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36] 스위스/루체른(Luzern)
루체른 호수 위에 울려 퍼지는 월광 소나타
우리가 흔히 쓰는 ‘스위스’라는 국명은 일본사람들이 쓰는 잘못된 표기를 그대로 빌려 온데서 기인한다. 스위스(Swiss)는 국명이 아니라 영어로 ‘스위스의’라는 형용사이다.
스위스의 국명은 독일식· 프랑스식·이탈리아식으로 각각 슈바이츠(Schweiz)·쉬스(Suisse)·스빗쩨라(Svizzera)라고 한다.고대 로마인들은 이곳을 헬베티 족이 사는 곳이라고 하여 헬베티아(Helvetia)라고 불렀다. 현재의 스위스는 26개의 칸톤(Canton)이라고 하는 세포같이 작은 주(州)로 이루어진 연방국이다. 그래서 헬베티아 연방(Confederatio Helvetica)이란 뜻으로 스위스 국명은 약자로 CH로 표기된다.
어쨌든 스위스는 19세기 영국
사람들이 처음으로 관광하러 오기 시작한 이래로 세계적인 관광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는데 스위스에서 최고의 절경으로 꼽는 곳이 바로 루체른 주변이다. 루체른은 원래 평화로운 조그만 어촌이었다.
리기 산에서 내려다 본 루체른 호수와 호수가 마을. 멀리 필라투스 산이 보인다. 그 후 이 도시는 13세기에 고타르트 고개를 지나는 길이 생기면서 북부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 지방과
라인강 상류 지방을 연결하는 요충지로 발전했고
1333년에는 3개의 칸톤으로
구성된 초기 헬베티아 연방에 가입했다.이 때 로이스 강 양안을 연결하는 루체른의 명물 지붕이 있는 목조 카펠다리가 놓여졌고
빌헬름 텔(윌리암 텔)에 관한 전설도 이 무렵에 생겨났다. 그 후 고타르트
철로와 중부 스위스에 산악철도가 놓여지고 루체른 호수의 수상교통이 발달하면서 루체른은 일약 스위스 관광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루체른은 로이스(Reuss) 강 하구와
피어발트슈태터제(Vierwaldstättersee)라고 하는 호숫가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호수는 보통 ‘루체른 호수’라고 불린다. 이 호수주변의 경치는 스위스 중부의 우아한 평지로부터 알프스 산맥으로 이어지는 급한 경사와 바위벽으로 이루어진 절벽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루체른의 명소인 지붕이 있는 목조 카펠다리. 이 다리는 로이스 강과 루체른 호수의 경계를 이룬다. 리기 산이 보이는 루체른 호수의 절경은 영국 화가 터너(W. Turner)가 화폭에 즐겨 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터너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베토벤이 문득 떠오른다. 특히 루체른 호수 위에 달이 떠있는 밤 풍경은 그가 쓴 불멸의 명곡인 <피아노 소나타 Op.27 N.2>의 제1악장의 선율을 연상하게 한다. 카펠 다리에서 본 로이스 강변의 고풍스런 건물들. 베토벤은 31세이던 해인 1801년에 이
곡을 작곡해 그가 연모하던 귀족집안 소녀 줄리엣타 구잇차르디(Giulietta
Guicciardi)에게 바쳤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귀족집안의 청년과 결혼하여 이탈리아의 나폴리로 이주하고 말았다. 베를린 출신의 낭만시인이며 음악평론가이자 언론인이었던 렐슈탑은 이 곡을 ‘루체른
호수 위에 비치는 달빛을 받은 작은 배’를 연상한다고 해서
<월광 소나타>라고 불렀다. 베토벤은 평생토록 루체른을 방문한 적이 없지만 만약 방문했더라면 그도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 정태남 건축사
이탈리아 건축사이며 범건축(BAUM architects)의 파트너이다.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 미술, 언어, 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로마역사의 길을 걷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이탈리아 도시기행>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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