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기자의 영국패션 이야기]
폴스미스
신사동 패션 거리 가로수길을 지나서 도산공원 부근을 돌아다니다 보면 영국 정통 디자이너
폴 스미스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강남의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선택된 그의 브랜드 매장에서 영국의 새로운 디자인감각을 느낀다. 특유의 유머와 위트를 결합한 디자인(Classic with wit)으로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폴 스미스의 디자인 세계와 그의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가장 영국적인 디자인 폴 스미스 A to Z '폴
스미스 스타일'
★ 폴 스미스의 패션디자인!
그가 스물네 살이었던 1970년, 노팅엄에 처음으로 자신의 가게를 연 폴 스미스는 76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아내 폴린과 컬렉션을 시작했고, 지금은 3,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글로벌한 패션 기업으로 성장했다. 수많은 고급 패션 브랜드들이 금융 그룹에 경영권을 내주었지만,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폴 스미스는 한 번도 경영권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독립성을 유지하며, 매 시즌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개성과 스타일이 뚜렷한 상품들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폴 스미스 디자인은 모두 그의 눈과 손을 거친 것이기에
세계 패션인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는 “영감은 당신의 온 주위에 있다”라는 말을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이것은 그의 모토이기도 하며, ‘온 주위’에서 발견한 폴 스미스 영감의 원천은 디자인에서 나타난다. 그것은 거리의 그라피티일 수도, 데이비드 보위나
패티 스미스 같은 록스타일 수도, 하라주쿠 거리에서 구해온 작은
전자장치일 수도 있다. 또 사람들이 폴 스미스에게 보내온 편지와
선물, 그가 틈이 날 때마다 끄적이는 포스트잇 위의 메모, 보도블록 위의 낙엽이나 자갈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폴 스미스 디자인의 자양분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매혹한다.
★ 공동 저서 '폴스미스 스타일'
폴 스미스와 함께 책을 엮은 프랑스 패션․라이프스타일 잡지 『옵세시옹』의 편집장 올리비에
위케르는 폴 스미스를 이렇게 소개한다.
“폴 스미스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히지 않은 드문 디자이너다. 그는 동료들에게 괴팍하거나 신경질적이지도 않다. 중독 치료를 받은 적도 없고, 전용 제트기를 타고 다니지도 않으며, 같은 여자와 40년째 살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인가? 그건 또 그렇지가 않다. 그의 매장에는 감각적인 슈트를 비롯하여 조그만 금속재 로봇과 도자기 소재 토끼들이 가득하다. 런던에 있는 그의 사무실—수천 권의 책과 로봇, 핑크 색 자전거가 들어찬 카오스적 공간—은 주부의 눈엔 악몽과도 같은 곳이다. 저녁 식사 자리에는 짝짝이 양말을 신고 등장하기 일쑤다.
그러나 폴 스미스는 단순한 괴짜가 아니다. 그는 현실의 땅 위에 발을 굳건히 딛고 선 채 창조에 목말라하는 예술가다. 언제 어디서나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고, 특이한 꽃이나 독특한 행인의 모습을 담아내느라 들고 있던 것을 모조리 떨어뜨리는 사람이며, 17세기 회화의 색조에 사로잡혀 발길을 옮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티셔츠 한 벌이 탄생하기까지의 제조비용과 특정 패브릭 한 마의 가격을 정확히 읊을 수 있는 사람이다.”
★ 폴 스미스의 라이프스타일 철학, 그리고 그는 누구인가!
I love life 나는 삶을 사랑한다
Everyday, I get ideas 나는
매일매일 아이디어를 얻는다
Take the pleasure seriously 기쁨을 진지하게 받아들여라
Start something new everyday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시작하라
Inspiration is all around us 영감은 당신의 온 주위에 있다
폴 스미스는 ‘클래식에 위트를 가미’해 영국 패션의 새로운 지평을
연 디자이너로 손꼽힌다. 영국적 장인정신에 기반을 둔 흠잡을 데
없는 테일러링에 특유의 유머감각을 결합해 국제적인 패션 언어로 소화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때문에 그를 두고 ‘가장 영국적인 디자이너’라고도 한다. 그는 세상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고 매일매일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디자이너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대 디자이너들 중 한 사람이다.
1995년 패션업계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여왕수출공로상(Queen’s Award for Export)을, 2000년 영국 패션산업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사 작위를 받았다. 1995년 그의 패션 입문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Paul Smith: True
Brit>이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개최되었으며, 2010년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인사이드 폴 스미스>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 책 속에서
브랜드(Brand)
나는 이 단어가 싫다. 내 이름 자체가 그야말로 하나의 브랜드지만, 왠지
껄끄럽다. 이 단어를 떠올리면 마음에 안 드는 양상들이 겹쳐 떠오른다. 지난 20년간 패션계를 상징해온 온갖 난센스 말이다. 유명
모델들, 과도한 지출, 자금 압박. ‘폴 스미스’는 종류가 다른 브랜드다. 우리는 거대 그룹의 일부가 아니다. 우리에겐 5개년 계획도 없고, 전략적 마케팅 회의에 시간을 쏟아붓지도 않는다.
고객(Customer)
나는 열다섯에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 열여덟에 옷 가게를 여는 친구 녀석을 도왔다. 가게를 열기 위해 일찍 일어난다는 게, 고객들을
상대한다는 게, 모든 것을 정리한 후 밤늦게 문을 닫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금방 배웠다. 월세를 내고, 가능하다면 자신에게도 월급을 주는 그런 일들을 아주 빠르게 배웠다. 일류 패션 스쿨에 다닌 많은 디자이너들은 못 해본 경험이었다.
영감(Inspiration)
나는 “영감은 당신의 온 주위에 있다”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18세기 회화의 색채 속에도, 벽에 휘갈겨진 그라피티에도 영감은 있다. 영감을
주는 재료를 기록하기 위해 나는 항상 갖고 다니는 카메라를 이용한다. 이른바 나만의 ‘시각 일지’를 쓰는 거다.
노팅엄(Nottingham)
나는 가게를 시작했다는 책임감이 너무 좋았다. 내 가게를 운영하고, 가게를 찾아주는 고객들을 맞이하는 것이 좋았다. 나는 궁금했다. 한 곳만 운영해도 생활이 되는 때가
왔을 때, 두 개 이상의 가게를 운영하게 되면 나는 과연 변할까? 타협을 해야 할지도 몰라. 이 생각은 지금까지도 나를 따라다닌다. 나는 학생들에게
사업의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무시하지 말라고 말한다. 사업과 창조
사이의 균형을 배우는 것이 내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줄무늬(Stripes)
줄무늬는 우리 브랜드를 대표하는 패턴이다.
밝은 색의 가는 줄무늬는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다. 줄무늬는 셔츠, 폴로셔츠, 모자 그리고 속옷의 특징이 됐다……. 물론 카피도 굉장히 많이 됐다. 각기 다른 사이즈와
색을 만들어내기 위해 컴퓨터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각각의
새로운 줄무늬 패턴을 반드시 손으로 완성해낼 것을 고집했다. 약간의 ‘휴먼 터치’야말로 모든 차이를 만들어내는 우아한 결함이니까.
영국 유로저널 김경희 기자
eurojournal29@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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