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아일랜드 대사관에서 주최한 한국 음악축제 ‘Korea Fantasia’에 출연하느라 지난 주말과 월요일까지
이어진 영국 공휴일을 이용하여 2박 3일 간 아일랜드로 연주 여행을
다녀왔다.
아일랜드는 이번이 첫 방문이었지만, 사실 이전부터 무척이나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사람마다 취향이 있을 터, 어떤 이들은 따스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스페인 같은
휴양지를 선호하는 반면, 어둑어둑하고 흐린 날씨에 비와 눈을 좋아하는 나는 설경에 파묻힐 수 있는 핀란드나
아니면 흐리고 비가 잦은 아일랜드에 가보고 싶었다. 특히, 아일랜드는
흑맥주의 대명사격인 기네스와 아일랜드 음악 때문에 너무나 가보고 싶었더랬다.
그렇게 도착한 아일랜드는 영국과는 또 다른 묘한 매력이 넘쳐 흐르는 곳이었고, 특히 문학적,
음악적 에너지가 충만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문득 대학 시절 접했던 아일랜드가 낳은
세계적인 작가 제임스 조이스가 1914년 발표한 소설 ‘더블린 사람들(Dubliners)’이 떠올랐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나는 사실 그 당시 영문학이 너무 싫었다. 나는 내 느낌이
중요하고 무언가 창조적인 것을 좋아하는데, 영문학은 그저 교수님들이 몇 십 년씩 동일하게 가르친 이론과 해석을
그대로 답안지에 적어 내야만 점수가 제대로 나오는 전공이었다.
2학년 때 영미소설 전공과목을 들었는데, 교수님이 너무 괴팍하고 스파르타식이었다.
무슨 고등학교도 아니고 수업 시간에 앞자리부터 앉으라고 우리들을 협박(?)했고,
매주 무지막지한 분량의 영미소설을 읽도록 시켰으며, 과제나 시험도 난이도가 엄청났다.
당연히 수업이 즐거울 턱이 없었고, 수업 시간에 접하는 작가들이나 소설도 통 재미를 붙이기
어려웠다. 결국 나는 아일랜드와 더블린, 그리고 그곳에서 탄생한 ‘더블린 사람들’이라는 소설과 제임스 조이스라는 매력적인 작가에 대해 아무 감흥도 없이 그 시절을
흘려 보냈고, 그것들의 진가를 알아본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참이나 지난 뒤였다.
그런 사연을 갖고 찾아간 더블린은 나에게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거리 곳곳에서
마치 어떤 문학이나 음악이 만들어질 것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듯 했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소설 ‘더블린 사람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처럼 여겨졌다.
그렇게 아일랜드와 더블린의 매력에 흠뻑 취한 채 찾은 곳은 기네스 공장, 기네스 맥주의
역사와 생산 과정을 체험하는 곳이었다. 기네스 맥주의 로고가 아일랜드 전통 하프 문양을 담고 있듯,
기네스 맥주는 아일랜드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다.
기네스 공장은 7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래 층부터 시작해서
한 층 한 층 올라가면서 기네스 맥주의 원료부터 제조 공정, 그리고 기네스 맥주의 역사 등을 전시,
체험하도록 되어 있고, 마지막 7층 바에 올라서면
사방의 통유리로 더블린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기네스 맥주를 한 잔 시음하도록 되어 있었다.
무려 1759년도에 더블린에서 탄생한 기네스 맥주, 그 특유의 맛과 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아일랜드의 멋과 전통을 더하면 그 맛이 배가 되는 것 같다. 기네스의 역사를 담은 사진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데, 그 옛날 더블린을 가로지르는 리피강을 통해 배로 통나무통에 담긴 기네스 맥주를 운반하는 오래된 흑백 사진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기네스 맥주의 짙은 향이 더욱 강하게 피어오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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