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전하는 북일관계로 남북관계 상대적으로 약화 전망
최근 북한과 일본의 관게가 급진전 조짐을 보이면서 북한의 개혁·개방 확대, 한반도 정세 안정 등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남북 교류 협력 위축 등 남북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아베 정권 등장이후 최근 북·일 양국은 평양선언(2002년 9월 17일) 채택 12주년을 앞두고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에 관한 합의를 계기로 국교정상화 협상 재개 등 관계 개선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일 국교정상화 논의는 1990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해 2002년 북·일 평양선언과 2004년 2차 북·일 정상회담으로 정점에 달했으나, 일본인 납북자 문제 미해결로 난항을 겪어왔다. 최근 양국 간 교섭 확대는 경제적 어려움과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자 하는 북한과 임기 내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일본의 이해가 일치하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2008년 이후 논의가 중단된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 북한이 전향적 자세로 돌아선 것은 올해 3월부터다. 북한과 일본은 3월19일 중국 선양에서 적십자 실무회담을 계기로 납북자 문제를 의제로 다룰 외무성 과장급 협의를 가졌고, 이후 국장급 회담을 재개했다. 북한은 3월10~14일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실종 당시 13세)의 부모와 요코타가 북한에서 낳은 딸 김은경과 첫 상봉을 성사시켜 대화의 의지가 일회성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7월 초 북일 국장급 협의에서 북한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담당하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직속에 두고 조사를 하겠다고 합의했다.
2012년 12월 취임 이후 줄곧 납치자 문제에 적극 해결 의지를 보여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한의 설명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 대북 문제를 둘러싼 한미일 공조를 깨뜨린다는 우려를 무릅쓰고 독자적인 대북 제재조치 완화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인도적 목적의 북한 선박 일본 입항 금지,양국간 인정 왕래 제한, 북한에 한해 특별히 책정된 송금보고 의무 등 3가지 제재를 풀었다.
이와같이 북일 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에는 다소 진전이 있겠지만, 북핵 문제 미해결, 주변국 정세 등으로 단기간 내 양국 국교정상화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스톡홀름 합의’ 적극 이행으로 납북자 문제 해결은 진전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일본의 對北 경제 제재도 완화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납북 일본인 문제와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별개임을 강조해, 납북자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반면 북·일 국교정상화의 경우 북핵 문제는 물론 주변국 합의 등이 해결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동안 아베 정권의 행보로 볼 때나 북한 김정은 정권의 시급한 경제 문제 해결 의지로 볼 때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될 경우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비롯해 양국 간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숙원 과제인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 시 아베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상승해 아베 내각의 지지율 회복과 함께 평화헌법 개정 등 일본 내 우경화가 가속화되면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따라서, 아베 정권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 주변국과의 합의 등과는 별도로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별도로 강력하게 추진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북한은 북일 교역이 재개시 북·일 양국 간 총 교역액이 약 20억 달러 규모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어,북한 경제 회생과 주민 생활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2013년 북한 GDP 300억 달러의 약 7% 수준이며, 2013년 남북 교역액 11억 달러보다 많아, 북한 경제 회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경공업 제품 수입 확대는 북한 주민 생활 개선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또한, 북일 관계가 정상화되면 일본 정부의 개발도상국 개발 원조금 (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으로 2014년 북한의 예산 71억 달러의 23.9%에 해당하는 약 17억 달러로 추정되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한 공적개발원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북한 산업 인프라 개선,경제 재건 및 경제특구 개발에 크게 진전될 수 있다.
게다가, 북일 정상회담에서 북·일 인적 교류 확대가 결정되어 만경봉호 운항이 재개되면 연간 1만 5,000명 이상의 북한주민이 일본을 방문할 경우, 북한의 개혁·개방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북·일 관계 개선은 북한의 개혁·개방 확대, 한반도 정세 안정 등의 긍정적 영향은 물론, 남북 교류 협력 위축 등 남북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동북아 정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우리 정부의 전략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같은 북·일 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전략적 정책 대응으로 현대경제연구원 이용화 선임연구원은 " 북·일 관계 개선이 6자회담 등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한 다자간 공조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남북 고위급 접촉 확대 등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화 노력 확대와 현재 추진 중인 남북 경협사업의 차질없는 추진 등으로 남북 관계가 더 이상 경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일 관계 개선은 동북아 정세를 비롯해 남북관계에도 큰 영향을 주는 만큼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들도 양국 간 관계 변화의 지속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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