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장미의 나라

by eknews03 posted Jun 0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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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주 노르웨이 오슬로 공연에 이어서 지난 주 목요일 6 5일에는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 위치한 불가리아 국립문화극장(NDK)에서 열린 ‘한국 음악의 밤(Korean Music Night)’ 콘서트에 출연하느라 2 3일 일정으로 불가리아에 다녀왔다.

 

역시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방문해보는 불가리아, 예전 한국의 모 요구르트 CF로 기억되는 불가리아의 이미지를 갖고서 찾아간 불가리아는 내 예상과는 많이 달랐고, 그래서 불가리아라는 나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불가리아는 뒤늦게 EU에 가입했는데, 영국 정부는 불가리아 출신 이민자들이 영국을 대거 방문할 것을 우려하여 불가리아 출신 이민 근로자들에 대한 제재 규정을 시행하기도 했고, 불가리아의 집시들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인 언론 보도도 있었다.

 

나 역시 이런 보도들을 접하면서 왠지 불가리아 사람들은 거칠고 치안도 불안할 것 같다는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 찾아간 불가리아는, 그리고 불가리아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그 반대였다. 어딘지 모를 슬픔이 서려 있었고, 사람들은 무척이나 친절하고 온순했으며, 오히려 런던보다도 치안이 더 안전하고 평화로웠다.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마지막 곡으로 불가리아 전통 민요인 ‘Hubava si, moya goro’를 준비하다가, 우리 노래 ‘얼굴(동그라미 그리려다~)’과 이 불가리아 전통 민요가 너무나 비슷한 분위기임을 발견하고 아무 관련이 없는 이 두 곡을 하나의 곡으로 편곡하여 연주하게 되었다.

 

불가리아 전통 민요인 ‘Hubava si, moya goro’는 참 구슬픈 곡이었는데, ‘아리랑이 우리 한국의 애잔한 정서를 갖고 있듯, 이 불가리아 전통 민요 역시 그들의 슬픈 정서를 담고 있었다. 알고 보니 불가리아는 터키의 식민 지배를 무려 500년이나 받았다고 한다. 우리가 일제의 식민 지배를 불과(?) 35년 받고도 그토록 한이 맺혔는데, 500년이라니...

 

식민 지배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불가리아 사람들은 오랜 슬픔과 무기력에 빠져들었고, 어쩌면 지금까지도 그것들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비록 EU에 가입했지만, 그럼에도 아직 불가리아는 낙후된 부분이 많고, 경제적으로도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나름대로 훌륭한 문화 유산과 관광 자원을 갖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 그것들을 제대로 홍보하고 활용할 만한 여건도 갖추지 못했다.

 

아닌 게 아니라 주요 관광 명소를 돌아다녀 보니 영어로 된 안내 자료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리고, 우리는 불가리아에 대해 앞서 언급했던 한국의 요구르트 CF 덕분에 불가리아의 요구르트만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불가리아에는 수 많은 훌륭한 온천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역시나 이런 것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하나 불가리아에서 유명한 것은 바로 장미, 장미로 만든 다양한 제품들과 장미 축제가 그나마 불가리아를 대표하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공연 얘기로 돌아가서, 그렇게 마지막 곡으로 불가리아 전통 민요인 ‘Hubava si, moya goro’와 우리 노래 ‘얼굴을 연주하기 앞서 나는 이 연주처럼 앞으로 불가리아와 한국이 멋진 우정을 쌓고 훌륭한 하모니를 이루기를 바랍니다.”라고 인사말을 했고, 연주를 마치자 관객들은 뜨거운 기립 박수로 화답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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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참 많은 연주를 다니면서 몇몇 분들의 기립 박수를 받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관객 전원이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내주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공연 뒤에는 어려 보이는 불가리아 관객들이 사인을 요청했는데, 알고 보니 이들은 불가리아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불가리아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에게는 무척이나 먼 나라, 그리고 불가리아와 특별한 관계도 아닌 우리 대한민국을 좋아하고 한국어를 배우는 불가리아 젊은이들에게 너무나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불가리아 국영 TV채널인 BNT가 공연 전 과정을 취재했는데, 일정을 마치고 영국에 오니 불가리아 TV에서 방영된 공연 보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불가리아 TV에 등장하다니, 참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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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장미의 나라, 불가리아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 벅찬 무대와 아름다운 관객들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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