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각과 말과 행위를 합니다. 생각과 말과 행위는 사람이 가진 마음의 표상 - 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마음이 선하면 선한 생각을 하고, 선한 말을 하고, 선한 행위를 하며 선한 삶을 삽니다. 반대로 마음이 악하면 악한 생각, 악한 말, 악한 행위를 하며 악한 삶을 삽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하여 죄를 짓는 것은 근본 원인이 죄를 짓게 하는 마음에 있습니다.
마음은 조건이 되면 일어납니다. 마음이 일어난다는 말은 욕구가 생긴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탐욕스러운 마음이 있으면 마음에 드는 물건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그것을 가지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그러한 욕구가 생길 때 욕구를 눌러 참으면 욕구를 행위로 실현하지 않지만 그러지 못하면 돈을 주고 사거나 훔쳐서라도 내 것으로 만듭니다. 탐욕스러운 마음이 없다면 애초에 마음이 끌리는 물건이 없어 욕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내 것으로 가지려고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유혹에 넘어가는 것도 유혹에 넘어가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탐나는 물건으로 유혹을 할 때 탐욕스러운 마음이 없으면 그 물건을 가지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유혹에 초연할 수가 있습니다. 성현들은 수행을 하면서 인간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근본적인 욕구(색욕, 식욕, 물욕, 명예욕)를 불러일으키는 유혹을 물리쳤습니다. 유혹에 굴복하는 마음을 넘어선 것입니다.
사람은 온갖 마음을 가지고 있어 살면서 수많은 조건과 마주칠 때마다 욕구가 불쑥불쑥 일어납니다. 교육이나 수양을 통해 그러한 욕구를 다스리는 훈련이 잘 된 사람은 욕구가 일어나도 행위로까지 이행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수양이 많이 된 사람조차도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욕심에 눈이 어두워 죄를 저지르는 일을 종종 봅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돈도 벌고 보다 많이 가지고 이룰 수 있는 지위를 누리고자 애를 씁니다. 그만큼 죄를 짓게 하는 마음이 부유해 집니다. 이러한 마음들은 모두 자기중심적이고 욕심과 집착의 죄스런 마음이어서 죄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사람은 존재자체가 세상의 섭리대로 살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어 마음이 내키면 하고 내키지 않으면 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섭리와는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살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하지 아니하든 항상 세상의 섭리를 어깁니다. 세상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은 세상을 등지고 배신하는 역리(逆理)의 죄인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죄를 짓는 것도, 사람이라는 존재자체가 죄인인 것도 모두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참된 회개는 사람이 가진 마음이 없고 죄인인 존재도 소멸되어 없어질 때 이루어집니다. 그 마음이 남아있는 한 죄인이 존재하고 그 죄인이 죄를 짓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한 마음을 그대로 둔 채 겉으로 드러난 행위를 아무리 돌이켜보고 반성을 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여도 소용이 없습니다.
참된 회개는 사람의 가진 마음을 모두 송두리째 빼기하여 없앨 때 이루어집니다. 사람의 가진 마음을 빼기하여 다 없애면 죄스런 마음이 없어지고 죄인도 소멸하여 없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