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2)

by eknews03 posted Sep 0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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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더블린에서 열린 한국 음악축제 ‘Korea Fantasia’에 출연하면서 주최측인 주아일랜드 대사관에서 마침 아일랜드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밴드도 출연하니 한 곡 정도를 협연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주셨다.

 

아일랜드 전통음악 경연대회 수상자들로 구성된 Cuan Nua라는 이름의 4인조 밴드도 이날 공연에 유일하게 아일랜드 현지팀으로 출연하여 아일랜드 전통음악을 선보일 예졍이었다.

 

이들과 함께 협연을 하려면 아무래도 아일랜드 노래를 연주하는 게 좋을 것 같았고, 그렇게 해서 선정된 곡은 아일랜드의 민요 ‘Salley Garden’이라는 곡이었다. 아일랜드에 있는 밴드와 미리 만나서 연습을 해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 가야금과 기타로 녹음한 것을 이들에게 보내놓고, 이들에게는 워낙 익숙한 곡이니 공연 당일 리허설 때 몇 번 맞춰보고 공연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리허설 무대에서 Cuan Nua와 첫 만남을 가졌는데, 이들이 먼저 리허설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해서 감상하게 된 이들이 연주하는 아일랜드 전통음악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나는 원래 아일랜드 전통음악을 좋아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직접 연주를 지켜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과 함께 연주한 ‘Salley Garden’, 솔직히 가야금과 기타의 연주 만으로는 크게 매력이 느껴지질 않았는데, 역시나 아일랜드 민요를 아일랜드 전통음악 뮤지션들과 함께 연주하니 마치 아일랜드의 혼이 실린 듯 너무나 멋진 곡이었다.

 

중간에 내가 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솔로 파트도 있었고 이들과 합주를 하는 파트도 있었는데, 함께 연주를 하면서도 그들의 아일랜드 전통악기 소리에 매료되었고, 내가 이들과 함께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믿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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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행복한 공연을 마치고서 다음 날에는 더블린 시내 관광에 나섰다.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상술일 수도 있겠지만 더블린 시내의 펍, 카페, 레스토랑들은 거의 모두가 라이브 음악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가게들을 지나갈 때마다 창문 너머 연주 중인 뮤지션들이 보였고,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거리 곳곳으로 흘러나왔다.

 

이렇게 라이브 음악을 갖춘 펍들이 밀집해 있는 Temple Bar 거리로 나섰다. 무려 1840년도에 세워졌다는 The Temple Bar Pub은 대낮인데도 맥주를 마시면서 라이브 음악을 감상하는 손님들로 가득했고, 가게 바깥에서는 가게를 배경으로 관강객들이 기념 사진들을 찍어댔다. 물론, 나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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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그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거리, 그리고 역시 오랫동안 같은 장소에 있어온 평범한 선술집일 뿐인데,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그곳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 아일랜드를 방문하는 수 많은 관광객들은 Temple Bar를 찾아와 쌉싸름한 기네스 맥주를 마시고 아일랜드 전통음악을 들으면서 그 알 수 없는 아일랜드의 매력에 취하고 있을 것이다.

 

술과 음악을 좋아하는 아일랜드 사람들은 여러 모로 우리 한국인들과 참 잘 맞는 것 같다. 아일랜드 전통음악의 구슬픈 정서 역시 우리 한국 전통음악과 어딘가 통하는 구석이 있다. 고작 2 3일 아일랜드를 방문해보고서 함부로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지만, 아일랜드 사람들은 참 친절했고, 그것은 영국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영국인들은 마음은 열지 않으면서 체면 상 혹은 외적으로만 그렇게 친절한 척(?)하는 것이라면, 아일랜드 사람들에게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실함이 느껴졌다. 혹시나 나 혼자만의 착각이 아닐까 싶어서 아일랜드에서 오랫동안 거주하고 계신 다른 분께도 슬쩍 여쭤봤더니 아일랜드 사람들은 정말 그렇다고 한다.

 

무대에서 울려퍼지던 ‘Salley Garden’의 아름다운 가락, 부슬비가 뿌리던 더블린의 흐릿한 하늘, 거리 곳곳에서 울려퍼지던 음악 소리, 그리고 더블린 사람들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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