없앤 만큼 세상이 드러나고 드러난 만큼 알아집니다. 이것이 깨침입니다. 내 안의 사진인 관념이 깨져서 떨어져나가면 관념이 깨진 만큼 그 사진(관념)에 가리워진 참이 드러나서(참이 되어서)알아지는 것이 깨침입니다. 사진 속에서 안다는 것은 사진세계를 조사ㆍ관찰하고 분석ㆍ연구하여 얻은 지식이나 정보로써 가짜인 사진세계를 머리로 아는 것이지만 깨침은 참이 된 만큼 참(세상)이 알아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가짜인 사진세계가 깨져서 깨진 만큼 진짜인 참이 알아지는 것이 깨침입니다. 사람에게는 깨침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진짜인 참(세상)과 가짜인 허(세상을 찍은 사진)를 모르고, 또 허를 진짜인줄 착각하고 있어서 허를 버려야 할 당위성과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방법이 없어서 사진세계를 없앨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근년에 나온 마음빼기 방법은 사진을 다 빼내어 사진세계를 벗어나서 사진에 가려져 있던 세상에 다시 나는 것입니다. 사진을 빼기하다 보면 참 세상이 드러나면서 무수한 깨침이 옵니다. 깨침이 온 만큼 세상을 알게 됩니다. 사진을 다 빼어 없애면 세상이 다 드러나서 더 이상 깨칠 것이 없습니다. 사진이 다 없어지고 세상만 남아 내가 세상 자체이기 때문에(세상 근본에 다다라서=깨침의 근본에 다다라=깨달아) 세상을 다 알아 더 알 것이 없는 경지이기 때문입니다. 각자무각(覺者無覺) - 깨달음을 이룬 경지입니다.
사람들이 안다는 것은 지식이나 정보를 머리로 이해해서 사진 찍어 자기 것으로 담아놓은 것입니다. 아는 시대에는 아는 것이 힘이어서 많이 아는 사람이 부귀영화를 누리고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되는 시대에는 머리로 아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은 허일뿐입니다. 그러한 존재가 되어서 알아지는 것이 진짜입니다. 그러니 (내 속에 담아서) ‘아는 것이 없어도’ 그러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다 아는’ 경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