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완성되는 것은 죽어 없어지는 존재는 소멸하고 영원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세상에 나서 천하의 부귀공명(富貴功名)을 다 누리던 사람도 죽으면 없어지고 맙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대제국(大帝國)을 건설했던 알렉산더 대왕도, 징기스칸도 다 죽어서 소멸하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부호(富豪)도 대학자, 위대한 예술가나 사상가도 죽음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사람이라면 한사람도 예외 없이 죽음으로 끝납니다. 지금까지 그러하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죽지 않고 영원히 살려고 합니다. 중국의 진시황은 중국천하를 통일하고 부귀공명을 다 가지고 누렸지만 죽음이 두려워서 천지사방으로 부하들을 보내어 불로초(不老草)를 구해오라고 하였습니다. 죽음에 임하면 삶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루고 싶은 것을 다 이루지 못하여서, 가지고자 하는 것을 다 가지지 못하여서, 인연의 연을 끊지 못하여서, 사연을 다 떠나보내지 못하여서, 더 가지고 더 이루고 싶어서 아쉬워하고 한(恨)을 품고 세상을 떠납니다. 사람이 오욕칠정(五慾七情)을 가지고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삶을 산다하지만 결국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스런 삶과 죽음을 어느 누구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사는 것은 오감으로 사진 찍은 세상을 마음에 담고 마음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태어나 지금 이 순간까지를 떠올려보면 매순간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 속에 있었고 현재도 앞으로도 계속 사진 속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과 사진이 겹쳐져 있기 때문에 세상에 있는 줄 착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진은 가짜입니다. 사진은 참이 아닌 거짓입니다. 사진은 있는 실상이 아닌 없는 허상입니다. 사진은 생명이 없습니다. 따라서 나는 가짜이고 허상이고 생명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죽으면 없어지는’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사람은 한없는 욕심과 집착을 가지고 세상천지만물만상을 사진 찍어 마음에 담아서 내 것으로 만듭니다. 가지려고 하고 이루려 하는 것에 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한번 가지고 이루고 나면 그것을 움켜쥐고 놓으려 하지 않고 더 가지고 더 이루려고 합니다. 가짜이고 허상이고 생명이 없는 세계를 더 풍요롭게 합니다. 그만큼 불완전한 세계가 풍요로워지고 그만큼 사람의 불완전함이 공고(鞏固)해집니다.
이렇게 구축하여온 사진세계의 사진들을 다 버리고 사진을 찍어온 나마저 다 없애고 세상과 겹쳐져 있는 사진세계(생명이 없는 허상세계)를 다 부수어 없애면 영원한 생명의 나라인 참세상(실상세계)만 남고 참세상에서 참의 존재로 거듭나면 인간완성을 이루게 됩니다.
인간완성은 온갖 것을 사진 찍어 내 것으로 만들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 것으로 만든 것을 다 버리고 나마저 버릴 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가지고 이루어서 (불완전한) 인간답게 한 것 일체를 다 놓아야 합니다. 성현들이 가진 것 일체(처자와 전토)를 버리고 자기의 십자가(죽음)를 지고(자기마저 버리고) 나를 따르라고 하거나 출가(出家)하고 오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인간완성은 가져서 이루는 것이 아니고 일체를 비우고 버려서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살면서 더하기한 마음을 빼기함으로써 인간완성을 이룰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