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신공항 건설 입지 경쟁,
친박 최경환 부총리와 비박 김무성 대표의 또다른 정쟁 불가피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지역기반인 영남이 신공항 건설 결정을 앞두고 폭발직전의 화약고로 변하고 있다.
이 지역은 경남을 대표하는부산(PK)과 현 정권의 산실인 대구·경북(TK)으로 다시 나누어져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지역적으로 편향된 인사로 인해 서로 상대를 견제하며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론 현 정부 들어 영남 출신이 득세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영남을 TK와 PK로 나눠서 분류하면 PK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현재 대통령을 제외한 국가 3부요인(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정홍원 국무총리)이 모두 PK다. 청와대의 ‘왕(王)실장’으로 통하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주요 권력기관도 PK가 장악했다. 국가 의전서열 10위권 중 8명이 PK로 채워져 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 지역에선 ‘역차별론’ ‘홀대론’이 팽배하다. 심지어 “농사(대선 득표)는 TK가 짓고, 수확(요직 기용)은 PK가 다 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해 PK 지역에선 ‘인구와 인물의 문제’라고 반박한다.
이처럼 두 지역 사이에 감정의 골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동남권(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위한 지역 결정을 놓고 대구와 부산이 정면 충돌 직전의 화약고로 변하고 있다.
현재 부산은 부산 가덕도를, 대구·경북과 경남은 경남 밀양을 신공항 입지로 밀고 있다. 부산은 신공항 명칭을 ‘동남권’이라고 붙인다. 가덕도가 국토의 동남권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구·경북·울산은 국토 남부지역이 모두 이용해야 한다며 ‘남부권 신공항’이라고 부른다.
이미 이 신공항 건설건은 2011년에 양측이 힘겨루기를 벌이다가 이명박 정부가 경제성을 들어 건설 계획 자체를 백지화했던 것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신공항 건설을 공약하고 최근 정부가 이를 구체화 하자 2차 유치경쟁이 시작됐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9월 2일 “부산시는 차분한 가운데 공항을 만들기 위해 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루 24시간 동안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같은 날 “남부권 신공항은 특정지역 공항이 아니다. 남부권 경제공동체의 중심이 될 수 있고, 남부권 시·도민이 쉽게 갈 수 있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면서 신공항 유치 홍보에 대구시 공무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신공항 유치를 놓고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인물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무엇보다 집토끼인 경남의 민심 결집을 위해 기회 있을 때마다 ‘밀양 신공항’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상식적으로 공항 입지는 물구덩이(가덕도)보다 맨땅(밀양)이 낫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와같은 치열한 유치 경쟁이 일자 박 대통령은 2일 국무회에서 “지난주에 동남권 신공항 항공수요 조사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됐는데 지역 간 경쟁과열, 대립 등으로 갈등이 심화할 소지가 적지 않다”고 우려하면서 ‘유치경쟁 자제령’을 내렸다.
이 시점이 되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경북 경산-청도가 지역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최 부총리는 정부 경제 수장으로서 정치논리를 철저히 배제하고 경제논리만 적용해 신공항 입지를 정해야 할 위치이지만 지역구의 여론, TK지역 친박계 리더로서의 역할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최 부총리도 차기 대권 꿈이 있을 것이고, 또 대권 도전이 여의치 않다면 비박계의 리더로 떠오른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친박계 차원에서 다른 주자를 지원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도 있다.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을 전후해 친박계의 좌장이었던 김무성 대표는 두 차례 공천에서 낙천하고 세종시 파동을 겪으면서 박 대통령과 찬물,뜨거운 물을 반복하다가 2012년 대선 때 중앙당 선대위의 총괄본부장으로 투입되면서 정권창출에 일조했지만, 7·14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주자로 나선 서청원 최고위원과 과열 경쟁을 벌인 이래 지금은 비박계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김 대표가 여러 차례 우역곡절을 겪으면서 친박에서 비박으로 옮기는 사이에 최 부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친박을 대표해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내고, 현 정부 출범 직후 원내대표로 선출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박 대통령의 신뢰도 측면에서 보면 최 부총리가 친박 핵심 중에서도 으뜸이란 말이 들릴 정도다.
지난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무성 대항마'로 당시 친박 핵심에선 서청원 최고위원이 고령인데다, 과거 정치자금 비리로 실형을 산 경력 등을 들어 ‘불가론’이 제기되면서 ‘최경환 대표 카드’가 부상했지만, 최 부총리의 취약한 대중성 등이 걸림돌이 돼 접게 되었다.
본의이든 아니든 부산(PK) 출신으로 대권을 바라보는 김무성 대표와 대구·경북(TK)과 친박계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최경환 부총리는 비박계와 친박계의 정치적 대립, PK와 TK의 지역 충돌 등이 차기 대권 경쟁 국면에서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고 신공항 입지 결정을 놓고 다시한번 힘겨루기가 불가피해져 영남을 분열시킬 수도 있는 화약고의 한 중심에 서게 되었다. 유로저널 정치부