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대러시아 강경파와 온건파 줄다리기로 제재 두 목소리
주요 7개국(G7) 정상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통합을 침해하면 강력한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EU 내에서는 강경파와 온건파 줄다리기로 제재에 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EU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고 러시아의 EU에 대한 반격(유럽제품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EU 내에서도 이해가 엇갈리면서 대러시아 강경파와 온건파의 행보가 달라 러시아 제재에 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양국은 러시아와의 경제 교역 등 각기 이해관계가 달라 제재 수위에 대해 이견을 보이면서 러시아 제재는 ‘강펀치’ 대신 ‘잽’만 날리다가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는 EU의 교역국 가운데 네 번째로 큰 수출시장으로 주로 자동차, 식료품 등을 팔고 있으며, 지난해 1∼9월 유럽연합(EU)은 러시아로부터 2140억 달러어치의 천연가스와 석유를 수입해와 경제 제재로 수입이 중단되면 당장 유럽에 에너지 부족과 가격 급등을 의미한다.
현재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 속에 미국의 고강도 제재 추진에 쉽게 합류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가 미국에 제동을 걸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면, 미국은 러시아와의 교역량이 전체 중 1%밖에 안되어, 러시아 제재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제재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미국의 피해는 미미할 뿐이다.
폴란드와 발틱해 연안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지지하는 반면 독일과 이탈리아는 자국 기업들의 반대 로비로 섣불리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에니는 러시아의 가스업체 가스프롬으로부터 전체 가스 수입의 30%를 들여오고 있어 대러시아 제재에 민감한 상황이며, 러시아 국영 석유업체 로스네프트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도 대러시아 관계 악화의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영국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낮출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적대관계에 있는 폴란드의 도날드 투스크 총리는 ‘러시아가(우크라이나 내) 분리주의자들을 계속 지원한다면,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할 정도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폴란드는 구소련권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과거 소련의 영향력에 있던 폴란드 또한 강한 거부감과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반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11년 12억 유로에 헬기 16대를 탑재할 수 있는 '미스트랄' 상륙함 공급 등 대러시아 무기수출 등이 엮여 있어, 다른 EU 국가처럼 대놓고 러시아를 압박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에 러시아와의 관계를 해치지 않기 위해 외교적인 접촉을 지속하고 있다.
이타르타스 통신사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보임에 따라, EU가 추진키로 했던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일단 유보 상태이다.
특히, EU 정상들은 지난 5월 25일 실시된 우크라이나 대선을 러시아가 방해하거나 개입했다면 EU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조치를 취할 계획이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대선결과를 존중한 데다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주둔해 있던 러시아군을 철수 발표해 EU 또한 추가 제재조치를 유보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EU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공무원 83명과 2개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양측 관계가 악화되면 추가적인 제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대해 EU 정상들은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tough)’ 조치에 대해 이미 논의를 마친 상태라고 하며, 추가제재는 금융·에너지·군수산업 이외에도 러시아의 다이아몬드·귀금속 수출·캐비어·자동차부품 수출 등 주요 품목 수출에도 제재를 가하고, 러시아에 대한 투자 진출도 규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그리고 EU 지도자들은 지난 4일부터 이틀간 개최된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민주화와 경제 개혁을 위해 확고히 지원하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이들 국가 정상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병합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필요할 경우 러시아에 대해 추가 제재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G7은 우크라이나를 정치적, 경제적으로 지원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우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런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새 정부를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우크라 동부에서 소요를 부추길 경우 러시아는 G7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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